▲ 사진 제공 = 경신고
지난 8월, 경신고등학교(이하 경신고)에선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제2회 미스터 경신 보디빌딩 선발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경신고의 피트니스 동아리'경신 휘트니스'와 함께 경신고의 체육 교사 박석 씨가 기획하고 이끈 일이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담임임에도 학생부, 동아리 활동과 방과후 학교 업무를 놓치지 않고 있다.
박석 씨는 고등학교 때 웨이트 트레이닝 매력에 빠져 운동을 시작했다. 대학 진학 후, 1994년 미스터 YMCA 선발대회를 시작으로 1999년까지 선수로 활동했다. 1997년 미스터 서울을 비롯해 미스터 유니버시티, 전국춘계대회 등 여러 대회에서의 1위를 기록했다.
이후 선수로 운동 경험을 살려 재활이나 운동치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박석 씨는 종합병원 척추센터에서 운동처방사로 근무했다. 그 당시 주 치료대상이 척추측만증을 갖고 있는 학생이었다. 박석 씨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고 보람 있어 더 많은 학생과 함께 하고 싶어 교직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교사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보디빌딩과 운동치료사로 활동하다 교직의 길을 걷는 건 쉽지 않다. 박석 씨는 "보디빌딩은 신체 단련뿐만 아니라 인내심과 여러 환경에서 자기 극복을 만들어 내는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로서 삶은 개인적인 목표를 가진 '나 혼자라는 삶'이 이유였다면 교사로서의 삶은 나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인생을 '같이 하는 삶'이라고 생각한다."고 책임감을 가진 모습을 보였다.
또한, 선수 출신 교사는 학생들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운동으로 이미 단련된 근육량, 정신적인 근성으로 동아리 학생에게 자연스러운 생활지도가 이뤄진다. 하지만,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문화생활과 견해를 함께 나누어야 될 필요성이 있다. 박석 씨는 "그런 측면에서 방과 후에 땀 흘리며 운동도 함께하고, 비록 어렵고 무서운 대상이지만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기에 많이 따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석 씨가 운영하는 피트니스 동아리도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자 하는 그의 노력으로 시작되었다. 박석 씨는 "주요교과목으로만 구성된 방과 후 학교도 중요하지만, 성장단계의 학생들에게 체육 관련 방과 후 학교나 동아리 활동은 갈 곳 없는 학생들에게 신선한 호흡과도 같은 존재다. 어른들은 하지 말란 말만 하지 실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휘트니스 동아리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개설 이유를 밝혔다. 또한, 일반 구기 종목 동아리나 부서 경우 운동을 잘하는 학생으로 주로 구성한다. 그러나 박석 씨는 '피트니스는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종목'이란 생각으로 모든 아이들을 수용했다. "더욱이 방과 후 여가생활에 갈 곳이라고는 당구장, 노래방, PC방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운동을 통해서 자기관리, 생활습관 등이 개선된다면 좋다고 생각했다. 현재는 전교 1등, 전교 꼴등, 1학년, 3학년 누구나 참여하고 함께 어울리는 동아리가 되었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 사진 제공 = 경신고
동아리 개설에 힘입어 박석 씨는 대회까지 추진했다. 기획의 시작은 '학교폭력'이었다. 박석 씨는 "학교폭력의 원인 중 하나가 학생들의 욕구불만이나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주원인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신체를 소중히 여기고 긍정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 자기관리로 인내심 향상, 자기 내면을 바라보며 바람직한 대인관계가 형성된다고 본다. 또한, 학교폭력은 동급생 간에도 나타날 수 있지만 선후배 간의 잘못된 위계질서로 발생할 수도 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 학생들다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미스터 경신을 기획했다. 그리고 미스터 경신은 경기 외 특별공연도 진행되기에 모든 학생에게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의 의미도 크다."고 대회 취지를 밝혔다.
대회는 학생의 의사를 존중해 방과 후에 자발적 참여로 진행된다. 낯선 모습에 학생, 교직원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첫 대회 때 관람하는 학생의 반응도 뜨거웠다. 경기뿐만 아니라 의경, 여자 피트니스 선수, 남자 보디빌딩 선수의 축하공연도 진행되었다. 타 학교 학생들은 관람하지 못해 아쉬움을 보였다고 한다.
단순 대회 개최뿐만 아니라 피트니스 동아리는 좋은 결과도 얻었다. 박석 씨는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들에게 신선한 산소와 같은 동아리라 생각한다. 몇 해 전, 우울증이 심해 자살하려던 아이, 문화의 차이를 느끼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했던 다문화 학생, 학교생활에 흥미가 없어 잦은 결석을 일삼는 아이, 다혈질의 학생 등 많은 학생이 개선됐다. 이 학생이 졸업 후에도 자신감을 갖고 대학 생활과 사회생활에 임하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뿌듯하다. 평소 시간 될 때 체육관에 들러 후배의 운동을 봐주고 격려해 주고 있다."고 개선 사례를 말했다.
박석 씨는 제대로 된 대회를 위해 단순 운동뿐 아니라 포징, 탄 작업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대회 준비 기간엔 학생에게 방과 후와 여름방학에 시간을 포징 연습을 시켰다. 박석 씨가 탄 바르는 방법을 여러 차례 교육했고 대회 당일에는 경기에 임하지 않는 학생들이나 졸업한 선배, 선생님들이 탄 작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
미스터 경신을 치른 후 박석 씨는 더 큰 목표가 생겼다. 현재 경신고에서만 진행되지만 더 나아가 관할 교육청 소속 고등학교, 서울, 전국 학생 휘트니스 대회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박석 씨는 "이런 행사라면 기업의 후원과 경찰서 강당, 구청 강당에서 장소를 제공해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두가 하나가 되고 타인을 존중하며 웃는 순간이 진정한 학교폭력 예방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2회까지 무사히 치른 미스터 경신 대회는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박석 씨는 "지역사회에서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준다면 아이들의 욕구불만이나 일탈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경로는 많다. 올해보다 내년에는 참여 학생 수도 늘겠지만 교육적인 의미를 둔 다양한 공연 행사를 기획하여 관람의 묘미와 더불어 학교폭력 예방의 의미를 더하고자 한다."고 계획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