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풍(女風)이 불어온다.
2021년은 여성 피트니스 선수들의 저변이 확대되는 해가 될 전망이다.
한국에서 최초로 열리는 2개 대회 개최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세계보디빌딩연맹(IFBB)은 최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2021 세계피트니스선수권대회 개최 일정을 공지했다. 시기는 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한국 영주에서 총 나흘간이다.
또한 NPC/IFBB PRO LEAGUE의 한국지부인 NPC/IFBB PRO LEAGUE KOREA도 ‘2021 AGP 비키니 프로’ 대회를 6월 13일 서울에서 연다고 지난 4일 밝혔다.
IFBB와 NPC/IFBB PRO리그는 국제 보디빌딩-피트니스계의 양대산맥이자 중심축이라 불릴만한다. 이처럼 주요한 단체의 세계피트니스선수권과 BIKINI PRO쇼란 핵심 국제대회가 한국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먼저 세계피트니스선수권대회는 국제보디빌딩연맹(IFBB) 주관 세계 4대 보디빌딩&피트니스 대회 가운데 하나로, 연맹 가맹국 최대 199개 단체에서 선수들이 출전한다.
한국에선 대한보디빌딩협회 산하의 선발전 등을 치러 국가대표를 선발할 예정이다.
지난 1일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 지자체 개최 국제경기대회 지원 사업 선정 국제대회로 세계피트니스선수권대회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세계피트니스선수권은 국비(10억 원 미만)를 운영비로 지원받고, 문체부와 자치단체의 지원속에 성대하게 치러질 전망이다.
또한 세계피트니스선수권대회는 국가 체육훈장 등의 포인트가 가산되는 국제대회다. 포인트 누적 시 체육훈장 수여와 체육연금 등을 받을 있다.
그간 세계보디빌딩선수권, 세계클래식보디빌딩선수권, 세계피지크선수권 대회 등에 남자 선수들이 출전해 좋은 성적을 올린 사례는 많았다. 하지만 여자 선수들의 출전 기회 자체가 없었던 것이 사실. 그렇기에 IFBB를 기준으로 한국 보디빌딩-피트니스계는 사실상 여성 선수들의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2019년 슬로바키아에서 치러진 세계피트니스선수권에 사상 처음으로 종별 여성 선수단 7명(피지크·비키니피트니스·보디피트니스)을 파견한 바 있다.
여기서 아시아보디빌딩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최서영이 보디피트니스 종목에서 한국 선수 사상 첫 TOP5에 오른바 있다. 이외에도 아시아보디빌딩선수권 등에도 예전보다 더 많은 여성 선수들을 선발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올해는 한국에서 세계피트니스선수권대회가 치러지는 만큼 훨씬 더 큰 규모의 선수단이 꾸려질 전망이다. 출전 종목은 여자 비키니 피트니스, 보디피트니스, 피지크 부문은 거의 확실시 된다. 더해 그동안 선수를 내지 않았던 종목들에서의 선수 파견도 충분히 가능하다.
대회 개최와 맞물려 긍정적인 소식도 나오고 있다. 바로 여성 선수 중심의 실업팀 창단과, 기존 실업팀의 선수 영입이다.
보디빌딩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몇 개 광역자치단체와 지역자치단체에서 여성 선수단 중심의 실업팀 창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한보디빌딩협회 산하 지역협회에서도 여성 선수 영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간판 비키니 선수 최사라는 지난해 올림피아 비키니 15위에 오르며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사진=최사라 SNS
2021 AGP 비키니 프로 대회 개최는 한국에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비키니 종목 선수들에게도 매우 긍정적인 소식이다.
해당 대회는 부상으로 올림피아 출전권이 걸려있는 만큼 쟁쟁한 IFBB BIKINI PRO 선수들이 모두 출전할 전망. 건강미와 컨디셔닝 등을 강조하고 있는 추세의 IFBB BIKINI 경기의 진수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대회에 앞서 5월 열리는 AGP 프로퀄리파이어 대회나, 다른 국제대회를 통해 비키니 PRO 자격을 얻는다면 AGP 비키니 프로 출전이 가능하다. 만약 우승까지 해낸다면 2021년 올림피아 비키니 대회까지 나설 수 있다.
비키니 프로 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그간 AGP시리즈와 몬스터짐 프로쇼 등이 한국에서 최근 몇 년간 열리며 IFBB PRO 카드를 얻는 선수들이 쏟아졌다. 해당 단체와 무대를 지향하는 선수들도 급격히 늘었다.
이는 전체적인 피트니스 업계의 화려한 성장과도 맞물려, 많은 남성 스타 선수들과 트레이너들이 나왔다.
하지만 여성 비키니 선수들의 전진은 남성 선수들보다 더뎠다. 일부 선수들이 비키니 프로 카드를 획득했으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국내 무대 자체가 많지 않았고, 국제대회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낸 선수들이 없었기 때문.
오히려 많은 피트니스 대회들이 등장한 가운데, 비키니 종목은 화려한 볼거리와 엔터테인먼트쪽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경기력면에선 답보 상태의 모습도 보였다. 화려한 외향의 성장과 비교해 내실이 부족했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다 2018년 김하연이 동양인 최초로 올림피아 비키니 경기에 출전하고, 국내에서도 대회가 자주 열리게 되면서 비로소 비키니 선수들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단계다.
이런 와중에 열리는 AGP 비키니 프로 대회는 여성 비키니 선수들에게 또 하나 지향점이자 목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올림피아에도 총 3명의 비키니 선수가 출전해 한층 높아진 대한민국 피트니스의 위상을 널리 알린 바 있다. 현역 최고의 비키니 선수로 꼽히는 최사라는 40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서 15위에 오르며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한때는 서양선수들의 전유물이었고, 아직 세계무대와 한국 선수들의 격차가 큰 것은 사실. 하지만 제2의 김하연과, 제2의 최사라를 넘어 한국을 대표할 또 다른 비키니 선수가 탄생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됐다.
이래저래 여성 선수들에겐 기회의 해가 될 수 있다. 여성 선수들의 건강미 넘치는 도전들이, 긍정적인 영향력으로 번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