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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올림피아 #뇌수막염 #손흥민 #범스테드 Pt.2

등록일 2019.12.27 14:26 youtube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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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성환 인스타그램

 

[개근질닷컴] 미스터 올림피아. 보디빌더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꿨을 무대.

 

올림피아는 ‘최고 중의 최고’만 설 수 있는 꿈의 장소다.

 

미스터 올림피아에 출전하기 위해선 먼저 올림피아 아마추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거기서 프로 카드를 획득해야 하는 건 물론, 프로들과 경쟁에서 점수를 쌓아야 올림피아 출전 자격이 생긴다.

 

다만 이 아마추어와 프로 무대의 갭은 상당히 크다. 프로 카드를 발급받은 선수조차 프로 쇼에선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프로 무대에 오르기 위해선 완성도는 필수고, 전체적인 매스나 체중 또한 외국 기준에 맞춰 상향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 무대를 서 본 이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게다가 프로가 돼도 올림피아를 한 번도 참가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IFBB PRO’ 김성환은 올해 고통스러운 인내의 시간 끝에 올림피아 출전권을 따냈다. 그것도 IFBB PRO 무대 도전 첫해에 말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대회 출전 12일을 앞두고 그에게 ‘뇌수막염’이란 또 한 번의 큰 시련이 찾아왔다. 이 병은 바이러스가 뇌척수액공간으로 침투해 생기는 수막염으로 큰 두통을 동반한다. 사실상 일반인은 정상 생활은 커녕 당장 입원해야 하는 질병. ‘올림피아를 뛰고 싶다’는 그의 평생의 꿈이 실현되기 딱 2주전의 일이다. 과연 김성환의 올림피아 여정은 어떻게 마무리됐을까?

 

“뇌수막염 판정을 받고 ‘대회 출전이 가능할까’라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뇌수막염때문에 병원에선 입원 치료를 제안했지만 약만 받고 바로 퇴원해서 나왔다. 머리가 너무 아팠지만, 무대를 포기할 순 없었다.”

 


▲ 사진=김성환 인스타그램

 

캐나다 토론토 프로 쇼 1위는 세계보디빌딩선수권대회 금메달(개인 통산 6회)과는 느낌이 어떻게 달랐나

 

프로 쇼는 팀이나, 국가대표로 출전한 것이 아니니까 소속감이나 안정감이 없어서 이방인이 된 느낌이 들었다. 세계선수권처럼 팀으로 출전했을 땐, 감정을 공유하면 공유할수록 깊어진다. 하지만 프로 쇼에선 그 부분이 많이 축소되다 보니까 낯설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대회를 마치고 나서, 나의 도전 과정 영상을 본 팬분들이 좋은 말과 응원의 댓글을 많이 달아 주고 소통하면서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이젠 정말 ‘IFBB프로 보디빌더’ 김성환이다

 

세계선수권에서 1등을 하면 ‘올해도 잘했다’,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대표로 내 몫을 다했다는 의무감이랄까? 하지만 프로는 본인이 대회를 선택해서 나간다는 차이가 있다. 그 프로들의 레벨에서 1등을 해야 포인트가 모이고 더 상위 레벨의 올림피아 도전의 기회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 쇼는 경기가 끝나도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 프로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1년 내내 더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는 거였다.

 

그리고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했던 미스터 올림피아 예선에 올랐다. 그 여정을 듣고 싶다

 

캐나다 토론토 쇼 이후 조금 후유증이 있었다. 캐나다 시차에 완전히 적응한 거다. 한국에 돌아오니 시차 적응 기간이 필요해서 컨디션이 예전 패턴대로 라이프 사이클이 잡히지 않았다. 또 짧은 기간이었지만 여러 대회에 출전하고, 외국을 다니면서 몸이 긴장했던 터라 한달 간 힘이 좀 들었다.

 

몸도 힘들고 마음도 안 잡혔지만 7월쯤 조금씩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내가 쌓은 포인트로 올림피아에 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시기기도 했다. 그 때문에 또 다른 대회 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상의 몸을 선보이려면 추가로 한 달 정도는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무작정 대회에 나가기보단 다른 선수들의 포인트를 우선 살폈다. 확인해 보니 무난하게 올림피아에 출전할 수 있겠더라. 그때부터 마음을 잡고 내 리듬을 찾았다. 그리고 차근차근 올림피아 준비를 시작했다.

 


▲ 사진=김성환 인스타그램

 

올림피아는 정상급 기량의 선수만 출전할 수 있는 그야말로 ‘별들의 무대’다

 

출전이 확정된 걸 확인하고서도 며칠 동안 신기했다. 계속 ‘아 진짜 나가는구나’하고 곱씹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올림피아에 나가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거다. 올림피아 출전은 다시 뛸 수 있는 원동력이 됐고, 그렇게 본격적으로 대회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준비하면서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어떤 고민이었나

 

프로 쇼 당시에 79kg 체중에 맞춰 1등을 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그 당시 몸을 봐도 다른 외국 선수들보다 근육이 작아 보이지 않았다. 올림피아 무대는 프로 쇼 보다 근육 매스가 더 좋은 선수들이 나올 텐데 한계 체중까지 남은 5kg 여유 체중을 꽉 채워야 할지, 아니면 클래식피지크 기준에 맞춰 82kg 정도의 체중으로 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일단 82kg 밑으로 떨어지면 약간 얇은 느낌이 날까 봐 그 정도의 체중으로 올림피아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운동하는 과정은 순조로웠나

 

개개인 모두 각자가 선호하는 운동 방법이 있다. 근데 다른 선수들은 보통 대회 2주 전까지 체중을 많이 빼둔다. 하지만 나는 특이하게 2주 전까지 체중 관리를 시작하지 않고 2주가 남았을 때 체중 감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벼락치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내 스타일이다. 몸을 계속 다지고 있다가 2주 동안 확 빼고 이틀 정도 회복하고 대회에 나간다.

 

올림피아 준비도 이런 식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체중 88kg에서 89kg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나름대로 컨디션 관리를 잘했다. 또 내 약점 부위 어깨 등을 보강하면서 대회 2주 전까지 최선을 다했다. 근데 대회 12일 전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기 시작했다.

    

머리가?

 

그렇다. 하루는 머리가 너무 아파서 운동을 쉴까 고민하다가 운동하러 나갔다. 그날 아침이 하체(운동) 하는 날이었는데 진짜 억지로 억지로 운동을 마쳤다. 그리고 집으로 걸어 돌아오는데 뒷목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좀 쉬고 오후 운동 갈 때쯤엔 ‘괜찮아지겠지’하고 쉬는 데도 두통이 계속되더라. 그래서 저녁까지 운동도 못 가고 끙끙 앓다 보니 예전에 고생했던 ‘뇌수막염’ 증상이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예전에 뇌수막염으로 일주일 정도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그 증상이랑 너무 비슷했다. 결국 새벽까지 버티고 응급실에 갔다. 응급실에 가본 사람들은 알 거다. 응급실은 그냥 검사만 계속하고 처방을 바로 내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아침 7시쯤 됐는데 몸이 잠깐 좋아졌다. 그 상태를 본 의사가 뇌수막염 검사는 통증이 심하고 불편하니 하루만 더 지켜보는 게 낫겠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하루를 더 지켜봤다.

 


▲ 병원에서 퇴원하는 김성환. 사진=김성환 인스타그램

 

그러면 단지 일시적인 두통이었던 건가

 

상태가 더 나빠졌다. 그래서 다음날 검사해보니까 뇌수막염이 맞았다. 뇌수막염은 최대한 빨리 치료해야 한다. 전날 검사를 하고 치료를 시작했어야 됐는데 내 입장에선 골든타임을 놓치고 하루를 까먹은 거다. ‘대회 출전이 가능할까’라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뇌수막염때문에 병원에선 입원 치료를 제안했다. 하지만 며칠 뒤에 출국해야 하는 상황이고, 짐도 싸야 했기에 약만 받고 바로 퇴원해서 나왔다.

 

운동은커녕 정상 생활이 가능했나?

 

두통이 정말 심해서 운동을 도저히 못 하겠더라. 그래서 음식 조절만 계속하면서 미국에 갈 준비를 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뭔가 준비를 하는데 자꾸 실수가 많아지고, 물건도 자꾸 잃어버리는 때. ‘이거 (올림피아) 나가지 말라는 뜻인가’라는 기분. 하지만 이런 기분을 제쳐 두고 정말 나가고 싶었던 대회기 때문에 일단 라스베가스로 향했다.

 


▲ 2019 IFBB MR OLYMPIA FIGURE 14위 안다정(오른쪽)과 김성환. 사진=김성환 인스타그램

 

순탄치 않은 시작이다

 

올림피아에 집착했던 이유 중 하나는 팬들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기도 했다. 4월부터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올림피아 도전을 약속했다. 나는 그 소통과 약속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컨디션이 안 좋고 몸이 힘들어도 영상을 찍고 그날 그날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출국부터 마지막 조절까지 그 책임감을 위해서 열심히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마지막 2주 동안 확 몰아서 몸을 만드는 계획이 날아가 버리고, 병원 수액 등으로 몸이 부어 생각하는 만큼 몸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 전날까지 신경 안 쓰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정말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에 대회 전날까지 신경을 안 썼다. 그런데 대회 직전에 거울을 보는데 ‘컨디션이 안 좋구나’라는 것을 알겠더라. 실감했다. 그래서 본선 당일 정말 긴장이 많이 됐다.

 

그 당시 기분을 좀 더 설명해달라      

 

선수들은 공감할 거다. 선수가 대회 직전에 몸 상태가 만족스러우면 자신감이 생긴다. 반면 준비가 안 된 걸 느끼면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그때 나는 많은 사람에게 올림피아에 나간다고 해 놨기 때문에 더 불안했던 거 같다. 팬들이 ‘김성환 몇 시에 라이브 하냐’, ‘꼭 보고 싶다’ 등 얘기를 하는데 그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할 까 봐 겁이 났다. 그래서 처음엔 ‘왜 아파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회를 뛰면서 그렇게 아픈 건 처음이었다.

 


▲ 사진=김병정 기자

 

대회 당일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대회 당일엔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이런 경험에 관한 공부도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그래서 좀 덤덤하게 올림피아 대회장을 나갔다. 무대 뒤에서 선수들을 보니까 오히려 ‘만약 내가 베스트 컨디션이었으면 해 볼 만 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최상의 상태가 아니니까 그저 넋 놓고 다른 선수들을 보고 있었다. 이 도전이 절대 끝이 아니니까…최대한 내 눈에 (많이) 담고 싶었다.

 

어떤 걸 눈에 담았나

 

최상위급 선수들의 컨디셔닝이나 피부 상태, 펌핑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눈 여겨 봤다. 특히 관심 있게 본 선수는 이날 3위 한 조지 피터슨(George Peterson)이었다. 근육으로만 봤을 땐 외계인 같았다. 특히 컨디셔닝이 굉장히 좋았는데 대회 끝까지 정말 유지를 잘했다. 근육도 탄성도 좋았다.

 

그리고 클래식 피지크 1위를 한 크리스 범스테스(Chris Bumstead). 이 선수는 무대 뒤에서 옷 입고 가만히 있다가 자기 차례가 되니까 후딱 옷 벗고 조금 펌핑을 한 다음 무대에 올라가더라. 전체적으로 봤을 때 범스테드가 1위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무대에 가니까 확실히 균형미가 좋은 게 느껴졌다. 조지 피터슨이나 브레온 앤슬리(Breon Ansley) 같은 경우는 빌드업을 해서 조금 더 ‘보디빌딩스러운 몸’이었기 때문에 클래식 피지크에서 범스테드가 1위를 한 것 같다.  

*2019 올림피아 클래식 피지크 1위 크리스 범스테스, 2위 브레온 앤슬리, 3위 조지 피터슨  

 


▲ 2019 올림피아 클래식 피지크 조지 피터슨(왼쪽), 크리스 범스테드(가운데). 브레온 앤슬리(오른쪽). 사진=크리스 범스테드 인스타그램

 

그야말로 최고의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은 내가 다시 (경쟁자로 우승을 두고) 도전해야 할 선수들이니까 이 도전이 ‘할 만한 것인지, 계란으로 바위 치기’ 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답답한 마음은 있었지만 열심히 관찰했다.

 

세계 최강의 자리를 다투는 선수들을 보며 자신감이 생겼나  

 

우선 클래식피지크는 타고난 체형이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키가 작고 체형 자체가 길쭉길쭉하지 않아서 체중을 좀 더 빼야 같이 한번 서 볼 수 있겠더라. 그리고 ‘내 장점을 잘 내세우면 옆에 같이 설 수 있겠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 사진=김병정 기자

 

실제로 한국 팬들은 한국 최고인 김성환이 세계 최강이 됐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다

 

나는 대회를 준비할 때 무조건 높은 순위를 받겠다고 생각한다. 설령 그게 올림피아라고 하더라도. 근데 우선 올림피아에서 내가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순위는 현재 아시아 쪽에서 가장 인지도 있는 히데타다 야마기시(아시아 최초 아놀드 클래식 우승) 정도라고 생각한다. 우선 그 정도 레벨이 충분히 내가 달성할 수 있는 단계인 거 같다. 그래서 아시아인이 프로 쇼나 올림피아에 나가서 선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그 목표는 말 그대로 아시아 최고여야 한다. 닿을 수 있을까  

 

못 이룰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보디빌딩 선수로서 나이가 많은 편이 아니다. 현역 시절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쉼없이 노력하고 계속 부딪힐 것이다. 축구에선 손흥민 같은 인기 선수가 나와 그 스포츠 자체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듯이 많은 분이 올림피아를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게 끔 나 역시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김성환의 꿈과 목표에 대한 이야기는 Pt3에서 이어집니다

허준호 (hur.jh@foodnamoo.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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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9-12-27 14:26:46 
허준호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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