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지성종 기자
[개근질닷컴] 부캐릭터의 줄임말인 ‘부캐’는 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를 뜻하는 말로, 온라인 게임에서 유래했다. 최근 개그맨 등이 자신의 본 캐릭터가 아닌 다른 캐릭터를 내세워 활동하는 사례가 늘면서 방송계에서도 자주 쓰이는 말이 됐다.
[부캐빌더]에서는 본업은 따로 있지만 보디빌딩&피트니스 선수라는 ‘부캐’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조명한다.
*<‘머슬캅’ 박건일 “이상적인 경찰상(像)을 원했다”①>에서 이어집니다.
▲ 사진=박건일 제공
최초(最初): 맨 처음.
*홍길동, 윤여정, 박지성, 방탄소년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최초의 기록을 지닌 자 들이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최초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 최초의 프리미어리거, 최초 한국인 빌보드 핫100차트 1위.
무언가의 ‘최초’는 선구자로서 존경받으며 사람들을 열광케 한다.
박건일의 본업은 경찰관이다. 하지만 ‘부캐’로서의 최대 목표이자 꿈 중 하나는 ‘경찰관 최초, 보디빌딩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 이를 위해 그가 세운 올 시즌 계획과 앞으로의 각오를 들어봤다.
“본업으로 규칙적인 운동은 힘들지만, 틈날 때마다 덤벨을 들어올렸다”
▲ 사진=박건일 제공
일과 운동을 병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운동 시간은 언제인지
업무 특성상 당직도 있고, 밤샘 근무도 있다 보니 정해진 시간에 운동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특히 지금 부서는 집회 관리가 주말에 걸리거나 당장 다음날 집회가 있으면 퇴근도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틈날 때마다 운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8시까지 출근해야 되면 6시에 일어나서 1시간이라도 운동을 꼭 한다. 출근해선 쉬는 시간에 맨몸 운동으로 보충 중이다.
사실 결혼하고 자녀가 생긴 후엔 육아까지 공동으로 하고 있어서 시간이 더 한정적이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시간을 짜내서 하루도 거르지 않으려 운동하려고 노력 중이다. 운동은 시간 날 때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하는 거니깐.
▲ 2021 Mr.YMCA 클래식보디빌딩 +180cm 체급전. 사진=지성종 기자
그런 부지런함이 지난해 성적과도 연결된 것 같다. 시즌 동안 운동 루틴과 식단은 어떻게 가져갔나
앞서 얘기했듯이 고정적인 루틴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날마다 운동 루틴이 다르다. 만약 당일 날 시간이 없으면 가장 덜 피곤한 부위를 운동하고, 두 시간이 있으면 두 부위를 한다. 말 그대로 랜덤이다.(웃음)
그리고 평소에는 건강식을 챙겨 먹는다. 체지방은 8~9%를 유지해 두 자리로 올리지 않으려고 한다. 시즌 때 식단은 3일 정도는 저탄수화물을 가져가고, 하루는 어느 정도 탄수화물을 좀 더 섭취해 컨디션이 회복되면 다시 탄수화물을 제한했다. 그리고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좀 더 조절을 한다. 체지방이 좀 덜 빠지면 저탄을 더 늘리는 식이다.
한 가지 궁금한 건 분명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회식 자리도 있을 텐데 그럴 때 식단은 어떻게 하나
3일 간 저탄수화물 후에 하루를 먹는다고 했는데, 이 날을 회식 날짜에 맞춘다. 그렇게 해서라도 회식은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 아무래도 조직 생활에서 혼자 빠지긴 좀 그렇다.(웃음)
▲ 사진=박건일 제공
보디빌딩 말고도 다른 운동도 많이 하는 것 같더라
골프를 취미로 하고 있는데 농구, 축구, 야구 등 공으로 하는 건 다 좋아한다.
팔씨름 선수로도 활동했던데
어릴 때부터 피지컬이 남달라서 힘도 굉장히 셌다. 30살 이전까지 팔씨름을 져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팔씨름으로 내가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갈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고,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아마추어 팔씨름 대회였는데 운이 좋게 우승을 차지했다. 팔씨름도 아마추어와 프로 대회가 따로 있다.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을 2회 기록하면 프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데 1회 우승으로 만족했다.
▲ 사진=박건일 제공
이유는?
이전까진 압도적인 팔 힘으로 상대방을 넘겼으니 데미지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아마추어 대회라도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강자들과의 승부는 관절과 팔의 인대 손상을 불러왔다. 자연스레 웨이트 하는데도 지장이 생겼다. 예를 들면 며칠 동안 아예 상완이두근 운동은 꿈도 못 꾸게 되더라.
결국 두 운동을 병행하는 건 무리라 판단했고, 팔씨름보다 웨이트를 택하게 됐다. 그렇다고 팔씨름을 아예 그만둘 생각은 아니다. 좋은 기회가 있다면 또 나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
보디빌딩은 부상이 없는 한 계속 할 건가
개인적으로 퇴직 전까지 지금의 몸을 유지하고 싶다. 분명 많은 노력이 수반될 거다. 나이가 들수록 관리하는 게 더 힘들테니깐. 각오는 하고 있다.(웃음)
▲ 2019 제30회 서울특별시장배보디빌딩대회 그랑프리 결정전. 사진=개근질닷컴 DB
올해 시즌 계획은 어떻게 되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미스터 서울, Mr. YMCA, 미스터 코리아에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그리고 만약 코로나19로 2년 연속 열리지 못한 서울시장배가 개최된다면 그랑프리를 목표로 출전할 계획이다. 최근 마지막으로 열렸던 2019년도엔 국가대표 백재욱 선수와 그랑프리전에서 맞붙었는데 아쉽게 2위를 기록했다.
▲ 2021 미스터코리아 클래식보디빌딩 +180cm 결선. 사진=지성종 기자
서울시장배 외에는 모두 클래식보디빌딩으로 나갈 건지
미스터 코리아만 클래식보디빌딩으로 출전할 생각이다. 나머진 다 클래식보디빌딩 우승을 거뒀는데 코리아에선 아직 체급 우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나름의 졸업 기준이 체급 우승인 셈이다. (웃음)
올 시즌엔 어떤 부위 보완에 중점을 둘 건가
보완해야 될 부분이 너무 많다. 개인적인 약점은 가슴하고 등이다. 그래서 틈 날때마다 열심히 발전시키려 노력 중이다.
▲ 2021년 시즌 출전한 대회별 트로피와 메달들. 사진=박건일 제공
2022년 시즌을 앞둔 각오 한 마디
경찰관 최초로 국가대표로 발탁돼서 세계선수권에 파견되는 게 목표다. 기필코 그렇게 만들 거다. 누구는 너무 확신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지만 스스로 이렇게 뱉어야 그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 같다.
덧붙이는 말
보디빌딩은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한 운동이다. 특히 대회를 준비해서 나가는 모든 이들은 더 깊이 공감할 거다. 가족들과 직장 동료들이 있었기에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늘 감사하고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는 선수이자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듬직한 경찰관이 되겠다.
▲ 사진=박건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