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ㆍ소시지 등 육가공식품을 숯불구이와 같은 직화 방식으로 조리하면 발암성 물질이자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인 PAH(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가 가열하지 않은 원제품보다 최대 600배까지 많이 검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신, 프라이팬으로 조리할 경우 직화보다 PAH가 대폭 감소했다.
지난 2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인제대 환경공학과 박흥재 교수팀이 숯불구이ㆍ프라이팬 구이 등 조리법을 분류하여 햄ㆍ소시지ㆍ스팸ㆍ베이컨 등 육가공식품 13종의 PAH 함량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육류 가공식품의 조리방법에 따른 PAHs 발생 특성에 관한 연구' 연구결과는 한국환경과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가열하지 않은 육가공식품 13건 가운데 5건에서 PAH가 검출됐다. 이들의 PAH 함량은 육가공식품 g당 0.6~7.2 ng(나노그램)이었다. 불꽃이 직접 닿는 숯불구이 방식으로 조리한 육가공식품은 검사한 5건 모두에서 PAH가 검출됐다. 검출량도 g당 12.7~367.8 ng으로, 가열 조리하지 않았거나 프라이팬으로 조리한 육가공식품보다 훨씬 많았다. 이는 고기나 육가공식품에 불꽃이 닿으면 고기가 타기 쉬운데 탄 부위를 먹으면 발암성 물질을 다량 섭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반면, 프라이팬을 이용해 불꽃이 직접 닿지 않도록 가열 조리한 육가공식품 5건 중 4건에서 PAH가 검출됐다. 이들의 PAH 함량은 육가공식품 검출량이 g당 22.1 ng/g이었다. 가열조리 하지 않은 육가공식품에 비해 최고 3배까지 PAH가 더 많이 생긴 것이다.
PAH는
내분비계 장애 물질(환경호르몬)이자 발암 가능 물질이다. 잔류기간이 길고 독성도 강하다. 육류 등 식품의 고온 조리 과정에서 식품의 주성분인 탄수화물ㆍ지방ㆍ단백질의 열분해ㆍ불완전 연소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종 이상인 PAH 중 일반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벤조피렌이다. 최근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벤조피렌 등 PAH 네 종에 대한 허용기준을 설정했다. 국내에선 벤조피렌에 대해서만 허용기준을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 대해 박 교수팀은 논문에서 “PAH는 식품 섭취를 통해 대부분 인체에 유입되므로 원재료뿐만 아니라 식품의 조리 과정 중 생성되는 PAHs의 양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육류ㆍ육가공식품의 조리시 직화를 피하는 등 PAH의 발생을 줄이는 조리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