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1일 권장 나트륨 섭취량은 2,000mg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평균적으로 1일 4,831mg의 나트륨을 섭취한다. 이러한 과한 나트륨 섭취는 골다공증, 고혈압 등 혈관질환을 일으킨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한식에는 나트륨 함량이 높다. 특히 소금으로 절인 김치에는 더욱 높다.
소금양을 낮출 경우 맛이 떨어지거나 보관을 오래 못하지 않을까? 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나트륨을 줄인 저염(低鹽) 김치가 일반 김치에 비해 단맛은 더 강하면서 매운맛ㆍ신맛ㆍ감칠맛ㆍ아삭아삭한 질감에선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건강에 유익한 세균인 유산균 숫자에서도 저염김치와 일반김치는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김치를 담글 때 적절한 양의 소금을 넣는 것은 유산균의 증식을 도와 김치 특유의 맛과 향을 내게 하고 배추 조직이 물러지는 것을 억제한다. 하지만, 소금의 과다 섭취는 혈관질환과 더불어 신장 질환ㆍ위암ㆍ비만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2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한경대 영양조리과학과 황은선 교수팀이 첨가한 소금의 양만 차이를 보일 뿐 같은 제조공정을 통해 제조된 일반 김치와 저염 김치를 비교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 연구결과(나트륨 함량에 따른 시판 배추김치의 품질과 관능적 특성)는 한국식품과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 황 교수팀은 20~50대 소비자(주부) 50명을 대상으로 일반 김치와 저염 김치의 기호도와 단맛ㆍ신맛 등의 강도를 9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했다. 기호도나 강도가 높을수록 높은 점수가 매겨진다. 소비자 패널 조사에서 짠맛의 강도는 일반 김치(6.5점)가 저염 김치(4.7점)보다 높았다. 젓갈 맛의 강도도 일반 김치(5.3점)가 저염 김치(4.4점)보다 높게 평가됐다. 단맛의 강도는 일반 김치(3.9점)가 저염 김치(4.5점)보다 낮았다. 저염 김치를 더 달게 느낀 것이다. 매운맛ㆍ신맛ㆍ감칠맛ㆍ아삭아삭한 질감 강도 점수에선 일반 김치와 저염 김치가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김치의 색(외관)에 대한 선호도는 일반 김치(6.3점)가 저염 김치(5.5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실질적으로 당도가 차이 나는지 연구를 통해서 확인했다. 일반 김치와 저염 김치의 제조 초기 염도는 각각 1.99%ㆍ1.56%였으며 제조 후 시간이 흘러도 대체로 초기 염도를 유지했다. 황 교수팀은 논문에서 “김치의 발효 초기엔 배추 조직 내로 소금이 확산되지만 발효가 진행되면서 배추 조직과 국물에 함유된 소금의 농도가 평형이 이루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김치의 염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며 “전통적인 김치의 소금 농도는 과거엔 3~3.5%였으나 김치산업의 발달, 냉장기술, 김치냉장고의 보급, 소비자 입맛의 변화 등으로 현재는 김치의 염도가 1.5~2% 수준까지 낮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일반 김치와 저염 김치의 당도는 당도계상으론 별 차이가 없었다. 막 담근 일반 김치와 저염 김치의 당도는 각각 9.85ㆍ9.9 브릭스(Brix)였다. 제조 5일이 지나면 일반 김치ㆍ저염 김치의 당도는 모두 급속하게 감소했다. 제조 1일 차의 당도에 비해 50% 정도 줄었다. 제조 10일 후부터는 일반 김치ㆍ저염 김치의 당도의 감소가 완만해졌다. 황 교수팀은 논문에서 “김치의 저장 기간이 길어지면서 당도가 감소하는 것은 발효 미생물이 에너지원으로 김치의 당을 이용하기 때문”이며 “pH의 감소, 유산균 숫자의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일반 김치와 저염 김치는 당도계상으론 당도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실제 소비자의 혀를 통해서만 단맛의 강도 차이를 나타냈다.
김치의 주요한 성분인 유산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황 교수팀은 논문에서 “김치를 담근 지 5일째 된 날에 가장 높은 유산균 수를 나타냈다”며 “김치 제조 10일이 지난 후엔 유산균 수가 오히려 약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기술했다. 일반적으로 김치를 제조할 때 넣는 소금은 배추의 삼투압을 증가시키고 유해 미생물의 생장을 억제하며 유산균의 증식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상외로 일반 김치와 저염 김치는 건강에 이로운 세균인 유산균 숫자에서도 별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나트륨 섭취에 가장 기여하는 식품은 배추김치(15.5%)ㆍ라면(4.5%)ㆍ총각김치(3.5%)ㆍ된장국(3.4%)ㆍ미역국(2.6%)의 순서다. 이처럼, 가장 대중적인 음식을 통해 나트륨을 가장 많이 섭취한다. 하지만, 보디빌딩 및 피트니스 선수와 다이어트에 도입한 일반인 경우 나트륨을 급격하게 줄이면서 나트륨을 찾고 싶어진다. 그러므로, 나트륨을 줄이되 장기간 나트륨을 끊을 시 구토, 설사, 갑상선기능저하증 등이 올 수 있으니 대회 출전 전이나 일부 시즌에서만 줄이고 끊는 것이 좋다. 혹은, 저염 김치 등을 섭취하며 차차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