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합을 끝낸 선수들이 가장 먼저 하는 것 중 하나가 뭘까? 바로 먹는 일이다. 시합을 준비하면서 먹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먹는 그 날을 상상하며 참고 또 참아왔다. 나 또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시합 등록과 동시에 주변에서 가장 가까운 뷔페가 어디인지 미리 확인하고 예약까지 했을 정도였다. 무대에 입장할 때보다 더 당당하게 뷔페 입구로 들어서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했다.
▲ 시합이 끝나고 뷔페에 입장하기 전 마지막 복근. 사진 제공 = 김성태 선수
정말 배가 터질 만큼 먹고 또 먹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시합이 열린 대구에서 바로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미리 회사에 휴가를 냈다. 강원도를 경유하는 코스로 2박 3일간의 먹방 여행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사실, 임신 중인 아내가 시합을 준비하는 남편 눈치를 보면서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고 배려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을 보답해야 했다. 임산부보다 더 예민했던 남편의 편이 되어준 아내에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운동이 힘든 것 중 하나가 먹는 즐거움을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함께 생활하는 가족과의 식사뿐만 아니라 모임에 갈 때면 늘 도시락을 준비해야 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술 대신 물을 마시며 새벽까지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나는 목표가 있어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오히려 나보다 더 불편해하거나 미안함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었다. 다행히 친구들은 ‘네가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는 장소를 고르라며 약속 장소를 배려해주기도 했다. 이러한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도 보디빌더의 도전을 마무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어쨌거나 시합을 마친 후 아내, 뱃속의 백록이(태명)와 함께 쉴 새 없이 영양을 보충했다. 하루, 이틀 그리고 3일을 그렇게 먹고 거울을 본 나는 허무한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3일 전의 복근은 정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기 때문이다. 설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그 자체다. 많은 사람이 한 번 만든 복근이 어떻게 그리 쉽게 사라지냐고 묻는다. 너무 쉽게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 뒤 후배 선수들에게 시합 후 하루에 한 끼 정도만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서 관리를 이어가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많은 후배들이 통제 불능의 상태 속에서 나와 같은 경험을 하고 내 말을 듣지 않아 후회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바디 프로필 촬영도 마찬가지다. 촬영을 잘 끝내고 1주 혹은 2주 뒤에 완성본을 받았는데, 사진 속의 몸과 지금의 몸이 완전 다르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누구나 원하는 무언가를 노력을 통해 힘들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관리하는 능력을 배우지 않으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너무 쉽게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든 탑도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