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오디션 '프로듀스101'이 큰 인기를 끌면서 'PICK(픽)'이라는 단어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내가 직접 뽑은 혹은 찜한'의 의미로 사용되며 고정팬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개근질닷컴은 새해를 맞아 직접 선별한 운동인의 생생한 스토리를 'Pick터뷰'에 담고, 다음 대상을 지목하는 릴레이 제도를 진행한다. 직업·취향도 각기 다른 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본다.<편집자 주>
태평양 상에 떠 있는 작은 섬의 이름에서 따온 '비키니'. 1950년 국내 보급 당시 충격적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지금은 여름을 상징하는 대표 의류로 자리 잡았다.
피트니스 업계에서 비키니는 색다른 의미를 갖는다. 최소한의 가림을 통해 여성이 가장 예쁜 몸매를 드러낼 수 있는 경기복으로 사용된다. 가림의 미학으로 여겨지던 비키니를 드러냄의 상징으로 바꾼 김차희 시즌 대표를 만났다.
▲ 김차희 시즌 대표. 사진=백승준 PD
■ 나바 대회서 얻은 영감, 명품 비키니몰 '시즌' 설립으로
김차희 대표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대기업 사원으로 일했다. 주변의 부러움을 사며 약 4년간 재무를 담당했지만 정작 답답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대기업에 다닌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었어요"라며 "고정된 월급, 딱딱한 근무복장, 수동적 근무 환경 등을 겪으면서 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강했죠"라고 말했다.
평소 운동을 좋아했던 김 대표는 개인트레이너 선생님이 출전한 대회를 우연히 따라갔다가 비키니 선수들의 체형을 보고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녀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김민희·공효진씨 같은 날씬한 스타일이 대세였는데 건강함을 겸비한 선수들이 무대에 선 것을 보고 트렌드가 바뀌었다는 걸 직감했죠. 나바코리아 1회 대회를 보는 순간 확신이 섰어요"라고 얘기했다.
▲ 시즌 CI. 사진=시즌 제공
김 대표는 비키니 선수들이 탄탄하고 건강한 라인을 어필하는 것을 보고 국내외 모든 비키니 선수들을 관찰했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 덕분에 서양 선수와 한국 선수의 체형 차이부터 비키니 패턴, 미싱기계 사용법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공부했다.
실제로 해외 선수들에 비해 국내 선수들의 바디 라인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비키니가 눈에 들어왔다. 세련된 디자인도 없었고 무대에서 보여주는 전체적인 실루엣과 체형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 그녀는 국내 선수들의 체형을 보완하고 라인을 살리는 맞춤형 비키니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업계에 발을 들였다.
■ 선수 중심 맞춤형 디자인, 라인 이해도에서 나온다
피트니스계에 지인 한명 없이 이 업계에 첫 발을 들인 그녀는 인맥을 중요시 하는 업계 특성상 시즌이 자리매김하기까지 부단히 노력했다.
김 대표는 지인들에게 판매를 강요하는 초기 시장 접근법을 피하고 오로지 제품의 품질로만 승부를 걸었다. SNS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제품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고 열심히 홍보한 끝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지인을 통한 구매가 많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제품이 우수하고 본인의 체형과 장단점을 가장 잘 보완 해주는 제품을 찾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수십번의 패턴수정과 수백번의 피팅을 통해서 지금의 시즌이 탄생했어요. 최고 퀄리티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 김차희 대표가 제품을 스타일링하고 있다. 사진=백승준 PD
현재 시즌은 국내에서 소위 '핫(Hot)'하다는 선수들의 '믿고 맡기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몸을 가장 잘 보여주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선수들의 몸매와 콘셉트에 맞는 스타일링 연출도 조언해 주면서 고정 고객층을 늘려가고 있다.
그녀는 "디테일한 근육 디자인이 선수 몫이면, 전체적 라인과 비율을 잡아주는 건 비키니가 담당한다고 생각해요"라며 "시즌비키니는 이 부분을 철저하게 이해하고 만들기 때문에 한 번 입어본 선수들은 재구매 확률이 높죠"라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최시라, 홍유리, 김하연 등 국내 비키니 종목에서 내노라 하는 선수들이 시즌의 비키니 제품을 입고 입상했다. 특히 김하연 선수의 경우 시즌비키니 의상을 입고 '2017 IFBB 산마리노 올림피아' 비키니 종목에서 아마추어·프로 부문 우승을 거뒀다.
자신이 만든 비키니를 입은 선수가 입상하면 본인이 상을 받은 것처럼 기뻤다는 김 대표. 그녀가 생각하는 업계 전망은 어떨까.
김 대표는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자연스레 경쟁 업체도 늘어날 것 같아요"라며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높아진 만큼 경기복을 비롯한 의류업계도 발전해 글로벌 시장을 노려야죠"라고 포부를 밝혔다.
* 인터뷰를 마친 김 대표에게 경기복 맞춤팁을 묻자 "본인이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표현할 것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해요. 선수 개개인별 헤어, 메이컵, 포징, 무대연출 능력 등 전반적인 컨셉을 파악해요. 그리고 그 컨셉에 맞게 비키니 컬러, 무게감, 밝기 등을 조절해서 완벽히 선수와 하나가 되는 경기복을 제작 해드려요. 그래야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노하우를 전했다.
-Pick터뷰 지목: 다음 Pick터뷰어는 마블짐 <김도연> 트레이너를 추천합니다.
권순철 기자 (sc.kwon@ggj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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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8-02-13 1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