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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트레이너’ 정송영, 스스로 피험체가 되다② [The Champ]

등록일 2021.01.22 15:46 youtube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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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송영 제공

 

[개근질닷컴] “선수로서의 정송영은 지식을 검증하기 위한 일종의 *피험자다”

*피험자: 시험이나 실험 따위의 대상이 되는 사람

 

과거 의학·과학계 등에선 종종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몸으로 실험을 하기도 했다.

 

본업이 올림픽 국가대표 전문 트레이너인 정송영은 지난해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림픽이 취소되면서, 그동안 공부해왔던 트레이닝 지식을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과는 놀라웠다. 정송영은 ICN·WNBF·INBA 국내 내추럴 대회 보디빌딩 종목 오버롤을 싹쓸이하며, 스스로 피험자가 된 실험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최소한 자신이 틀린 길을 걷고 있지 않단 걸 만천하에 알린 셈이다.

 

중학교 때부터 격투기로 운동에 입문한 그는 애초에 보디빌딩과는 밀접한 삶을 살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에서 트레이닝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

 

가까운 미래, 선수 전문 최고의 트레이너를 꿈꾸는 정송영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트레이너’란 무엇일까.

 

<[The Champ] ‘전화위복’ 정송영, 내추럴 대회를 정복하다①>에서 이어집니다.

 

정송영 “직접 겪은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널리 알리고 싶다”

 


▲ 사진=정송영 제공

 

웨이트 입문 계기는

 

중학교 때 격투기로 운동을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계속했는데, 격투기 종목은 중등부끼리 하는 경기는 있어도 고등부끼리 하는 경기가 따로 없었다. 다시 말해 고등학생이 경기를 하려면 일반부와 붙어야 했다.

 

일반부 경기에선 가장 낮은 체급도 63kg인데, 당시 내 몸무게는 54kg 밖에 되지 않았다. 선수로서 근육량과 몸무게를 늘려야만 했기에 웨이트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보디빌딩은 어떻게 접하게 됐나

 

처음 웨이트를 시작할 땐 동네 헬스장에 막무가내로 운동을 시작했다.(웃음) 그러다 주변에 같이 운동하는 친구들이 생기면서 관련 정보를 공유하게 됐고, 보디빌딩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첫 대회는 언제

 

웨이트를 하면서 격투기를 계속하던 고3 때 헬스장 관장님의 보디빌딩 대회 참가 권유로 경험 삼아 나갔다. 그 대회가 2007년 서울시장배였는데 -65kg 체급 3위를 했다. 사실 순위에도 못들 줄 알았다. 선수들 몸이 다 너무 좋았으니깐.

 

특히 1등과 2등은 속된 말로 ‘넘사벽’ 수준이었다. 그 두 사람이 2019년 국제보디빌딩연맹 세계선수권에 국가대표로 참가했던 이준규 선수와 지난해 Mr. YMCA 라이트급 우승자 이우형 선수다.(웃음)

 

첫 대회 참가 후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이준규, 이우영 선수를 비롯해 고등부에 이렇게 몸이 좋은 사람들이 있는지 전혀 몰랐으니깐. 또래들 사이에선 나름 몸이 좋다고 생각했던 건 큰 착각이었단 걸 깨달았다. 이후엔 몇 년간 보디빌딩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 군 제대 후 공부와 선수 생활을 병행한 정송영. 2016년 서울시협회장배 대회 참가 모습. 사진=정송영 제공

 

보디빌딩으로 유턴한 시기

 

대학에서도 격투기 선수로 활동했다. 그러다 선택의 기로에 자연스레 서게 됐다. 당시 내 소속은 정찬성 선수를 비롯한 유명 격투기 선수들이 운집한 코리안탑팀이었다. 늘 최선을 다해 훈련에 매진했지만 이 운동을 하면 할수록, 소위 말하는 ‘탑클래스’ 선수가 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문득 들더라.

 

긴 고민 끝에 결국 학업에 더 열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엔 학교 내에 보디빌딩 전공이 있어서 트레이닝 방법론이나, 운동생리학을 공부하다 보니 트레이닝에 대한 깊이가 조금씩 생겼다. 다시 보디빌딩에 대한 흥미가 생긴 것도 이때 부터다.

 

1년을 보디빌딩 관련 공부 후 군에 다녀와선 대한보디빌딩협회 대회 참가를 병행하면서 선수 생활을 했다. 단국대 보디빌딩 팀 주장을 맡았고, 교수님 추천으로 4학년 때부터 석사 과정을 밟았다. 그 과정에서 트레이닝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했고, 실제로도 학교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지도도 했다.

 


▲ 2017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사진=정송영 제공

 

박태환 선수도 트레이닝 한 걸로 알고 있다

 

태환이 같은 경우, 석사 졸업하기 전에 트레이닝을 맡게 되면서 2017년도 세계선수권에 함께 나갔다. 나와 동갑이라서 친구처럼 지낸다.(웃음)

 

태환이를 만난 시기가 앞서 개인 도핑 문제로 컨디션이나 성적이 썩 좋지 않았을 때다. 나와 1년을 준비해서 국제대회는 다 1등을 거뒀고, 세계선수권에선 4등을 했다. 이후에는 전국체전까지 함께 했다.

 


▲ 정송영은 2018 인도네시아 아시안 패러게임에서 값진 동메달을 획득한 골볼 팀의 트레이닝을 담당했다. 사진=정송영 제공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 트레이닝 경험도 있던데

 

학교를 졸업하기 전 석사 논문을 마무리하던 2018년도였다. 아시안게임이 열린 해였는데, 지도 교수님의 급한 요청으로 석사 논문을 한 학기 미루고 선수들의 트레이닝을 맡았다.

 

보통 장애인 국가대표 팀은 트레이너들이 꺼려하는 부분이 있다. 대우가 열악한 것도 있지만, 트레이너를 평생 직업으로 가져갈 거라면 이름 있는 선수들과의 이력이 중요한 게 현실이다.

 

하물며 내가 맡았던 선수들의 종목이 *골볼이였다. 장애인체육에서도 비인기 종목이라 트레이너를 구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부분이 안타깝기도 했고, 힘이 되고 팠다. 다행히 동메달이란 값진 결과로 이어져서, 트레이너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골볼: 소리가 나는 공을 상대 팀 골대에 넣는 시각장애인 스포츠.

 


▲ 왼쪽부터 수영 국가대표 김지현, 박태환, 트레이너 정송영. 사진=정송영 제공

 

선수 트레이닝에 있어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다면

 

운동 전후 스트레칭을 통한 자기 몸 관리를 가장 중요시한다. 태환이랑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느꼈던 건 유명 선수들은 자기관리가 정말 철저하다. 보디빌딩도 자기 관리가 중요한 종목인데 태환이의 경우, 선수로서 롱런하는 이유가 좋은 습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건 바로 운동 전후에 실시하는 스트레칭과 보강 운동이다.

 

그리고 웨이트적인 부분이나, 기능적인 능력을 키워주는 건 트레이너의 기본 소양이지만 무엇보다 선수가 부상을 당하지 않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이끌어 낼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믿는다.

 


▲ 사진=정송영 제공

 

개인 이력에 NSCA KOREA 교육이사가 눈에 띈다

 

NSCA(National Strenth and Conditioning Association)는 일반인들한테 생소한 단어지만, 트레이너분들은 대부분 알고 있을 거다. 전 세계적으로 트레이닝과 관련해서 영향력 있는 단체들 중엔 NSCA를 비롯해 ACSM(미국스포츠의학회), NASM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NSCA는 순수 스트렝스와 컨디션 그리고 트레이닝에 조예가 깊은 단체다.

 

실제 해외에서 만났던 선수 트레이너들도 대부분 NSCA 단체 소속이더라.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 관련 자격증을 따고 공부를 지속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NSCA에서 먼저 교육이사 자리를 제안해줘서 지금까지 3년째 재직 중이다. 주로 NSCA 관련 강의나 단체 자체가 국내에선 많이 알려진 단계가 아니라서 홍보 같은 부분도 겸하고 있다.

 


▲ 사진=정송영 제공

 

트레이닝에 있어 국내와 해외의 차이점도 있을까

 

개인적으로 트레이너 활동을 하면서 미국, 이탈리아, 일본, 헝가리 등 여러 나라에 몇 개월씩 거주했다. 보통 선수들 트레이닝이 끝나면 트레이너들도 개인 운동을 한다. 이 시간에 트레이너 간에 소통을 해보면 나라별로 트레이닝 방법과 가치관이 다름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국내의 경우 현재 피트니스 사업이 발달해 있다 보니 관련 트레이닝만 너무 치우진 경향이 있다. 반면 미국이나 캐나다 등 다른 나라는 기능 운동 분야에 관심이 많다. 예를 들어 자연스러운 몸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일상 생활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트레이닝을 목표로 한단 거다. 또 기본적으로 어떤 운동법을 알려줄 때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운동을 알려주려 한다.

 

나 역시 이러한 마인드가 트레이너라는 직업을 멀리 봤을 때 옳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트레이너를 넘어 한 명의 교육자로서 이러한 부분을 사람들에게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 사진=정송영 제공

 

개인 시즌이 끝난 지 한달 정도 지났다. 최근 근황은

 

올해 국가대표 수영 선수들의 트레이닝을 맡았다. 그런데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물론 ‘3차 대유행’으로 선수들과 웨이트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수영장도 문을 닫아서 선수들이 훈련 자체를 못하는 서로가 답답한 상황이다. *해당 인터뷰는 실내체육시설이 다시 문을 열기전에 진행됐습니다.

 

지금은 개인 회원분 한 명만 집으로 찾아가서 트레이닝을 하고 있고, 2월에 NSCA 교육이 있어서 자료 준비와 함께 공부를 병행 중이다.

 

선수 혹은 트레이너로서 정송영이 앞으로 걸어갈 길은

 

먼저 선수로서의 정송영은 앞으로도 스스로 피험자가 될 생각이다. 운동법에 대한 실험을 통해 결과를 냄으로써 지금까지 해온 공부나 연구에 대한 검증을 꾸준히 해 나갈 것이다.

 

트레이너로선 앞서 얘기했듯 국내와 해외에서 축적한 나만의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교육적으로 널리 알리고 싶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보다 쉽게 하고, 건강해지도록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코로나19로 시름하고 있는 관련 업계 사람들에게

 

코로나19 상황이 1년이 넘어가면서 많은 자영업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당장 트레이너분들만 봐도 그렇다. 너무 슬픈 이야기지만 실제 내 주변에서도 트레이너를 관두거나,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걔 중엔 좋은 트레이너도 많기에 너무 슬프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지만 결국엔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힘낼 수밖에. 분명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이 내비칠 거라 믿는다. 보디빌딩과 피트니스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몸을 만들고 대회에 참가하면서 이 문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들이 있는 한 업계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모두 조금만 더 힘내시길.

 

권성운 (kwon.sw@foodnamoo.com) 기자 
<저작권자(c) 개근질닷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등록 2021-01-22 15: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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