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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 임기병 “역도선수·직업군인···종착역은 보디빌딩”

등록일 2021.02.10 15:03 youtube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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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51살이 된 보디빌더 임기병. 사진=임기병 제공

 

[개근질닷컴] “내 나이 이제 *‘지천명’을 넘어섰다. 힘 닫는 데까지 보디빌딩을 하고 싶다”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

 

임기병은 지난해 쉰 살의 나이에 무려 *9개 대회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마스터즈 부문에선 도무지 적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압도적 근질과 노련한 무대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적어도 30년은 보디빌딩을 해 온 ‘라떼빌더’ 같았다.

 

*2020년 대회 출전 및 수상 경력

- INFC 대전 보디빌딩 2위(+47세급)/피지크 2위(+47세급)

- WNC 프라임 보디빌딩 1위(+50세급)/클래식피지크 1위(+50세급)/피지크 1위(+50세급)

- WNC 부산 보디빌딩 1위(+50세급)/클래식피지크 1위(+50세급)/피지크 1위(+50세급)

- INFC 대구 보디빌딩 1위(+47세급)/피지크 1위(+47세급) 및 그랑프리

- ICN 중부 보디빌딩 1위(+40세급)/클래식피지크 1위(+40세급)/피지크 2위(+40세급)

- ICN GRANDPRIX 보디빌딩 2위(+40세급)/클래식피지크 1위(+40세급)/피지크 2위(+40세급)

- WNC 올림피아 보디빌딩 2위(+40세급)/클래식피지크 2위(+40세급)/피지크 2위(+40세급)

- ICN 경기 보디빌딩 1위(+40세급)/클래식피지크 1위(+40세급)/피지크 1위(+40세급)

- ICN 월드컵 보디빌딩 1위(+40세급)/클래식피지크 1위(+40세급)/피지크 1위(+40세급)

 

그러나 무대 뒤편에서 만난 그는 뜻밖의 이야기를 전했다. 자신은 서른 살이 훌쩍 넘어 보디빌딩을 시작한 ‘늦깎이 보디빌더’라고.

 

임기병은 인생의 10대는 역도 선수로, 20~30대 중반까지는 군인으로, 전역 후부터 지금까지는 보디빌더이자 트레이너로 살아가고 있다.

 

반백년의 시간 동안 무려 두 번이나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한 그의 삶은 어땠을까.

 

임기병 “보디빌딩은 남은 내 인생에 종착역이다”

 


▲ 10대에는 역도, 20~30대에는 군인, 현재는 보디빌더이자 공무직을 수행 중인 임기병. 사진=임기병 제공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올해 한국 나이로 51세가 된 임기병이라 한다. 지금 하는 일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체력관리팀장으로 7년째 근무하고 있다.

 

세종청사 소속이면 공무원인가

 

정확하게는 공무원이 아닌 공무직 근로자라 생각하면 된다. 공무직은 공무원과 복지는 같고, 연금에서 차이가 있는 정도다.

 

주요 업무는 청사 내에 총 9개의 체력단련실이 있는데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운동 처방과 지도, 시설 관리 등을 맡고 있다. 최근까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청사 내 체력단련실도 모두 문을 닫게 되면서 언택트 지도도 진행 중이다.

 


▲ 고등학교 시절 세상을 들어올리던 임기병. 사진=임기병 제공

 

나이가 있는 만큼 순수 웨이트 경력도 상당히 오래됐을 것 같다

 

보디빌딩용 웨이트는 나이에 비해 오래되지 않았다. 얘기하자면 조금 길다. 순수 웨이트는 중학교 1학년 때로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야 된다.(웃음)

 

경북체육중·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체육전문학교는 입학하면 1~2개월 동안은 체력테스트와 함께 육상, 복싱, 레슬링, 펜싱 등의 여러 종목을 소개받는다. 어떤 종목이 나와 어울리는지 직접 겪어보는 일종의 과정이다.

 

나 역시 다른 1학년들처럼 종목을 경험하던 와중에 역도 감독님의 눈에 띄게 돼 강력한 권유로 입문하게 됐다. 당시 내 키가 가장 작은 편에 속했는데 다부진 체격과 튼튼한 팔 관절이 마음에 드셨던 것 같다.

 

역도는 얼마나 했나

 

경희대에 입학한 후 곧바로 휴학을 하고 대구에서 실업팀에 들어가 활동을 했다. 그런데 1년 정도 하다가 허리 부상을 당하면서 그만두게 됐다.

 

이후에 보디빌딩의 길을 걷게 된 건가

 

그렇지 않다. 사실 이때까지도 보디빌딩에 대해 잘 몰랐다. 복학 후엔 단순 웨이트 트레이닝만 했다. 이후 군인이 되고 싶어서 육군3사관 학교에 지원했고, 의무 복무 기간인 5년을 채웠다. 그런데 군생활이 체질에 맞아 장기 근무를 신청한 후 (1993년부터) 2008년 소령으로 전역했다.

 


▲ 사진=임기병 제공

 

소령이었으면 중령, 대령까지도 가능했을 텐데

 

부사관과 달리 장교들은 진급해야 되는 기간이 있다. 만약 해당 기간 내에 진급을 하지 못하면 중간에 나가야 된다. 나 같은 경우 진급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있었지만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서 중간에 나온 케이스다.

 

보디빌딩?

 

궁극적으로는 그렇다. 개인적으로 여유도 좀 찾고 싶었고. 현역 군생활을 오래하면서 운동을 거의 못했다. 업무에 치여 할 시간도 거의 없었고, 직업 특성상 부대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이동이 많았던 터라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 바빴다. 특전사 때는 충북 증평에, 3사단에 있을 때는 강원도 철원에… 환경이 이러니 웨이트는커녕 운동 자체를 거의 못했던 게 사실이다.

 

나이는 꼬박꼬박 먹어가는 데 운동을 제대로 못하니 체력이 점점 부치는 걸 실감하게 되더라. 결국 2005년쯤부턴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서 웨이트를 조금씩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07년에 서울 수도방위사령부에 근무할 때 헬스장에서 당시 전 국가대표 보디빌딩 감독 출신 정영애, 신용연 은사님들 눈에 띄면서 지도를 받게 됐다. 이 시기 처음으로 보충제도 먹으면서 본격적으로 웨이트를 했고, 보디빌딩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늦깍이 보디빌더가 탄생하게 된 셈이다.(웃음)

 


▲ 2018년 전국생활체육대축전 -50세급 1위를 차지했던 당시의 모습. 사진=임기병 제공

 

첫 대회는 언제

 

2007년 미스터 서울. 일반부 -75kg 체급에서 3위를 했다. 그때가 36살이었으니 요즘 선수들이 데뷔하는 첫 무대로는 한참 늦었다. 최근엔 고등부를 제외하면 보통은 20대에 첫 무대를 경험하니깐.

 

이후에는 군 복무로 대회 참가를 못하다가 전역 후엔 문화체육부장관기나 도민체전, 생활체육대회 등 작년까지 총 46개 대회에 참가했다. 단순 수치상론 1년에 적어도 4~5개 대회는 꾸준히 참가한 거 같다.

 

*주요 수상 경력 요약(2011~2019)

- 2011 대전광역시생활체육대회 1위(-45세급)

- 2012 전국대학보디빌딩대회 1위(-75kg급)

- 2013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생활체육보디빌딩대회 1위(-45세급)

- 2014 미스터 충북선발대회 일반부 3위(-70kg급)

- 2015 충청북도 도민체육대회 일반부 3위(-75kg급)

- 2016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생활체육보디빌딩대회 1위(46~50세급)

- 2017 대한체육회장배 전국생활체육보디빌딩대회 1위(-50세급)

- 2018 전국 내추럴보디빌딩대회 보디빌딩 그랑프리

- 2019 미스터 충북선발대회 일반부 1위(-70kg급)

 


▲ 지난해 이틀 동안 ICN 대회에 참가해 거둔 트로피와 메달. 사진=임기병 제공

 

지난해엔 지천명이란 나이에 무려 9개 대회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대부분 마스터로 참가했기에 가능했다. 젊은 친구들과 붙었다면 이 정도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을 거다. 개인적으론 성적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회에서 꼭 1등을 해야지’란 마음보단 그냥 좋아서 하는 거고 ‘가서 즐기고 오자’란 마음이 크다. 그러면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오더라.

 

그냥 이런 내모습을 보고 비슷한 연배인 분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있다.

 

30~40대 때와 달리 지난해 대회를 준비하면서 차이점이 있다면

 

재작년, 그러니까 40대까지만 해도 체중 감량이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보통 대회 준비용 다이어트는 2주 정도만 하면 됐다. 그런데 50대가 된 후엔 2주 가지곤 턱도 없더라. 적어도 3~4주는 빼야 그나마 컨디셔닝이 봐줄만 했다.

 

물론 대회 끝나고 나서도 여느 프로 선수들처럼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래도 예전엔 몸 회복이 빨랐다. 반면 딱 지난해부턴 그게 마음처럼 안되더라. 올해도 대회를 결정하게 되면 최소 한 달 정도는 다이어트에 돌입할 생각이다.

 


▲ 사진=임기병 제공

 

지난해는 물론 앞서 도민체전이나 시도대회에서도 항상 입상은 했다. 나만의 강점이 있다면

 

솔직히 하나하나 따져보면 딱히 내세울 만한 강점은 없다. 하체도 부족하고, 복근도 부족하다. 그나마 개인적으로 어깨랑 승모근부터 해서 백 부위 근질이 좋다라고 생각하는 데 사실 대회장만 둘러봐도 워낙 몸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웃음)

 

지난해 아내분이 대회장에 서포터로 함께 온 모습이 보기 좋더라

 

올해로 결혼 17년 차다. 복무 중일 때 지금의 아내와 결혼했다. 강원도 홍천에서 근무할 때 농협에서 일하던 사촌 동생 소개로 만나게 됐다. 아내는 지금 경북 포항에서 농협 과장으로 근무중이다.

 

주말 부부?

 

17년 동안 계속 주말 부부다.(웃음) 현재는 내가 세종시에 거주하고 있고. 군대에 있을 땐 홍천, 춘천, 남양주 등 계속해서 부대를 옮겨 다녔으니까 같이 살 수 있는 환경 자체가 힘들었다. 반 강제적으로 주말 부부 생활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늘 같이 있지 못해서 슬프긴해도 주말 부부라서 좋은 점은 지금도 만나면 떨리고, 너무 좋다.

 


▲ 사진=임기병 제공

 

지난해 대회 때마다 서포터를 왔던 아내는 쉬는 날(주말)을 반납하고 왔던 셈인데

 

최근 2~3년 전부터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서포터를 와줬다. 직장인에게 주말은 황금과도 같은 시간이다.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탄을 발라주는 게 쉬운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시즌 때 예민한 날 케어해주느라 아내가 고생이 많다.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

 

아내에게 잘해야 겠다

 

물론이다.(웃음) 사실 아내가 없으면 나는 혼자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센터 식구나 친구들이 함께 와서 서포터든, 응원이든 해준다. 난 그런 게 일체 없다.

 

체력단련실 팀원들이 있지 않나

 

팀원들 중엔 보디빌딩을 전문적으로 하는 인원이 없다. 대부분 생활체육지도자자격증을 가지고 있지만 농구나 축구, 배드민턴 등 각자 잘 하는 특기 분야가 따로 있다.

 

반백살의 나이에 대회 출전하는 걸 본 팀원들 반응은

 

그냥 ‘대단하다’고 말할 뿐이다. 다들 젊은 친구들인데 그 중에서도 순수하게 몸으로만 따지면 내가 제일 좋으니까.(웃음)

 


▲ 사진=임기병 제공

 

올해 한국 나이로 51살. 임기병에게 보디빌딩이란?

 

군 생활을 하면서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서 만난 보디빌딩은 내 인생에 찾아온 두번째 전환점이다.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몸도 건강해지고. 무엇보다 모든 인생이 그렇지만 순탄치 않은 삶 속에서 자신감을 잃어갈 때 큰 힘이 된 게 보디빌딩이다. 그만큼 이제는 내 인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 됐다. 기차역으로 치면 종착역과 같다.

 

보디빌더로서 최종 목표가 있다면

 

우선 몸이 허락하는 한 이 운동을 오랫동안 하고 싶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미스터코리아 마스터즈 부문에 나가서 입상을 노려볼 생각이다. 추후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에도 참가해 성적을 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인터뷰를 끝내며

 

내가 유명하거나 우수한 선수는 아니다. 스스로도 어디에 가서 보디빌딩 전문 선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동네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몸짱 아저씨 정도나 될까.(웃음) 그럼에도 보디빌딩 전문 미디어에서 이렇게 내 이야기를 들어준 것에 감사드린다.

 

올해는 아마 4월부터 시즌을 들어갈 생각인데 열심히 해서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어서 코로나19가 끝나길 바라며.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사진=권성운 기자

권성운 (kwon.sw@foodnamoo.com) 기자 
<저작권자(c) 개근질닷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등록 2021-02-10 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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