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첫 번째 시합이 확정되었다. 2014년 4월, 대구에서 열린 'NABBA KOREA NOVICE' 보디빌딩 무대에서 지난 시간 나의 훈련 과정을 모두 쏟아내기로 결정했다. NOVICE 경기는 국내 대회 1, 2, 3위 내 입상 기록이 없는 선수들에게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경기였다. 그러나, 당시 NABBA KOREA를 준비하는 선수들은 그리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수준이 결코 아니었다. 물론 보디빌더 데뷔 무대를 준비하는 내게는 성적보다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래도 무대 위에서 부끄럽지 않아야 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쏟아야 했다.
첫 번째 무대에서 나의 전략은 '근질'이었다. 운동 경력이 부족한 내가 단시간에 근육량을 늘리기란 쉽지 않음을 알기에 누구보다 선명한 근질을 표현하고자 고강도 다이어트를 진행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무탄’이라 불리는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 방법'이었다. 영양학적인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무조건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었다. 4년 차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은 적절한 탄수화물 섭취 타이밍을 통해 운동 에너지를 공급받는 식단을 선호하고 있다.
▲ 시간과 노력이 점점 몸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진 제공 = 김성태 선수
점점 말라가는 내 모습을 보고 직장 동료들은 너무 심하게 빠진 것 같다며 ‘다이어트 부작용’이란 단어까지 언급할 정도였다. 몸에 있는 지방을 날려버리는 과정에서 당연히 얼굴에 있는 피하지방 또한 날아가기 마련이다. 그것이 과하면 건강보다는 그와 반대의 모습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합장에 가면 얼굴 상태만 봐도 다이어트가 얼마만큼 된 선수인지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다이어트가 생각대로 잘 되고 있다는 믿음과 함께 계속해서 시합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이어트의 가장 큰 부작용이 뭘까? 난 그중 하나가 예민해지는 성격이라고 말하고 싶다. 식단조절과 고강도 훈련으로 인체가 받는 몸과 정신적 스트레스는 정말 상상 이상이다. 그리고 이런 예민함을 고스란히 받는 대상은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애인이 될 것이다. 시합 준비를 하면서 많은 커플이 다투고 이별을 맞이하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당시 임신 중이었던 나의 아내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이번 시합이 끝나면 다시는 다이어트를 하지 말라며 나에게 신신당부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여전히 나의 유일한 서포터가 되어주고 응원을 아끼지 않는 아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드디어 시합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쯤 되면 수분조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선수마다 노하우와 방법이 따로 있기에 참고만 하기 바란다. 나는 여전히 수분조절과 근질 사이에서 많은 시도를 하는 선수로 시합 때마다 다양한 방법을 적용 중이다. 지금은 첫 경기를 앞두고 진행했던 수분조절에 관해 이야기 하겠다.
방법은 아주 심플하다. 일요일 시합이었기에 <목요일 1,000ml, 금요일 단수, 토요일 단수>로 진행했다. 운동은 목요일까지만 하고 금요일부터는 사우나로 땀을 빼면서 고구마와 현미밥으로 몸에 영양을 공급(탄수화물 로딩)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음식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수분을 섭취하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많은 물을 마시지 않아도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수분기 전혀 없는 음식들을 먹으며 물을 마시지 않는 일은 거의 극한에 가깝다. 몸에 수분이 날아가 버린 상태에서 먹는 고구마와 현미밥은 오히려 고통에 가깝다. 혹시라도 목이 막히면 안 되기에 아주 조금씩 천천히 먹었다. 씹을 때마다 입천장이 벗겨지고 혓바늘 돋은 혀끝에는 통증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훈련이 어렵고 힘든 게 아니었다. 마지막 수분조절이야말로 보디빌딩에서 가장 치열한 자신과 싸움이었다.
목이 말라서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하면 믿을까? 토요일 저녁 시합이 열리는 대구로 이동해 숙소를 잡고 잠을 청했지만 정말 밤새 한숨도 잘 수 없었다. 물론 첫 경기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내 몸은 편안한 잠자리보다 당장 생명 활동에 필요한 수분 공급을 원하고 있었다. 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보내니 정말 최악의 컨디션이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마치면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생각 덕분인지 오히려 아침이 밝아오자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인생의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시작될 그곳으로 빠져 들어갔다.
▲ 나의 꿈이 나를 향해 ‘Welcome’이라고 소리치고 있다. 사진 제공 = 김성태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