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길 = 역도(力道)
힘의 길이란 무엇일까?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에서 돌을 들고 던지는 것을 겨뤘다던 기록이 존재한다. 사실, 기록이 있기 전부터 인간은 힘을 기르고 힘을 쓰며 살아 왔을 것이다. 인간이 손을 자유롭게 쓰고 수렵 생활을 할 때도 우리의 선조들은 도끼를 휘둘렀고 돌을 던졌을 것이다. 사냥이 끝나면 수컷들은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무거운 돌을 들며 자신을 뽐냈을 것이다. 물론 기록에는 없지만, 분명히 있었을 법하다.
힘을 측량하는 것은 한 사람의 생산력과 가치의 증명이었고 곧 미덕이었다. 가까운 우리 역사에도 거석 행위(擧石行爲)가 존재했다.'들돌들기'라 부르던 행위는 당시 남자들의 힘을 겨루던 방식이었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었다. 근대에 이르러 이러한 문화들을 스포츠화하기 시작했고 대표적인 운동이 역도다.
역도는 가장 무거운 것을 머리 위로 드는 행위다. 이 단순함에 수많은 신체의 역학적, 생리적, 해부학적인 고도의 기술이 담겨 있다. 우리가 마치 제대로 걷기 위해 몇 년의 길고 긴 성장 발달 기간을 학습해야 하듯, 인간에게 '힘의 길'은 엄청난 수련이기도 하다. 단지, 무거운 것만을 든다는 표면적인 해석은 참된 '역도'의 해석이 아니다. 무게를 통제하는 능력과 모든 기관이 함께 동원하는 협응력, 신체의 어느 부분도 닫히지 않고 부드러워야 하는 가동성 등 수많은 신체적 대화의 결정체가 바로 '힘'이다.
케틀벨, '힘'이라는 문화의 다양성
역사에서 케틀벨의 첫 등장은 '스코틀랜드의 놀이', '예전 장사들의 힘겨루기에서 파생된 기구' 라는 이런저런 여러 가지 설들이 있지만, 그중 가장 신뢰받고 있는 설은 구소련에서 상인들이 곡물의 무게를 잴 때 쓰던 '추'라는 것이 가장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케틀벨의 원래 이름은 기르야(Girya)다. 케틀벨의 래에 모습인 추(錘)가 쇳덩이로 만들어진 주전자처럼 생겼기 때문에 추의 별명을 기르야로 불렀다. 약 1700년대, 이 쇳덩이는 소련에서 농작물의 무게를 재는 추로만 사용되었다. 추를 나르던 농부들이 힘이 증가하는 것을 느끼며, 추를 잘 나르는 것이 힘의 증명이라고 생각했다. 위에서 언급한 한국의 들돌들기와 문화적 성향이 흡사하다.
러시아의 곡식을 제는 단위인 1POOD는 약 16.38kg으로 우리가 흔히 쓰는 케틀벨의 무게와 같다. 즉, 1POOD = 16kg, 1과 1/2 = 24kg, 2POOD = 32kg이다. 러시아에서는 무게를 다루는 것을 오리지널 무게라고 한다. 앞서 한국의 들돌들기 또한 이러한 룰을 따라 일인력(一人力), 이인력(二人力), 삼인력(三人力)이라는 룰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케틀벨은 그 시절 러시아 사람들의 힘의 증명이었다.
시간이 지나 20세기에 와서 군인 체력 증강과 스포츠 발달이 이뤄지면서 컨디셔닝 트레이닝 툴(conditioning training tool)로써 케틀벨을 사용했고 1940년부터 소련과 유럽에서의 스포츠이면서 경쟁의 수단으로 케틀벨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케틀벨 세상에 알려지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서 소련은 각 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쓸게 된다. 신체 연구자들은 소련의 트레이닝 과학에 대해 궁금해졌고 소련의 훈련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미 스포츠 과학은 어느 정도 수준의 평준화가 일어난 상태였기에 유럽과 미국은 그들의 독특한 운동법을 찾게 된다.
그것은 복잡한 설계의 트레이닝 기법이 아닌 '케틀벨'이라는 동그랗고 단순한 기구였다. 순발력을 기르는 운동으로 최고의 웨이트 트레이닝은 역도성 운동이다. 이미 미국은 기능적 운동으로 역도성 운등을 선수들에게 훈련을 시켰다. 그러나 역도(barbell weight lifting)와 케틀벨(kettlebell)은 가장 큰 차이가 있다. 역도 운동은 직선 운동이지만 케틀벨은 곡선 운동력을 가진 힘의 원형 그 '독특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케틀벨이 다시 세상에 유명세를 가지게 되기에는 약 20년의 세월이 흐른 후다. 미국, '존 두케인'의 드래곤 도어에 '파벨 차졸린'이 케틀벨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1년 RKC라는 케틀벨 단체를 만들어 케틀벨의 자격 증명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케틀벨의 구조
웨이트 트레이닝의 기본은 덤벨과 바벨이다. 이것은 무게의 비율이 좌 · 우 밸런스를 갖게 되고 손안에서 무게의 중심이 이뤄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케틀벨은 다르다. 무게가 손 바깥으로 나가도록 하여 지레(Lever)가 더 길어진다. 물론 케틀벨의 모든 동작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윙과 같은 탄도성 운동에는 더 유용하다. 무게 대비 몸에 전달되는 힘의 크기는 더 증가한다. 또한 위치에 따라 무게의 통제가 달라지게 되어 신체의 안정성을 더 많이 고려하는 운동 형태를 만들게 된다.
이런 이유로 케틀벨은 근대의 수련 도구보다 더 원시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인디언 클럽, 중국의 석쇄공, 인도의 메이스 벨(가다) 등과 같이 고대의 힘의 원형을 갖고 있다.
케틀벨의 트레이닝과 수련의 의미
현대에서 케틀벨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약 3가지 방식을 가진다.
1) 하드 스타일 : 전체적인 통제(control)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고주류 가라데 트레이닝을 기반으로 한다. 파졸린 자체도 러시아 특수부대의 훈련 교관이었고 고주류 가라데를 수련했기에 이완과 긴장의 어우러짐을 중요시하는 듯 한다. 키메(kime)는 가라데 무술의 기본 철학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정권 지르기처럼 어떠한 포인트에 힘의 집중을 주는 방식으로써 정확한 순간에 정확한 힘을 쓰는 것이 기술이 특성이다.
하드 스타일은 신체 과학적으로 바라보면 신체가 무게(weight)를 통제(control)하도록 몸의 안정성을 극대화 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기에 호흡도 파워 호흡 (Power Breathing)을 사용한다. 복서가 주먹을 내지를 때 소리를 내는 것처럼, 투포환 선수가 추를 던질 때 소리처럼 적절한 복강 압력을 가한다. 그래서 전반적인 안정성 위에서 움직임을 실현하는 형태를 보인다.
2) 스포츠 스타일 : 케틀벨 리프팅 스타일로 하드 스타일과 다르다. 스포츠 스타일은 하드 스타일보다 흐름(Flow)과 협응(coordination)에 집중한다. 물론 하드 스타일도 흐름과 협응을 갖는다. 그리고 스포츠 스타일도 통제와 안정성의 기능을 갖는다. 중요한 것은 더 강한 상향이 어느 쪽인지에 대한 여부다. 스포츠 스타일은 무게(weight)에 따라 신체(body)도 함께 변하며 신체의 가동성을 더 많이 활용한다. 하드 스타일이 '태권도'라면 스포츠 스타일은 '택견'에 가깝다.
3) 아메리칸 스타일: 예전 피터들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현재는 많이 하지 않는 추세다. 우선 역도의 형태를 많이 갖추려 하지만 기구의 특성상 불필요하다. 또한, 손잡이의 넓이가 좁은 케틀벨을 양손으로 머리 위까지 자주 올렸을 때 어깨 관절에 스트레스가 크다. 흉추의 가동성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부상의 확률이 더 높다. 물론 모든 트레이닝이 부상의 위험이 크지만, 특히나 아메리칸 스타일은 아직 보완해야 할 자세인 것은 확실하다.
케틀벨은 2000년대 트레이닝 방식의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가져 왔다. 복잡하고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에서 단순함을 가져 온 것이다. 사람들은 '단순'은 '지루하다'라는 편견을 지닌다. 그러나 단순한 것은 깊이를 통하여 증명된다.
앞서, 역도란 힘의 길이라고 했다. 도(道)란 깨달음을 뜻하는 단어다. 실제 역도를 조금이라도 배워봤다면 역도의 기술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력, 반응, 집중, 인지 등등 수치화된 트레이닝보다 수련에 가까워지게 된다.
케틀벨은 트레이닝 기술임과 동시에 수련의 의미를 지닌다. 몇 kg을 들어 올렸는지에 대한 경쟁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어떻게 무게를 다루는지, 내가 어떤 관절을 사용하는지, 어떤 근육에 집중했는지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