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근질닷컴] “대단하고, 화려하기 보다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어”
아마추어전 7번, 프로전 3번. 10번째 나바AOC무대에서 드디어 프로카드를 따낸 이재훈. 당시 나바 코리아 김영준 감독은 이재훈에 대해 ‘대회를 나올 때마다 꾸준히 발전하는 선수’라고 칭하기도 했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프로선수가 되기까지. 이재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사진=지승섭PD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재훈이라고 합니다. 스포츠 모델로 대회를 출전하면서 슈퍼바디 화곡점, 마곡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트레이너도 겸하고 있어요.
지난 2022 나바AOC 남자 스포츠모델 종목에서 프로카드를 따냈는데, 늦었지만 소감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나바라는 대회는 조금 특별한 존재예요. 처음 피트니스 시장에 들어왔을 때부터 같이 시작했던 대회가 나바이기도 하고, 그동안 정말 많이 출전하기도 했죠. 뭐랄까. 나바는 제게 있어 딱 한마디로 정의가 되는 대회가 아니에요. (웃음) 개인적으로 나바 대회에 대한 추억과 감정이 많이 풍부합니다. 그래서 더 여러 가지 감정이 드는 것 같습니다. 나바 프로카드는 오랫동안 바라왔던 일이었어요. 그저 이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냥 저 혼자만으로 뿌듯한 일이죠.
이번이 10번째 나바 출전이었죠?
네. 2015년부터 대회를 뛰기 시작했어요. 아마추어전만 7번을 나갔고, 프로전은 3번을 나갔습니다. 아마추어전이 좀 오래 걸렸어요. 프로로 가는 길이 많이 험난했죠. 하하.
▲ 사진=장희주 기자
긴 도전 끝에 결국 ‘프로’가 됐는데,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 가족, 지인들이 많이 걱정을 해줬어요. 지난해 9월 대회 이후 다시 올해 4월 대회를 준비하는 게 기간이 많이 짧았던 탓이었죠. 주변에서 진짜 대회를 나가는 게 맞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단기간에 두번의 대회를 출전하지는 않거든요.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서 더 잘 하고 싶었는데, 결과가 좋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인들도 그동안 오랫동안 염원하던 일을 이뤄낸 것에 대해 정말 많이 축하도 해줬고요. 주변분들이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행복했습니다.
▲ 사진=이재훈 SNS
수상 후 인터뷰에서 어머니를 언급하며 ‘앞으로 사람 구실 하면서 살아보려고 한다’라고 했는데. 잘 진행되고 있나요? (웃음)
아쉽게도 어머니하고 아직까지 같이 식사를 못 했어요. 대회 끝나자마자 역류성 식도염에 걸렸거든요. 지금 제대로 식사를 못하고 있는 상태예요.
어머니께는 늘 많이 죄송스럽습니다. 아들이 맨날 틀어박혀서 운동만 하고 있으니까 어머니께서 걱정을 많이 하시거든요.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야 할 나이인데, 운동에만 빠져 있으니까 마음이 안 놓이시나 봐요. 아무래도 골방에 틀어박힌 독거노인이 될까 봐 걱정하시는 것 같아요. 죄송스러운 마음도 생기고, 더 잘 해드려야죠.
연애도, 결혼도 언제든지 가능하실 것 같은데요?
쉽지 않아요. 하하. 그랑프리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에요. (장난)
▲ 사진=장희주 기자
올해 대회는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썼어요?
약점인 하체 분리도에 집중했어요. 더불어서 다이어트 강도에 신경 썼습니다. 항상 하체가 부족하다고 느껴왔거든요. 프로에 이르기까지 오래 걸린 이유 역시 하체가 약한 탓이었죠. 상대적으로 구력이 긴 편이 아니다 보니 하체가 두께감만 있고, 분리도 측면에서 매우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늘 대회를 준비할 때마다 하체와 다이어트가 과제였습니다.
대회에서 보여준 표정이나 무대매너가 굉장히 인상깊었는데요
감사합니다. (웃음) 따로 비법이나 훈련을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동안 만든 몸을 보여주는 것 자체를 즐기는 편이에요. 열심히 했고, 제 몸을 사람들이 인정해줄 때 행복합니다. 그래서 그런 표정들이 나온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는 어떤 생각을 했어요?
‘우선 (이 무대를) 씹어 먹자’라는 식으로 포커스를 맞추긴 해요. 그러다가 씹어 먹히기도 하지만요. 하하. 그래도 최대한 무대에서는 ‘씹어 먹자’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 사진=지승섭PD
나바 무대를 많이 나갔던 만큼 선수들도 많이 알고 있을 텐데. 특별히 의식되는 선수는 없었나요?
많이 알죠. 저보다 늦게 아마추어전을 나가서 먼저 프로전에 데뷔하신 분들도 굉장히 많고요. 조금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의식하는 선수는 딱히 없습니다. 제 성격 자체가 다른 분들의 몸을 보고 ‘와 멋지다’ ‘장난 아니다’ 같은 생각은 하지만, 그걸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저는 그냥 저만 봐요. 시즌이 되면 ‘이번엔 이만큼 몸을 만들어야지’라고 스스로에게 포커스를 더 맞추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데 있어 본인만의 특별한 비결이나 팁 같은 게 있을까요?
특별한 거는 없어요. 운동이라는 게 자기 몸을 잘 아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신을 빨리 파악할수록 운동 효과가 좀 더 높아지거든요. 운동을 할 때, 진심을 다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죠.
굳이 꼽자면 운동량이 굉장히 많아요. 시즌, 비시즌할 것 없이 하루 두 번씩 운동을 합니다. 지금도 시즌이 끝났지만 웬만하면 두 번씩 운동을 하고 있어요. 보통 센터 오픈을 함과 동시에 1차 운동을 하고, 낮에 2차 운동을 하죠. ‘시즌 때만 바짝 특별하게 뭔가를 해야지’가 아니라 계속 쌓아야 결과도 좋은 것 같아요. 시즌이라고 크게 운동법이 바뀌는 건 없습니다. 유산소가 늘고, 식단만 바뀌는 식이에요.
▲ 사진=이재훈 SNS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게요. 운동을 다소 늦게 시작했던데
운동 자체는 어린 나이부터 해왔어요. 18살 때 취미로 웨이트를 시작했죠. 단순히 취미로 운동을 해왔고, 일반 회사를 29살까지 다녔어요. 이후 8년 전인 서른살에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업으로 삼았습니다.
갑자기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요?
회사 사정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 운동이기 때문에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운동을 업으로 삼아야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원래는 무슨 일을 했나요?
대학 전공이 ‘도시 계획 공학부’였어요. 도시 설계와 관련한 공부를 하는 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도시의 용도를 지정을 해서 계획 하에 도시의 장기 계획을 세우는 분야예요. 자연스럽게 전공에 따라 도시계획과 관련한 일을 했습니다.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시점에 맞춘 도시계획이 있었어요. 그 일을 끝내고 그만뒀죠.
▲ 사진=지승섭PD
혹시 회사를 그만두고 운동을 직업으로 삼은 걸 후회한 적은 없나요?
운동을 하면서 힘든 게 없어요. 심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회사를 다닐 때가 더 힘들었어요. 특히 출퇴근 시간이 정말 곤욕이었습니다. 당시 회사가 가락시장에 있었어요. 저는 화곡동에 살았고요. 왕복으로 3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정말 힘들었어요.
운동을 시작한 후에는 시간을 제가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고, 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었죠. 노력한 만큼 대가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만족도는 훨씬 높아요. 더군다나 제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는 거잖아요. 운동으로 일을 바꾼 것에 대해서는 후회한적 없었어요.
▲ 사진=지성종 기자
첫 시작은 웨이트가 아니고 필라테스네요?
네 맞아요. 시작은 필라테스였습니다. 센터 오픈 후에 웨이트와 필라테스를 같이 하게 됐어요.
필라테스를 하게 된 계기는 뭐에요?
헬스장에서 바로 트레이너 일을 시작하기에는 강점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회 출전을 비롯한 여타 경력도 자격증도 없었거든요. 당시에 필라테스가 이제 막 슬슬 떠오르는 운동이었어요. 각광받는 운동이니 우선 슬쩍 발을 담그기 시작했던 거죠. 근데 만만치 않더라고요. 필라테스 교육만 1년 가까이 받았습니다. 이후에 필라테스와 제가 알고 있는 웨이트 지식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게 됐죠.
지금도 수업할 때 필라테스를 많이 활용하나요?
그럼요. 지금도 수업할 때 필요에 따라 필라테스를 반영합니다. 필라테스의 기본이 재활이니까요. 웨이트에서도 재활을 빼놓을 수 없거든요.
▲ 사진=지성종 기자
그럼 선수생활도 필라테스에서 웨이트로 넘어오면서 결심하게 된 거에요?
아니요. 회사를 그만두자마자 시작했어요. 필라테스 교육을 받을 때도 대회 준비는 계속했습니다. 대회 출전도 했고요. 하나씩 차근차근 해 나갈만큼 여유가 많은 나이가 아니었거든요. 모든 걸 한 번에 했던 시기였습니다. 아침에 운동하고, 오후에 필라테스 교육을 받고, 이후 필라테스를 하고, 또 저녁에 웨이트를 했어요.
많은 종목 중에 스포츠모델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확실히 이 종목만의 매력이 있어요. 스포츠모델은 표정, 포징 등 자유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스포츠모델을 선택했어요.
▲ 사진=지성종 기자
혹시 종목을 변경할 계획은 없나요?
항상 생각은 하고 있어요. 스포츠모델 무대를 뛸 때마다 고민을 합니다. 매번 ‘아, 이제는 사이즈가 거의 마지노선이다. 조금만 넘어가면 이 종목을 뛸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종목을 바꾸더라도 클래식 쪽으로 보고 있습니다. 클래식피지크나 클래식모델 쪽으로요. 이 두 종목에 대해서는 대회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앞으로 사이즈를 더 키울 생각도 있는 거에요?
지금 상태에서 크게 변화는 없을 것 같아요. 사이즈는 과하지 않게 할 생각이에요. 쉐입이 예쁜 걸 지향하는 편이기도 하고, 사이즈를 과하게 키우는 것도 정말 힘들고요. 그렇게까지 만들 힘이 없을 것 같아요. (웃음)
▲ 사진=지성종 기자
시즌도 끝났는데 요즘엔 어떻게 지내요?
지금은 압구정점 센터 오픈을 앞두고 있어요. 올해는 레슨보다 센터 오픈에 조금 더 집중할 것 같아요. 우선은 세 군데 센터 모두 운영 잘 해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목표입니다.
센터를 3개나 운영하면 굉장히 바쁠 것 같아요
사실 그렇게 안 바빠요. 하하. 다들 제가 엄청 바쁠 거라고 생각하는데. 오픈할 때만 바쁘고,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안 바쁩니다. 일하는 선생님들이 대단하신 분들이에요. 다들 엄청나게 일을 열심히 해 주니까. 저는 선생님들을 챙겨 주는 것만 잘 하면 됩니다.
앞으로 목표는 뭔가요?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살지는 않아요. 올해 목표는 딱 세 가지입니다. 우선 하나는 센터 오픈하는 것, 다음은 대회 잘 마무리하는 거였죠. 다행히 둘 중 하나는 만족스럽게 끝났고요.
마지막 하나는 ‘조금 편하게 살자’입니다. 편하게 제 삶을 사는 것 말이죠. 서른 살에 이 일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거의 기계와 같이 살았어요. 아마 그동안 저를 지켜본 주변 지인들은 잘 알 거에요. 말 그대로 일, 운동만 하고 살았습니다. 이제는 일과 운동 말고 다른 부분으로도 시선을 돌려서 편하게 살고 싶어요. 그래서 하반기는 휴식을 취하며 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휴식을 위해서 일을 조금 줄일 계획도 있어요?
아니요. 일 할 건 해야죠. 하하. 운동도 마찬가지고요. 할 건 할 거예요. 하루에 두 번씩 운동 해야죠. 비시즌이라고 밥 안 먹는 거 아니니까요. 다만 더 이상 일을 벌리진 않으려고요.
선수로서 목표는요?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대단하고, 화려한 선수보다 그저 꾸준히 발전하고, 꾸준히 대회를 나오는 묵직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화려하고, 튀는 건 성향에 맞지도 않고요. (웃음)
▲ 사진=이재훈 SNS
감사인사 전하고 싶은 분 있을까요?
너무 많죠. 부모님께는 앞에서 감사 사를 진하게 드렸으니까 넘어가고. 직원분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대회 준비를 하는 동안 신경 쓰지 않게끔 직원분들이 굉장히 열심히 일 해줬어요.
같이 일하고 있는 정대진 선수한테도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대회 때문에 시간을 많이 투자 못할 때 대진이가 뒤에서 많이 서포트를 해줬거든요. 이제 점점 일이 많아질 텐데. 저도 뒤에서 대진이를 서포트 해야죠.
▲ 사진=지승섭PD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우선 제가 운영하는 슈퍼바디 마포점과 압구정점에서 직원을 구하고 있거든요. 이력서 많이 넣어 주세요. (웃음) 압구정점은 5월 9일에 오픈하는데 많이들 놀러 오시고, 관심 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제 곧 여름이잖아요. 다들 다이어트하시고, 운동 많이 배우세요. 앞으로 피트니스 시장이 좀 더 커지고 활발해지는 것, 제 바람은 여기까지입니다. 모두들 건강하고 즐겁게 운동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