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 이곳에 온 지 벌써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땐 당장 보디빌딩 시합에 참가할 수 없었다. 한국에서 안정적인 삶보다 원하는 바가 있었다. 미국에서 자수성가하겠다는 일념으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국 땅에 오게 되었다. 이런 상태에서 보디빌딩 시합에 집중하는 일은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이민 1세대가 겪은 것처럼 나 역시 이민자로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학생 신분으로 정당하게 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 학교가 끝나면 여러 가지 힘든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해 나갔다. 그러던 중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LA 한인들을 대상으로 트레이너 활동을 시작했다.
이곳은 항상 더워 집마다 거의 수영장이 있었다. 아이들 수영 지도와 함께 겨울철에는 스키 선생님으로 활동의 폭을 넓혔다. 어느새 학부모님들 사이에서 '한국에서 전공하고 제대로 운동한 선생님'으로 유명해져 아이들을 잘 가르친다고 이름이 알려졌다.
▲ 한국에서 취득한 스키, 수영 등 자격으로 미국에서도 활동할 수 있었다. 사진 제공 = 조슈아 킴
LA는 미국에서 가장 큰 한인타운이 형성되어 있어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워낙 피트니스 산업이 발전되어 있다. 골드짐, 엘에이 피트니스, 24 피트니스 그리고 에퀴녹스 등 시설이 좋은 대형 휘트니스 센터가 많다.
그렇지만 한인들이 원하는 피트니스 문화는 따로 있었다. 한인타운에 한국 문화에 맞게 지도하는 스포츠센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센터에서 한인들을 대상으로 헤드 트레이너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여기서 미리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자신감'이다. LA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트레이너는 보디빌딩 시합에 거의 나가지 않는다. 미국 사람들에 비해 아시아인이 체격적으로 열세하다는 선입견도 그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특히 튼튼한 체형과 근육량, 신체비율을 가지고 겨루는 보디빌딩 종목에선 더욱 이러한 선입견이 따른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이 강했다.
트레이너로서 회원들을 위해 건강 지식을 전달하고 운동을 바르게 지도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말이 아닌 증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보디빌딩 시합에 도전하게 되었다.
▲ 첫 시합 당시 모습(좌측에서 두 번째) 사진 제공 = 조슈아 킴
첫 시합은 2014년 Mr. & Ms. 머슬비치 챔피언십이었다. 실천이 없으면 증명이 없고, 증명이 없으면 존경이 없다는 말을 되새겼다. 정말 열심히 준비한 결과, 피지크 쇼트 디비전에서 미국, 남미, 유럽인들을 제치고 당당히 준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시합 후 첫 경기에 어리둥절했다. 지나고 보니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한 자신감으로 무대 위에 올랐다. 첫 시합을 마치고 느꼈던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자신감이었다. 미국에 처음 와서 알게 모르게 느꼈던 타국살이에 대한 서러움, 미국 주류사회에서 바라보는 비주류 한인이라는 틀을 당당한 자신감으로 떨쳐버린 사건이었다.
물론, 시합에서 자신감은 철저한 준비과정과 노력으로 쌓인다.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누구라도 노력으로 만들어 낸 '자신감'은 이미 시합에서 좋은 결과를 예약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