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EU(유럽연합)의 계란에서 분석된 피프로닐(살충제의 일종) 최대 검출량이 16배나 차이 난다. 우리 국민이 매일 계란을 4개 이상 섭취해도 살충제에 의한 급성 독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4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과 한국식품 건강소통학회 주최로 서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다.
이날 주제 발표를 한 세명대 바이오식품산업학부 오창환 교수는 “국내 계란에선 피프로닐(닭에 사용 금지된 살충제)이 계란 ㎏당 최대 0.0763㎎이 검출된 데 반해 EU 17개국에선 최대 1.2㎎이 검출돼 우리나라보다 16배가량 많았다”며 “EU에서 피프로닐이 가장 많이 검출된 계란을 3∼6세 아이가 섭취할 경우 계란 세 개만 먹어도 급성독성참고량(ARfD)을 1.3배나 초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리나라 3∼6세 어린이가 현재까지 국내에서 피프로닐이 가장 많이 검출된 계란을 먹는다고 가정 시 하루에 계란 두 개를 먹으면 ARfD의 5%, 네 개를 먹어도 11%를 섭취하게 되므로 급성독성에 관한한 안전하다는 것이다.
ARfD는 사람이 24시간 또는 그보다 단기간 살충제 등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을 때 건강상 위해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계란 등 특정 식품에서 화학물질이 ARfD 이상 검출되면 급성 독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번에 일부 계란에서 검출된 비펜트린(살충제의 일종)도 국내 계란에서의 최대 검출량(계란 ㎏당 0.272㎎)이다. 3∼6세 아이가 계란을 매일 4개씩 먹는다고 가정해도 ARfD의 34%에 불과해 급성 독성에 관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오 교수는 “만약 앞으로 국내 계란에서 비펜트린이 현재 최대 검출량보다 3배 많은 ㎏당 0.816㎎이 검출된다고 가정하면 3∼6세 아이가 계란을 매일 4개씩 먹을 경우 ARfD를 약간 초과(103%)할 수 있다”며 “소비자와 식품안전 당국은 앞으로 계란에서의 살충제 검출량, 즉 양(dose)의 과소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위해평가를 근거로 피프로닐에 의한 급성 독성은 1∼2세의 경우 하루 24개, 3∼6세는 하루 37개, 성인은 하루 126개, 만성 독성은 매일 2.6개의 계란을 섭취해야 나타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에 대해 일부 단체와 전문가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 교수는 식약처의 위해평가 결과가 과대 또는 축소 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오 교수는 “식약처가 모든 계란에 살충제 성분이 (최근 전수조사에서 드러난) 최대 검출량만큼 오염돼 있다고 가정하고, 계란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상위 97.5%(극단 소비층)에게도 안전해야 한다는 가정 아래 위해평가를 했기 때문에 식약처의 위해평가는 과대 평가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살충제 계란의 위험은 식약처 발표보다 더 낮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해평가가 축소 평가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번에 검사한 시료(계란)의 수가 적어 실제론 살충제가 더 많이 함유된 계란이 유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사 대상 살충제의 표준시료가 없어 살충제 검출량을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했느냐도 축소평가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주제 발표를 한 충북대 수의대 최경철 교수(한국독성학회 사무총장)는 “식약처가 각 살충제의 위해성을 아주 극단적으로 평가한 결과 살충제 오염 계란을 통한 급성과 만성 위해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설명 오염된 계란을 먹었더라도 분변이나 소변을 통해 대부분의 살충제는 7일 이내에 90% 이상(플루페녹수록은 30일) 배출되므로 건강상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