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근질닷컴] “무대를 봤을 때 딱 ‘저 선수 좋다’라고 말이 나오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올 상반기 가장 많은 이목을 모았던 보디빌더 중 한명을 꼽자면 최재상이 아닐까. 최재상은 올 시즌 출전하는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팬들에게 이름 석자를 확실히 알리고 있다. 자신을 '프로 보디빌더'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날을 꿈꾼다는 그. 최재상이 올해 메인대회로 잡았던 8일 ‘2022 AGP 프로퀄리파이어’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 시즌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심기일전하는 최재상을 개근질닷컴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최재상은 어떤 심정일까?
▲ 사진=지성종 기자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지난 4월 10일 나바AOC에서 익스트림 체급 1등과 프로전 2등을 했고, 4월 16일 몬스터짐 리저널에서 -90kg 체급 1등과 오버롤을 한 최재상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올해 성적이 굉장히 좋아요
다 생각지도 못하게 너무 좋은 성적을 받았어요. 인터뷰마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고, 저조차도 정말 어안이 벙벙합니다. 기분은 그냥 너무 좋죠. 다들 많이 축하해 주시고,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성적과 더불어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요즘 어때요?
정말 감사하게도 진짜 매일매일 새로운 이벤트들이 자꾸 생겨요. 대부분 다 처음 경험하는 겁니다. 많은 분으로부터 관심을 받는 것도, 뭔가 제안을 받는 것도 다 처음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하나’하면서도 내심 기분은 좋아요. 또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하고요. 남들한테 어떻게 비칠까 걱정이 됩니다. 혹시라도 거만해 보이지는 않을까, 조심도 되고요.
▲ 사진=지성종 기자
대회 이야기부터 해볼게요. 나바AOC 당시 제가 봤을 때는 체급 전에서 더 긴장을 많이 하고, 프로 전에서는 즐기는 모습 같았어요. 무대 위 심정은 어땠나요?
맞아요. 사실 체급 전에 대한 부담이 더 컸습니다. 당시 목표가 ‘나바 프로 전 가서 정태민 선수 옆에 나란히 서 보자’ 였거든요. 정태민 선수와 같이 운동도 하고, 친분이 있어서 함께 무대에서 예쁜 그림을 만들어보자는 생각뿐이었어요. 프로 전 출전만으로 그 목표는 달성했으니까. 그저 즐기고 내려올 계획이었죠. 예상치도 못하게 좋은 성적을 주셔서 놀라기도 하고, 너무 좋았습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곧바로 다음 주에 진행된 몬스터짐 리저널에서는 오버롤까지 따냈어요. 그때 심정은 어땠나요?
사실 제가 오버롤이 처음이에요. (웃음) 첫 오버롤인 만큼 정말 의미가 있는 무대였습니다. 또 몬스터짐이라는 큰 경기에서 오버롤을 했다는 자체만으로 너무 좋았어요.
몬스터짐 리저널 때는 체중이 좀 올라서 상대적으로 준비를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기대를 안 하고 무대에 올랐죠. 당시에는 ‘체급 2, 3등 정도만 하자. 빨리 끝내고 밥 먹으러 가자’라고 생각했는데, 오버롤이라니 (놀랄 수밖에 없었죠)하하.
▲ 사진=지성종 기자
두 대회 일정 차이가 얼마 나지 않지만, 대회마다 특별히 신경 썼던 부분이 있나요?
나바는 컨디셔닝을 많이 보는 만큼 최대한의 컨디셔닝을 짧은 기간 안에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나바AOC는 5주 동안 준비했는데, 기간이 짧은 만큼 급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만큼 더 컨디셔닝에 포커스를 뒀습니다.
반면, 몬스터짐 리저널은 탄수화물 양과 훈련량을 늘렸어요. 근육의 모양과 크기에 조금 더 집중을 한 경기였습니다. 나바에 비해 컨디셔닝 부분은 자신이 없었는데, 근육이 조금 더 뚫고 나오다 보니까 좋게 보였던 것 같아요.
▲ 사진=지성종 기자
말 나온 김에 본인이 생각하는 우승 비결은 뭘까요?
우승비결이요? 겸손이 아니라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자신을 볼 때 늘 다 마음에 안 들어요. (웃음)
▲ 사진=지성종 기자
본인에 대한 인상 깊었던 댓글이나 평가를 물어봐도 될까요?
‘올해는 전면에서 보이는 광배근이 좋다.’, ‘대퇴부가 잘 펼쳐졌다’라고 말들을 많이 해 주셨어요. 그런 댓글들도 참 좋았습니다. 또 등이 항상 약점이어서 이번 시즌에는 등에 특히 중점을 많이 뒀어요. 그런데 등에 대한 칭찬도 많았거든요. 그게 제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반면에 아쉬웠던 점을 꼽는다면요?
나바 때도 그렇고, 냉정하게 어깨나 팔에 있어서 메스가 좀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번에는 어깨와 팔에 중점을 두고 5월 8일에 있을 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시즌을 준비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일까요?
선수분들 다 똑같겠지만, 운동에만 매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아무래도 여유가 없다 보니 심리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굉장히 힘들었죠. 돌이켜보면 선수들 대부분이 겪는 보통의 힘듦이었던 것 같아요. 당연히 참아내야 하는 그런 것들이요.
▲ 사진=지성종 기자
웨이트는 언제부터 시작했어요?
중고등학교 때 팔씨름이 세지고 싶어서, 어깨가 넓어지고 싶어서 맨몸 운동이나 팔굽혀펴기, 턱걸이를 자주 했어요. 그걸 제외하고 본격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한 건 체육대학에 진학한 후가 처음입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보디빌딩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뭔가요?
단순히 운동과 몸 키우는 게 좋았습니다. 또 분위기 영향을 좀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대학에 진학하고 보니 덩치가 다 크더라고요. (웃음) 선배인가 싶어서 살펴보면 후배인 경우가 많았죠. 보디빌딩을 하는 후배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면서 보디빌딩에 더 많이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평소 운동은 어떻게 해요?
요즘은 하루에 웨이트를 두 번 합니다. 기본은 두 번이고, 많이 하면 세 번씩도 해요. 하루에 전신이 다 돌 때도 있고요. 시즌이라는 특이한 상황이라서 딱히 분할은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보디빌딩 선수 생활이 쉽지 않잖아요. 힘든 부분은 없나요?
선수분들 다 똑같겠지만, 운동에만 매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아무래도 여유가 없다 보니 심리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굉장히 힘들었죠. 돌이켜보면 선수들 대부분이 겪는 보통의 힘듦이었던 것 같아요. 당연히 참아내야 하는 그런 것들이요.
▲ 사진=지성종 기자
침체기는 없었어요?
18년도 나바에 출전한 이후 19년도에 침체기가 찾아왔어요. 재팬 프로퀄리파이어 대회부터인 것 같아요. 대회를 출전한 후 이래저래 그냥 사람들이 다 싫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운동하는 것도 싫고. 정신적으로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어떻게 극복했어요?
많이 회복하려고 노력했죠. 빨리 제자리 잡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어쨌든 결국엔 내 인생이니까 내가 빨리 움직여서 보여줘야 하고,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악에 받쳐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아요.
▲ 사진=숀 클라리다 SNS
국내외 선수 중 동기부여를 받는 사람이 있나요?
IFBB 프로 중에 숀 클라리다(Shaun Clarida)라는 선수가 있어요. 이 선수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212 챔프도 몇 번이나 했던 선수죠. 이 선수의 별명이 ‘자이언트 킬러’입니다.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큰 선수들을 다 이겼기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어요. 저도 비록 키는 작아도 큰 선수들을 다 이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 사진=지성종 기자
5월 8일 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지금 심정은 어때요?
앞에 뛰었던 경기 결과가 좋은 덕분에 부담은 좀 덜었어요. 그래도 굉장히 욕심이 나는 무대인 건 변함이 없습니다. 마지막까지 좋은 결과를 내서 ‘나 프로 보디빌더야’라고 말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 사진=지성종 기자
시즌 마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건 뭐예요?
지금은 머릿속에 운동만 있어서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봤습니다. 다만 좀 쉬고 싶기는 하죠. 지금 생각해 보면 제주도에도 가보고 싶고, 아니면 2~3일 정도 편하게 먹고, 사람들 만나서 감사 인사도 하고 싶어요.
▲ 사진=지성종 기자
그럼 대회 끝나자마자 푹 쉬시는 건가요?
그러고 싶은데 레슨 문의가 좀 많이 밀려 있어요. 레슨도 바로 진행해야 하고, 대회 준비하면서 중지해 뒀던 레슨도 시작해야하기 때문에 아마 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하하.
▲ 사진=지성종 기자
앞으로 목표는 무엇일까요?
우선 감히 말씀을 드리자면 5월 8일에 있을 대회에서 프로 카드를 따는 거요. 프로 카드를 취득하는 것만으로 ‘프로 보디빌더’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프로 자격을 얻은 후에 진짜 프로로써 두각을 드러내는 게 목표입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앞으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눈이 즐거운 선수였으면 좋겠어요. 무대에는 수많은 선수가 서잖아요. 무대를 봤을 때 딱 ‘저 선수 좋다’라고 말이 나오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볼 때마다 근육이 움직이고 분리도나 크기 등 많은 분이 봤을 때 만족스러운 ‘눈이 즐거운 선수’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사람 ‘최재상’은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운동을 하면서 늘 배가 고팠어요. 넉넉지 않았죠. 그래서 베풀고 싶어요. 제가 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 나이가 들수록 감사한 건 항상 표현해도 모자라고, 베풀어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도 보디빌더 최재상의 좋은 모습을 더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