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식량으로 곤충식품을 주목하면서 병원식에서도 곤충 식품을 식단으로 구성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국내 식용 허가 1호 곤충 식품인 갈색거저리를 먹은 환자의 단백질 섭취량이 일반적인 병원 식사를 한 환자보다 하루 평균 1.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섭취하는 칼로리 역시 300㎉ 가까이 많았다.
30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강남세브란스병원 김형미 영양팀장팀(=김형미 영양팀장을 필두로한 팀, 이하 김 팀장팀)이 지난 3~9월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위ㆍ장관 수술을 받은 환자 34명(90%가 암 환자)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각각 갈색거저리 분말(20명)과 일반 병원식(14명)을 8.4~11.2일간 제공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수술환자를 대상으로 갈색거저리를 이용한 식사 섭취에 따른 영양 섭취 및 영양 상태 변화에 대한 연구는 식용 곤충의 환자식 적용 가능성을 살핀 국내 첫 연구로, 대한영양사협회 학술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수술 전후의 적절한 영양공급은 위장관 수술을 받는 환자의 수술 경과에 영향을 미친다. 김 팀장 팀은 논문에서 “수술 환자 등 중환자에게 단백질을 부족하지 않게 공급하는 것은 상처 회복ㆍ면역력 보강ㆍ체지방 유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영양불량 위험이 있는 환자에겐 2~3일 이내에 열량(칼로리)ㆍ단백질을 요구량 대비 80% 이상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 팀은 환자의 식사 섭취량을 토대로 각 그룹별 칼로리ㆍ영양소 섭취량을 비교했다. 정맥 영양(정맥을 통해 영양소를 주사로 신체에 직접 투여)을 공급받지 않으면서 갈색거저리를 섭취한 환자의 경우, 하루 평균 칼로리 섭취량이 965㎉로 일반 병원식을 섭취한 환자(667㎉)보다 300㎉ 가까이 많았다. 갈색거저리를 섭취한 환자의 하루 평균 단백질 섭취량은 38.8g로 일반 병원식을 먹은 환자(24.5g)와 14g 이상 차이를 보였다. 하루 평균 지방 섭취량도 갈색거저리 섭취 환자(28g)가 일반 병원식 섭취 환자(12.5g)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번 연구에서 단백질을 요구량의 80% 이상 섭취한 환자는 갈색거저리를 섭취한 20명 중 12명(60%)이었으나, 일반 병원식을 먹은 환자중에서는 14명 중 4명(29%)에 그쳤다. 김 팀장 팀은 논문에서 “수술 후 갈색거저리를 섭취한 환자는 몸의 지방량과 근육량이 늘어난 반면, 일반 병원식을 먹은 환자는 지방량ㆍ근육량이 모두 감소했다”며 “갈색거저리를 먹은 후 이상 반응은 한 건도 없었다”고 기술했다. 고단백ㆍ고영양 식품인 갈색거저리를 환자 식사로 활용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대표 곤충 식품인 갈색거저리는 2016년 3월 식품공전에도 등재됐다. 식품으로 이용되는 갈색거저리는 야생에서 채집하지 않고 실내 대량사육을 통해 생산된다. 밀겨ㆍ쌀겨ㆍ채소 등이 함유된 사료를 먹여 사육하므로 사람이 식용해도 안전하다. 새우와 같이 맛이 고소한 갈색거저리는 단백질이 풍부할 뿐 아니라 단백질의 질이 좋고,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이 많이 들어 있다. 칼슘ㆍ철분ㆍ마그네슘 등 미네랄 함량도 높다. 동결 건조된 갈색거저리 분말은 육류ㆍ달걀보다 영양 섭취 효율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갈색거저리는 다이어트식으로도 활용된다. 생각보다 우수한 맛으로 곤충을 활용한 쿠키, 음료 등을 제공하는 이색 카페도 생겨나고 있다. 미래 식량 자원을 위해 곤충이 주목되면서 영화 같은 일이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