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위로위로 홈

[취재파일] 거리로 나온 관장들 “생존권만 지켜달라”

등록일 2020.12.21 11:09 youtube instagram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URL복사 공유하기


사진=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제공

 

[개근질닷컴=청와대] “전국 헬스클럽 모두 폐업 위기다.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키겠다. 위반 시 과태료와 운영정지까지 감수할테니 9시까지 제한 운영만이라도 허용해달라.”

 

엄동설한(嚴冬雪寒). 영하의 날씨가 연일 전국에 혹독하게 몰아치고 있다. 추운 날씨만큼 국민들의 마음도 꽁꽁 얼어 붙었다.

 

벌써 엿새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매일 천 명을 넘어서면서 국내 발생 이후 가장 심각한 전국 상황이다. 거리의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거리엔 인적이 끊겼다.

 

그리고 가장 절박한 심경의 국민 가운데 하나인 이들이 그 거리로 나왔다. 바로 집함급지 명령으로 폐업 위기에 몰린 헬스클럽 관장들이다.

 


사진=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제공

 

서울, 경기, 인천, 부산, 광주, 대구, 충남, 제주. 전국에서 모인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KFMA)와 헬스클럽관장연합회(헬관모) 회원들은 16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18일 경기도청, 20일 청와대 앞에 모여 총 3차례 삭발식과 기자회견, 1인 시위 등을 했다.

 

참여자는 주최 측 추산 각 회차마다 최소 200명에서 최대 500명에 달한다. 거기에 헬관모 온라인 카페들을 통해 지지의사를 보낸 이들은 훨씬 더 많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까지 절박하게 만들었을까.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김성우 회장은 “우리는 체육시설에 대한 특혜를 바라고 이렇게 모인 것이 아니다”라며 “생존권이 달린 일이기에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파르라한 머리. 마스크 안으로 꽉 다문 입술. 결기 가득한 그 표정 위로 업계 위기와 단체 행동의 배경을 전하는 김성우 회장의 얼굴은 금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슬픔과 비통함이 서렸다.

 


사진=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제공

 

김 회장은 “그저 우리도 국민의 한 사람인 동시에, 한 가정의 가장이고 작은 업장의 사장일 뿐이다. 동시에 사회의 구성원으로 책임져야 할 분들이 많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은 갈 곳이 없다. 전국 헬스장 업주들의 올해 평균 수익이 마이너스인 것은 물론 이 상황만으로 최소 몇천만원에서 1억 원 이상 대출을 한 이들이 즐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사정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2.5단계 집함금지명령이 결정타였다. 이젠 폐업위기다. 집합급지가 길어진다면 더 견딜 수 있는 업주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 본다. ‘이게 정말 마지막’이란 마음으로, 피를 토하는 내심으로 호소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사진=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제공

 

‘국가는 체육시설을 죽였다.’ 이들이 근조를 내걸고 전한 메시지다.

 

코로나19 대위기로 많은 국민들은 물론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가장 피해가 심한 것이 주류업계와 체육시설인 것도 사실이다. 제한 운영이라도 하는 다른 시설에 비해 해당 장소는 직접적인 영업정지가 잦았다.

 

특히 체육시설은 올해 직접적인 2차례의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진 것은 물론, 영업 자제 권고 행정명령 등 총 3번의 큰 위기를 겪었다. 개인 선호가 높은 GX(단체운동) 운영 금지 조치에 더해 퍼스널트레이닝(P.T) 회원 숫자까지 확 줄었다. 에어로빅, 발레, 헬스장 등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고위험시설, 혐오시설로 대중들에게 낙인 찍혀 회원 및 이용자 숫자가 급감했다.

 

정확한 통계 자료는 나오지 않았지만 체육시설의 폐업과 운영 정지가 줄을 잇고 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전언. 이젠 업계 자체가 존폐위기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현장의 업주들이 느끼고 있는 위기는 어느 정도일까. 20일 청와대 앞 1인 시위에 참석한 한 업주는 “정확하게 통계는 내야겠지만 이번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최소 50% 이상의 체육 시설이 문을 닫을 것 같다”라며 “12월 이후 한 명의 신규 회원도 유치하지 못한 업장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며 한숨을 크게 쉬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사진=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제공

 

부산에서 피플헬스를 운영중인 장은광 관장은 7명의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부산 지부 관장들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세 차례 행사에 모두 참여했다. 그는 헬스업계가 결코 이기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부산도 2.5단계가 되면서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됐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음식을 먹거나, 씻는 곳들은 모두 영업을 할 수 있다. 반면 헬스장은 마스크 사용과 방역 등을 철저히 지킬 수 있는 구조다. 또한 헬스장은 앞서 언급한 일반 음식점처럼 당일 매출만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휴업 기간에 따른 재개장 시 추가 회원권 연장과 급격한 회원 감소 등의 추가 피해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방역 지침의 철저한 준수하에 오후 9시까지만이라도 영업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특혜가 아닌 타 업종들과 같은 수준의 대우만을 원한다.”

 

특히 장 씨는 정부 정책의 형평성이 어긋나는 것 같다는 견해를 전했다.

 

장 씨는 “모든 자영업자들이 다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점도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국민 한 사람의 입장으로 모든 업종들이 일제히 문을 닫는다면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어려움을 감내하고 정책을 수긍할 수 있다”라고 전제한 이후 “하지만 식사를 할 때나 씻을 때 등 마스크를 쓰지 않고도 영업하는 곳들이 있다. 3단계 조치가 꼭 필요하다면 체육시설업계도 동참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2.5단계 조치에서 사태가 언제 종식될 지 모르는데 체육시설과 헬스업계만 피해를 계속 입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끝으로 장 씨는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정부 정책의 혜택을 하나도 받지 못하고 있다. 운영 중단 등에 동참한 만큼 실질적인 임대료 인하와 세금 감면 등의 정책으로 정부가 국민의 고통을 헤아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헬스장을 운영 중인 이선미 관장은 “전국의 헬스 및 피트니스 업계가 힘든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모든 개인 업주들이 정부정책에 따라 문을 닫고 임대료 감면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태인데 코로나19 대유행의 책임을 각 개인이 모두 져야 하는 구조”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관장은 무엇보다 헬스 및 체육시설이 안전하게 운영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장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어떤 일이 있더라도 헬스장 안에서 이용자분들이 마스크를 벗지 못하게 했고, 샤워장 운영도 중단했다. 모든 방역 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했는데, 그렇게 안전하게 운영하는 곳들이 대다수”라며 “심야 운영이 어렵다면 오후 9시까지만이라도 열 수 있도록 해준다면 이용 면적에 인원이 몰리지 않게 철저히 운영할 수 있다. 헬스장 등이 밀폐 공간이라 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는데 창문만 열어도 충분히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 실제로는 음식점 등이 구조적으로 더 환기가 어렵다”고 항변했다.

 

그렇다면 업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상생과 안전의 길이 그들의 눈과 마음이 바라보는 방향이었다.

 

그래서 김 회장은 끝으로 체육시설 종사자들에게 한 가지를 당부하며, 내부의 다짐도 전했다.

 

“헬스업계를 비롯한 체육업계가 먼저 나서서 철저하게 방역을 지켜야 한다. 많은 업주분들이 국민건강을 위해 이를 잘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일부 업주들의 문제가 국민들에게 나쁜 인식을 심어줬다. 온 국민이 코로나19로 힘든 가운데 체육시설과 헬스장은 많은 이들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장소다.

 

우리 업계가 먼저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켜가겠다.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의 화상 간담회 등에서도 체육시설의 방역 조침 미준수 시 1차 적발 천만원 이상의 과태료, 2차 운영 정지 등의 강력한 지침 시행 등도 건의했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우리도 노력하겠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부디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해줬으면 한다.”

 

거리는 추웠다. 마이크를 쥔 손은 감각이 없을 정도로 아렸다. 하지만 당장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그들의 마음보다 아프진 않을 터였다. 정부가 나서 국민 모두가 안전하게, 그리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한다.

김원익 (one.2@foodnamoo.com) 기자 
<저작권자(c) 개근질닷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등록 2020-12-21 11:09:28 
김원익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관련뉴스 더보기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보디빌딩 연예 스포츠 건강

GGJ 유튜브 더보기

핫이슈 더보기

핫피플 더보기

커뮤니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