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빌딩과 피트니스 대회장 무대 아래, 바늘과 실을 가지고 모니터링 하는 사람이 있다. 핏키니 김미소 대표(이하 김 대표)는 선수들이 입은 의상에 문제가 없는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주시하며 기다리고 있다. 김 대표는 보디빌딩과 피트니스 선수들의 선수복을 전문적으로 제작한다. 다이어트 블로그를 운영하던 김 대표가 어떻게 피트니스 경기복을 제작하게 됐을까?
김 대표는 한때 '미소의 다이어트' 블로그를 운영한 파워블로거였다. 현재 주은정 씨와 함께 핏키니(FITKINI)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두 대표는 블로그를 통해 인연을 맺어 선수 생활을 함께하며 지금의 핏키니를 만들어냈다. 핏키니는 피트니스와 비키니의 합성어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선수들 사이에서는 '핏이 좋아 핏키니다'라는 소문이 났다.
두 대표 모두 국내·외 보디빌딩대회에서 다양한 입상 경험이 있다. 특히 주은정 대표는 김 대표의 권유로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나바 호주 대회에서 비키니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 김미소(좌측), 주은정(우측) 대표는 함께 대회를 출전하기도 했다. 사진 제공 = 핏키니
선수복에 관심을 가진 것도 선수생활을 하면서였다. 국내에서는 선수복을 제작하는 곳이 몇 군데 없어 해외 직구로 구입하다가 직접 리폼하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리폼하고 제작해서 입다보니 함께 출전하는 선수들이 관심을 보였다. 김 대표의 친구였던 춘리, 조은진 선수가 농담으로 만들어달라고 한 말이 계기가 되었다. 블로그에 선수복 제작에 대한 글을 올리자 주문이 스무 벌이나 들어와 첫 제작이 이뤄졌다.
▲ 김 대표의 바디 프로필을 보고 비키니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사진 제공 = 핏키니
선수복 제작 기간은 2주에서 8주 정도 소요된다. 주로 영화나 드라마 캐릭터를 떠올리면서 선수의 이미지에 맞게 하나하나 디자인을 한다. 또한, 김 대표는 "대기시간도 길고 몇 달을 준비한 선수들의 몸이 최대한 옷에 가려지지 않고 잘 부각되려고 한다. 그래서 화려함보다는 핏감을 중시하고 포징시에 거슬리지 않는 편안함에 신경을 많이 쓴다."며 제작 과정을 밝혔다.
김 대표는 모든 제품을 만들 때 본인의 선수 시절을 떠올린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선수복뿐만 아니라 경기화도 직접 제작한다. 선수 시절, 외국 브랜드의 구두를 신고 워킹 연습을 하다가 발이 많이 까져서 신발을 몇 개씩 바꿔 신으며 대회를 준비했다. 몇 번만 신어도 프로탄으로 유리구두가 지저분해지는 건 허다했다. 그래서 직접 동양인의 발에 맞춰 발등을 바꾼 유리구두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메모리폼을 깔아 폭신함을 더했고, 탄이 묻어도 티가 덜 나게 초콜릿 색으로 바닥을 입혔다.
김 대표는 선수와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다며 "선수들이 예민한 시기이다. 단순히 옷을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선수분들을 진심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정말 힘든 일이다."라고 전했다. 이렇게 선수와 소통하며 의상이 만들어진다.
김 대표는 대회가 끝난 뒤 '핏키니 덕분에 입상했다'라는 감사 인사를 받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요즘은 핏키니를 입고 1등 하신 선수분들의 이름을 붙여 비키니 이름을 짓는다. 모든 디자인의 선수복이 애착 가지만 특히 그랑프리한 선수의 옷은 의미도 있고 뿌듯하여 이름을 짓고 있다고 전했다.
▲ 선수의 이름을 붙여 경기복을 만든다. 사진 제공 = 핏키니
핏키니가 유명해지면서 김 대표는 6년간 이어오던 운동을 4개월 전에 멈췄다. 운동보다 선수복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싶어서다. 김 대표는 "현재 천 명 이상의 선수들에게 선수복을 만들어드렸다, 앞으로는 천명이 아닌 만 명 이상의 선수분들 옷을 만들고 싶다."며 "종종 외국 선수분들 주문이 들어온다. 외국의 한 브랜드처럼 세계 선수분들이 더 많이 인정해주는 선수복을 만들겠다"라고 목표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