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남자의 자격’이란 KBS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송된 철인 3종 도전 과정을 봤다. 누구나 그렇듯 나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닌 ‘언젠가 한 번’이라는 막연한 생각일 뿐이었다. 그런데 마라톤을 통해 몸이 변하고, 점점 자신감을 회복하니 '철인 3종'이라는 단어에 이름 모를 가슴 속 뜨거움이 살아나고 있음을 느끼고 결심이 들었다.
철인 3종 경기는 크게 올림픽 코스와 킹코스로 나뉜다. 올림픽 코스는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다. 킹코스는 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2km며 완주하면 ‘철인’이라는 칭호가 붙는다. 물론 내가 도전한 것은 올림픽 코스이다.
늘 물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3가지 종목 중 수영은 가장 큰 문제였다. 당장 25m 수영장 왕복도 제대로 하지 못해 수영 초급반에 등록했다. 1년 정도 배우면서 상급반으로 올라오니 어느 정도 실력은 향상된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1.5km 수영을 쉼 없이 완주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왜 철인 3종 경기에서 수영을 제일 먼저 하는지 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그만큼 가장 큰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며,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안전상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철인3종에서 수영은 실내수영장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 사진 제공 = 김성태 선수
그렇게 평일에는 회사에 다니며 수영과 마라톤 훈련에 열중했고, 주말이면 사이클을 끌고 공원에 나가서 훈련에 임했다. 보통 시속 30km로 달려야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없는 새벽 시간을 주로 이용했다. 사이클에서 평균 시속 30km 이하로 떨어지면 제시간 안에 경기를 끝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3개월을 준비하고 드디어 인천 송도에서 열린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했다. 출발 전 극도의 긴장감이 몰려왔다. 지난 시간 동안 어떤 정보도 없이 혼자 힘든 훈련과정을 지나 출발선에 서 있다는 설렘이 먼저 들었다. 동시에 이제부터 51.5km를 달리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했다. 총성과 함께 출발.
▲수영이 끝나면 다음 종목을 위해 바꿈터로 바로 달려가야 한다. 사진 제공 = 김성태 선수
수영에 자신이 없던 나는 초반 몸싸움을 피하고자 일부러 늦게 출발했음에도 엄청나게 많은 짠물을 먹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초반 500m 수영에서 호흡이 트이지 않으면 수영을 완주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연습한 대로 천천히 팔을 저으며 나만의 리듬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수영 결승선에 도착했다. 곧바로 다음 종목인 사이클을 위해 바꿈터로(선수들이 모든 장비를 비치해두는 곳)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