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자정(한국 시각 기준), 전 세계인의 이목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조 추첨에 집중됐다.
▲ 2018 러시아 월드컵 조 추첨 현장에서 칸나바로가 한국을 뽑아 들었다. SBS 중계방송 캡쳐
러시아에서 생중계된 조 추첨에서 한국(59위,11월 23일 기준)은 독일(1위), 멕시코(16위), 스웨덴(18위)등 강팀들과 F조에 묶였다.
조 추첨 결과를 본 국내 시청자들 대부분은 매우 아쉬워했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험난한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며 추첨을 진행한 파비오 칸나바로를 원망한 이도 있었다.
그러나 여론은 이내 '만만한 상대는 없다며 끝까지 응원하겠다'는 분위기로 변했다.
이러한 국내 팬들의 관심은 축구 국가대표팀에 대한 기대 심리에서 기인한다. 우리나라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4위를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국 축구가 승전보를 전하지 못해도 꾸준한 비판과 응원을 이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기적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드라마틱한 기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리버풀 소속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는 이적 당시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과거 첼시 입단 후 ‘달리기만 빠른 선수’라는 비난에 시달렸지만, 이탈리아 세리에A를 거치며 성장을 이뤘고 마침내 돌아온 EPL 무대에서 12골(15라운드 기준)로 득점왕에 올랐다.
▲ 모하메드 살라가 골을 넣고 세레모니를 펼치는 모습. 모하메드 살라 인스타그램 캡쳐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르며 기적을 보여준 스포츠 스타가 있다. 바로 김하연 선수다. '2017 IFBB 산마리노 프로'에 출전해 아마추어·프로 동시 우승이라는 2관왕을 달성했다. 아마추어 부분에서 우승하고 프로 무대를 제패한 세계 최초의 여성 선수가 됐다.
아마추어 비키니 종목에 출전한 김하연 선수는 이 부분에서 우승을 거둔 후 기쁨을 만끽할 새도 없이 곧바로 프로 무대에 도전했다. 대회 규정상 종목별 우승자는 같은 날 이어지는 프로 무대를 연달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김하연은 ‘기적’을 만들었다.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해 IFBB 프로 카드를 막 획득한 신인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최고로 인정받은 것. 그녀의 프로 정신과 올림피아 대회를 위해 쏟았던 노력은 심사위원들을 충분히 매료시킬 만했다.
▲ 2017 IFBB 산마리노 프로 비키니 종목에서 우승한 김하연 선수. 김하연 인스타그램 캡쳐
사실 올 초만 하더라도 김하연 선수는 국내 피트니스 무대의 혜성 같은 존재였다. 지난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NPC 그랑프리 대회에서 오버롤을 차지하면서 존재감을 알렸고, 같은 해 9월 ‘2017 몬스터짐 올스타 클래식’ 비키니 그랑프리 부분에서 최강자에 등극해 눈길을 끌었다.
“요행을 바라지 말라”는 말에 숨겨진 뜻은 ‘기적’과 ‘노력’이 정비례함을 뜻한다. 김하연 선수는 자신만의 목표와 그에 대한 꾸준한 노력이 결실을 거둔 사례다. 향후 김하연과 선수들이 써 내려 갈 기적의 땀방울이 피트니스에 대한 대중들의 높은 관심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채성오 기자 (so.chae@ggj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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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7-11-30 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