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MBC를 통해 두 차례 방영된 ‘MBC 다큐 스페셜; 지방의 누명’ 이후 고지방 식품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ㆍ소비가 증가하여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5개 전문 학술단체(대한내분비학회ㆍ대한당뇨병학회ㆍ대한비만학회ㆍ한국영양학회ㆍ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이를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하여 방송 내용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19일 오후 1시부터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축산자조금 연합(이병규 회장)과 축산 바로 알리기 연구회(최윤재 회장) 주최 포럼(주제, ‘고지방식과 건강-고지방식 과연 위험한가?)에서 이에 대한 재반박이 나왔다.
‘지방의 누명’ 방송 이후 5개 단체는 “고지방ㆍ저탄수화물 식단의 체중감량 효과는 단기간에 그친다”고 반박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한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최윤재 교수는 “전체 하루 섭취 칼로리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40~60%인 고지방식을 하면 음식의 맛과 풍미가 증가해 오래 지속하기에 어려움이 없다”며 “오히려 저지방식이 초기에 감량된 체중을 유지하지 못하고 요요현상을 일으킨다”고 되받았다. “고지방식을 오래 하면 근육에서 단백질이 빠져나가 근육 기능이 약화돼 무기력해진다”는 5개 단체의 지적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고지방식은 에너지원의 재분배 효과가 있으며, 에너지원으로 지방을 사용함으로써 근육 기능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고지방식을 지속하면 소변량이 과도하게 증가해 체내 수분이 줄어들어 탈수ㆍ저혈압 위험이 높아진다는 주장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고지방ㆍ저탄수화물 식사를 하면 혈중 인슐린 감소로 인해 신장에서 나트륨 재흡수율이 줄고 나트륨 배출량이 늘어난다”며 “이때 체내 수분이 나트륨과 함께 몸 밖으로 빠져나가 고혈압 개선 효과를 준다”고 설명했다. 일부 저혈압인 사람에겐 일시적으로 두통ㆍ현기증ㆍ메스꺼움ㆍ변비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충분한 물과 채소를 섭취하되, 고지방 식단 관련 전문의사의 도움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
5개 단체는 “고지방식을 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해 심혈관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이에 최 교수는 “고지방식으로 인해 증가하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LDL 콜레스테롤의 입자가 커졌기 때문이며 ‘큰 입자’ LDL 콜레스테롤은 반감기가 짧아 심혈관 질환의 위험요인이 아니다”며 “오히려 고탄수화물 식사를 할 때 증가하는 ‘작은 입자’ LDL 콜레스테롤이 반감기가 길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며 정반대의 의견을 냈다.
‘지방의 누명’엔 식사에서 지방의 섭취 비율을 70~75%로 늘리고, 단백질은 20~25%, 탄수화물은 5~10%로 제한하는 저탄수화물ㆍ고지방 식단이 건강에 이롭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는 달리 보건복지부(2015년)는 식사 내 탄수화물ㆍ단백질ㆍ지방의 적정 비율로 55~65%ㆍ7~20%ㆍ15~30%를 권장하고 있다.
최 교수는 “(자신은) 저탄수화물ㆍ고지방 식단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며 “지방의 섭취 비율을 지금보다 급격하게 늘리기보다는 에너지 공급기준으로 탄수화물ㆍ단백질ㆍ지방의 비율을 40%ㆍ20%ㆍ40%로 조정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의 누명’ 방영 이후 5개 전문단체의 반박, ‘축산 바로 알리기 연구회’의 재반박 등 완전히 다른 건강 정보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제시되면서 그 틈바구니에 낀 소비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확하고 균형 있는 정보 제공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