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마친 뒤, 두 번째 종목을 위해 바꿈터로 달려가 간단히 물기를 닦았다. 곧바로 헬멧, 고글, 신발을 신고 사이클에 오르니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앞으로 나아가는 나를 감싸는 시원한 바람이 조금씩 나를 흥분시켰다. 그런데 나중에는 그것이 실수라는 걸 깨달았다. 훈련한대로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했어야 했다. 나도 모르게 기분에 따라 오버페이스를 해버린 것이었다. 어쨌든 사이클은 기분 좋게 40km 완주.
다시 바꿈터에서 운동화로 갈아 신고 마지막 10km 마라톤 코스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3km 지점부터 바늘로 무릎을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사이클에서의 오버페이스 탓이 분명했다. 정말 경기를 포기하고 싶을 만큼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 세 번째 종목인 마라톤에 들어서니 고통이 찾아왔다. 사진 제공 = 김성태 선수
그 때 앞에 어떤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앞에서 달리는 양 팔 없는 선수분과 빨대가 달린 물통을 들고 계신 아내분의 모습이었다. 그 선수분은 마라톤 중간 아내분께 다가가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다시 출발했다. 그 순간 나는 스스로가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이렇게 포기를 고민할 바에야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다행히 그 선수분 덕에 포기하고 싶던 마음을 정리하고 끝끝내 결승선을 통과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법을 알려준 철인 3종 경기는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기에 충분했다. 철인 3종 후, 나의 몸과 마음이 이전보다 확실히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