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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선수의 피트니스 모델 성공기 11화] 반복되는 악몽

등록일 2017.08.23 17:56 youtube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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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동안 준비한 몸으로 한 번의 경기만 출전하고 끝내기에는 아쉽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다음 경기를 출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조금씩 나태해지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 목표설정이 필요했다. 목표는 나에게 중요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번째 경기에서 보디빌더들의 엄청난 기량에 기가 죽어 있었다. 대신 보디빌딩이 아닌 피지크에 도전하기로 했다. 하체 근육이 상체보다 부족한 나에게 보디빌딩처럼 하체 포징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2014년 당시만 해도 피지크 종목이 막 도입되었던 때였다. 종목에 대한 선수의 이해도나 심사의 기준들이 100% 온전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다른 종목보다 다소 경쟁이 덜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쩜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일부는 피식하고 쓴웃음을 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피지크의 경쟁이 다른 어떤 종목보다 치열하고 선수들의 수준도 보디빌더들 못지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피지크 종목 출전을 결심한 나는 WBC와 머슬매니아 경기에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제 막 선수 생활을 시작한 초보 선수가 국내 메이저 대회를 세 개 연속으로 겁도 없이 출전했다. 아마도 실력보다 의욕이 앞섰다는 생각이 들지만, 덕분에 후회나 미련도 남지 않았다. 지레 겁먹고 출전을 포기했다면 오히려 더 큰 아쉬움과 미련만 남았을 것이다.

피지크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 나는 인터넷에서 검색한 포즈를 출력해서 거울을 보며 연습했다. 사실 맞는지도 모르면서 흉내만 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요즘은 포징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실감하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는 그저 남보다 내가 부족하지 않다, 어쩌면 더 잘 났다는 생각을 가지고 피트니스 시장을 과소평가했다. 그래서인지 그때 시합 사진을 보면 스스로 한없이 부끄러워지곤 한다. 하지만 그런 자신감마저 없었다면 성장할 기회조차 잃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WBC 경기에서 '경기 시간 딜레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피지크가 제일 마지막 경기였다. 이전 종목들의 경기 시간이 계속 오버되면서 예상 시간보다 2시간이나 지난 뒤에 진행되었다. 이전 화에도 언급했듯이 선수들은 극도의 수분조절로 시간이 지연될수록 목마름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 때문에 경기의 흐름을 보면서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컨디션 조절을 유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고의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무대에 올랐다. 보디빌딩과 달리 피지크는 개인별로 무대에서 포즈를 취하고 나서 단체 심사를 진행한다. 사실 혼자서 무대 중앙에 올라 약 1분간 포즈를 취하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내 이름이 불리기 직전, 마치 100m 달리기 출발선에서 선 것처럼 심박수가 엄청나게 올라갔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살아있으니까 떨리는 거야!”
그렇게 난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끼며 무대에 올라 '포즈 흉내 내기'를 무사히 마무리했다. 단체 심사는 선수들이 일렬로 서서 4가지 규정 포즈를 취하면서 평가를 받는다. 이 심사가 끝나고 나면 비교 심사가 시작된다. 비교 심사는 선수로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제발, 제발, 제발... ...”
나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내 번호는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PASS. 비교 심사에 불리지 않은 선수들은 무대 뒤편에 서서 비교 심사받는 선수들의 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 비교심사에 불린 선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 그 선수를 응원하는 관객들의 환호성을 바라보고 들어야 하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씁쓸하다. 사실 모든 것은 내면의 욕심에서 시작된다. 알고 있지만 비교심사에 불린 선수들이 너무 부럽고 내 번호를 불러주지 않은 심판들이 야속하기까지 했다. 입상하기 위해 운동하는 건 아니지만, 자꾸만 생겨나는 욕심이 나를 괴롭히는 것만 같았다. 고백하자면 내가 가진 내면의 갈등은 오랫동안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 뒤를 돌아서는 순간 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선수들이 그곳에 있었다. 사진 제공 = 김성태 선수

불행스럽게도 이 상황은 머슬매니아 경기에서도 그대로 반복되었다. 나는 또 그렇게 무대 뒤에서 앞에 있는 선수들을 바라보고 부러워하며 경기를 끝내야만 했다. 단 한 번만이라도 비교심사에 불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트로피를 받으면 어떤 기분인지 꼭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었다. 이왕 시작한 거 이렇게 끝낼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뭐가 문제일까? 될 때까지 한번 해 볼까?”
욕심인지 오기인지 무모함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또다시 다음 시합 준비를 다짐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최고의 방법은 도전이다. 도전 이후의 상황을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자.’

 

 

글 : 김성태 선수
SNS ID(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godblessjiyu

편집 : 김나은 기자 (ne.kim@ggjil.com)
<저작권자(c) 개근질닷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등록 2017-08-23 17:56

 

 

 

김나은 (ne.kim@ggjil.com) 기자 
<저작권자(c) 개근질닷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등록 2017-08-23 17: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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