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에서 대보협으로 간 이유... 엘리트 보디빌딩에 대한 열망 때문”
“시즌 마지막은 류제형 선수와 ‘지옥 훈련’... 대보 마인드로 막판 스퍼트”
“올해 재팬 프로는 79kg으로 출전... 내년에는 84kg으로 돌아올 것"
▲사진=개근질닷컴
[개근질닷컴] 이준규가 5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2015년 나바 보디빌딩 체급 1위. 다음 해 프로전 우승을 꿰차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준규.
2017년부터는 엘리트 보디빌딩으로 적을 옮겼다. 이후 미스터 YMCA, 미스터 서울 등 굵직한 타이틀을 꿰차며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아 나갔다. 2019 전국체전에서는 은메달을 차지, 경량급 대표 선수로 거듭난다.
그러나 전성기를 맞이한 시점 이준규는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5년간 무대에서 종적을 감췄다.
그리고 올해 이준규가 IFBB 프로 리그에 출사표를 던졌다. 결과는 한 끗 차 낙방. 보디빌딩 팬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이번 시즌 이준규가 프로급 기량을 선보이며 많은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준규가 다시 무대에 오른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복귀했을까. 프로 도전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다양한 질문을 안고 이준규를 찾았다.
이하 이준규와의 일문일답.
▲사진=개근질닷컴
Q. 개근질닷컴 독자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보디빌더 이준규입니다.
Q.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최근에 운동을 취미로 하다가 프로 시합을 도전해 보자고 마음먹고 1년간 열심히 운동하면서 지냈습니다. 또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레슨은 지금 쉬고 있어요. 운동이랑 센터 관리 이렇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처음부터 얘기를 해볼게요. 보디빌딩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제가 2006년도 18살 때 운동을 시작했어요. 마른 게 콤플렉스여서 친구랑 같이 운동을 시작했는데 당시에 배정남 모델의 사진을 들고 헬스장에 가서 이 정도만 만들고 싶다 해서 몸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근육이 빨리 붙는 것 같은 거예요. 그러다가 고등학생들 시합 나가는 사진을 인터넷에서 우연히 봤거든요. 나도 나갈 수 있겠는데 생각하고 친구에게 우리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에 한번 나가보자고 했어요. 그때부터 시작하게 됐습니다.
▲사진=이준규 공식 SNS, 왼쪽부터 이우형, 이준규
Q. 처음 나가신 대회가 어디인가요?
처음에 미스터 성남 학생부 대회를 나갔어요. 그다음에 춘계 전국대회 나가고 미스터서울 이후에 미스터코리아 그다음에 국가대표 발탁되고 YMCA, 전국체전 이렇게 간 거죠.
Q. 원래 운동을 전공하셨나요?
그냥 운동을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 계주하면 1등을 많이 했고 또 취미로 농구를 되게 좋아했어요. 동네에서 농구도 하고 친구들이랑 대회도 나가고 그랬어요.
Q. 학생부 이후에 보디빌더의 길을 결정한 건가요?
성인이 돼서는 일반부를 한번 뛰어봐야겠다 싶었어요. 20살 때 벌크업을 하고 21살 때 군대 가기 전에 미스터서울 일반부를 뛰었죠. 그때는 예선 탈락했어요.
빨리 군대를 가야겠다 싶어서 21살 말에 군대에 갔어요. 그렇게 군 생활을 했는데 보디빌딩 선배가 전역하기 전부터 연락이 오는 거예요. 트레이너로 바로 출근해야 된다고요. 제가 2011년 7월 30일 토요일에 전역을 했는데 주말 쉬고 월요일부터 바로 출근했어요.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요. 그렇게 트레이너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사진=이준규 공식 SNS, 2016 시즌 훈련 당시(왼쪽) / 2016 나바 그랑프리(오른쪽)
Q. 이후에는 사설 대회를 뛰셨잖아요.
네, 군대에서도 운동은 조금씩 했고, 나와서도 취미로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대보협은 뭔가 지치는 부분이 있어서 사설 대회를 뛰게 됐죠. 나바에 계속 나갔었는데, 처음에는 성적이 좋지는 않았어요. 프로전에서는 거의 꼴등을 했었고요. 그러니까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2015년에 쓴맛을 보고 열심히 준비해서 2016년에 프로전 우승을 하게 됐죠. 운도 좋았던 것 같아요.
Q. 사설과 대보협 대회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가요?
아무래도 사설은 편안해요. 제재도 없는 것 같고요. 뭐랄까 아무래도 대보협은 선후배 위계질서가 엄청 강했거든요. 사설에는 그런 게 많이 없더라고요. 다 형, 동생 이런 느낌이고요. 많이 편안하지 않았나 싶어요.
대보협은 뭔가 엄격하고 깍듯이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예요. 아무래도 대한체육회에 소속돼 있다 보니까 진짜 선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선수의 사명감을 가지고 뛰었어요. 연봉도 받았으니까요. 자리가 사람을 만들잖아요. 그 자리에서는 어쨌든 저도 무겁게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사진=이준규 공식 SNS, 2017 Mr. YMCA 대회 현장
Q. 그러다가 2017년에 다시 대보협 소속이 됐어요. 계기는요.
제가 아무래도 고등학교 때 흔히 말하는 엘리트 보디빌딩으로 시작했잖아요. 마음 한구석에 다시 엘리트 보디빌딩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조금 있었어요. 뭔가 멋있잖아요. 전국체전은 옛날에 별들의 전쟁이었는데, 태극기 앞에서 무대를 뛰고 단상에 올라가서 메달을 걸고 하는 모습들이 보기만 해도 벅차올랐거든요. 그런 것들을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사실 나바코리아를 계속 뛰었으면 더 잘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간혹 하긴 해요. 사람들이 그런 얘기도 많이 했어요. 너는 왜 거꾸로 가냐고요. 다들 대보협 뛰고 사설을 뛰는데 너는 왜 사설에서 굳이 힘들게 다시 대보협을 가서 안 좋은 성적을 받냐고 그랬어요. 그래도 저는 그게 좋았어요.
Q. 2019년부터는 성과가 나오기 시작해요.
네, 미스터서울 대상도 받고, 지금 생각해 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늘 경량급이었으니까 70kg을 돌파하고 싶어서 미스터서울은 75kg 웰터급을 신청했어요. 발전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한 단계 더 높은 체급을 뛰었거든요. 그때 70.20kg으로 뛰었던 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그랑프리까지는 사실 생각 못 했어요. 그런데 정말 열심히 했고 운이 좋게 몸도 잘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살면서 제일 열심히 운동했던 해가 아닌가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미스터서울에 대한 의미가 조금 있었어요. 학생부 때 미스터서울에서 1등 했었고 일반부 돼서는 예선 탈락도 해봤어요. 그러다가 다시 복귀해서 뛰었는데 1등을 또 했고요. 이제 그랑프리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죠. 여러모로 애정이 가는 대회이기도 해서 정말 이 악물고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사진=이준규 공식 SNS, 2019 미스터서울 그랑프리
Q. 미스터 서울이 다양한 의미가 있는 대회였네요.
그렇죠. 엄청난 의미가 있었죠. 제가 지금은 파주에 살고 있지만 서울에서 태어났거든요. 학교도 다 서울에서 나왔고요. 그런데 어쨌든 서울 지역 대표가 된 거잖아요. 복귀해서 다시 미스터 서울을 뛰었을 때 많은 선배들이 ‘준규 다시 서울로 복귀했네’, ‘어렸을 때 그 땅꼬마 고삐리가 미스터 서울 그랑프리를 하는구나’ 그런 식으로 얘기해주고 응원해 줬거든요.
그런 추억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옛날에 선배들이 미스터 서울 그랑프리를 많이 하셨거든요. 엘리트 코스 중 하나니까요.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그걸 이룰 줄은 몰랐습니다.
Q. 그 해에 전국체전에서는 은메달을 따셨잖아요. 어떠셨나요?
전국체전은 뛰는 것 자체가 가슴이 벅찼어요. 조명도 화려하지 않고 무대도 되게 단순하잖아요. 그런데 그 무대 안에서 10년 이상 운동한 사람들과 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되게 재미있었죠. 당시에도 유명했던 설기관 선수랑 맞붙는다고 생각하니까 설렜죠. 선배를 라이벌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어요.
▲사진=이준규 공식 SNS, 2019 전국체전
Q. 무대 느낌은요.
저는 항상 계체를 하고 백스테이지에 있을 때 왜 이렇게 작아 보이지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신장 대비 체중이 얼마 안 나가니까 확실히 작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해에는 ‘미스터 서울 대상 받았지’, ‘국가대표로 선발됐지’ 생각을 가지고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전년도에 5등 했으니까 이번에는 메달을 딸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높은 선배님들이 계신 데도 그런 자신감을 갖고 무대에 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Q. 그럼 대보협에서 언제까지 활동하신 건가요?
대보협 활동은 2021년도까지 했어요. 2019년 이후에 원래 대회에 나가려고 했는데 팔꿈치 부상이 엄청 심하게 와서 출전을 못 했어요. 2020년도에는 또 코로나가 겹쳤잖아요.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2021년도까지 대회를 못 뛰었어요. 그러다가 은퇴를 한 거예요.
▲사진=이준규 공식 SNS, 왼쪽부터 김성환, 이준규
Q. 다시 선수 활동을 하기로 한 계기가 있나요?
지난해 2023년에 친구 결혼식을 갔는데 김성환 선수가 있었어요. 대화를 했죠. ‘준규야 요새 뭐하고 지내?’ 물어보셔서 그냥 취미로 운동하고 있고 가족들이랑 시간 보내고 있다고 얘기했어요. 그러자 김성환 선수가 ‘형은 네가 다시 운동해서 시합을 나갔으면 좋겠다. 너무 아깝다. 왜 이렇게 남 눈치를 많이 보고 사냐?’ 이렇게 얘기하시는 거예요.
그때 머리를 한 대 딱 맞은 느낌이 들었어요. 저랑 아내가 소극적이거든요. 남 눈치를 많이 보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김성환 선수의 말을 듣고 프로를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지난해 5월에 결정하게 된 거죠. 그래서 그때 집에 오자마자 아내한테 나 시합 준비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
Q. 복귀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전까지 많이 지쳐 있었죠. 제가 은퇴할 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이 지쳐 있으니까 이제부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구석에 그런 마음이 남아있었나 봐요. 김성환 선수 말을 들으니까 내가 정말 보디빌딩을 사랑하고 좋아하는구나, 그걸 안 하고 살았구나 싶었어요.
사실 주변 사람들이 시합 뛰라고 많이 얘기했어요. 아깝다고요. 저도 그걸 알고 있는데, 제가 유튜브에서 안 뛴다고 말을 했잖아요. 그걸 번복하는 사람이 되는 게 싫은 거예요. 그래서 고민이 많았어요.
아내도 처음엔 저를 말렸어요. 그래도 아내는 제가 하고 싶은 걸 다 하게 해주는 사람이거든요. 전적으로 믿어주고 서포트 해주고요. 이번에도 시합 준비할 때 아내가 많이 서포트해 줬어요. 그렇게 해서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사진=이준규 공식 SNS, 2024 시즌
Q. IFBB 시합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네, 제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딱 1년을 준비했어요. 여러 코칭을 받으면서 준비했죠. 우선 6개월 이상 벌크업을 했어요. 70kg에서 한 90kg까지 불리고 그다음에 천천히 다이어트를 했습니다. 이번 재팬 프로 때 79.2kg으로 뛰었거든요. 대보협 때보다 딱 10kg을 증량한 거예요.
저는 1년 동안 어떻게 보면 또 목숨 걸었거든요. 영양, 휴식, 운동 세 박자에 정말 목숨을 걸었더니 코치도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1년 동안 근육량 10kg을 붙이기 쉽지 않다고,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요.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진짜 이 악물고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아요.
Q. 운동 루틴은 어떻게 가져갔나요?
이번에 프로가 되려면 프로처럼 행동해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프로들이 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따라 했어요. 그러니까 대보협에서는 뭔가 헝그리 정신으로 아침저녁 운동하면서 3분할로 운동했는데 이쪽은 조금 다르더라고요.
오히려 휴식에 굉장히 집착하고 운동할 때는 정말 강도 있게 운동했어요. 그래서 저는 일주일에 두 번을 쉬었어요. 그러니까 주 5일만 운동한 거죠. 하체 운동은 일주일에 한 번 밖에 안 했고요. 제가 하체가 강점이라 생각해서 상체만 두 번씩 돌린 거예요. 사람들도 제가 일주일에 5번 운동한 걸 안 믿을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하니까 근육량도 증가하고 몸도 회복되고 더 좋은 효과를 본 것 같아요.
▲사진=개근질닷컴
Q. 중량은요.
그것도 탑 세트 훈련으로 바꿔서 진행했어요. 일반 세트 횟수는 10~15회로 평소와 똑같은데, 탑 세트에서는 한 6회 정도 들 수 있는 고중량으로 하는 거예요. 탑 세트 후에는 백 오프 세트를 해요. 탑 세트에서 중량을 치다 보니까 자극을 덜 느낄 수 있거든요. 백 오프 세트를 10~15회 중량으로 해서 완전히 근육을 지치게 해주는 거죠.
처음에는 적당한 중량으로 5~10회 정도 워밍업을 해요. 두 번째, 세 번째 세트까지도 워밍업을 해주고 바로 탑 세트에 들어가요. 그다음에 백 오프 세트를 해주죠. 워밍업 단계에서 10~15회를 하진 않아요. 탑 세트 전에는 딱 활성화만 하는 거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15회씩 반복하는 훈련 방식을 못 버릴 거예요. 저도 그랬었어요. 그런데 운동에는 정답이 없더라고요. 고집이나 아집을 조금 내려놓으니까 몸이 커지고 발전할 수 있었어요.
Q. 영양은 어떻게 섭취하나요?
고구마 닭가슴살만 먹는 건 너무 헝그리 정신이고, 이번엔 조금 똑똑하게 먹었어요. 칼로리를 계산을 해서 크림 오브 라이스, 오트밀, 흰 쌀밥, 소고기, 닭고기, 생선 등 다양하게 먹었어요. 예전에는 닭가슴살을 5번 먹었다면 이번엔 닭가슴살을 2~3번만 먹고 나머지는 프로틴, 소고기, 생선으로 대체했어요.
탄수화물은 크림오브라이스라고 해서 미국에서 나오는 쌀가루가 있어요. 쌀가루와 오트밀, 볶음밥으로 대체해서 먹었어요. 예전처럼 밥을 두 공기씩 먹어서 늘리는 게 아니라 여러 음식으로 하루에 식사를 5번 먹었어요. 이렇게 하니까 체중 늘리기도 편하고 다이어트할 때도 잘 됐던 것 같아요.
▲사진=개근질닷컴
Q. 단백질 비율은요?
음식으로 80%, 프로틴으로 20% 정도 채웠던 것 같아요. 되도록이면 자연식으로 많이 채웠어요. 그런데 아침에는 제가 먹는 루틴이 있어요. 크림 오브 라이스에 프로틴 60g을 타서 믹스해서 먹어요. 그렇게 하니까 속이 많이 편했어요. 아침부터 닭가슴살, 탄수화물 먹고 운동하면 속이 조금 더부룩하죠. 그런 차이가 있더라고요.
이것도 외국 선수들이 하는 걸 본 거예요. 프로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어요. 보디빌더는 장이 편안해야 해요. 저희가 워낙 많은 양의 식사를 하다 보니까요.
Q. 피로도 관리 방법도 궁금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케어 센터에 가서 케어를 받았어요. 근막 케어를 받고 스포츠 마사지도 받아요. 예전에는 마사지를 잘 안 받았어요. 돈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뭔가 근육이 풀어지는 것 같고요. 지금은 이게 중요한 걸 알죠.
그리고 제가 필라테스 레슨도 한 3~4개월 받았어요. 자세 교정을 하려고요. 제가 등이 진짜 약점이었거든요. 지금도 약점이긴 한데 그래도 조금 많이 좋아졌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필라테스를 하면서 호흡 방법이나 자세 교정이 도움 되다 보니까 등이 좋아진 것 같아요.
▲사진=이준규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캡쳐, 왼쪽부터 이준규, 류제형
Q. 재팬 프로 준비 마지막에는 류제형 선수와 함께 ‘지옥 훈련’을 하셨다고요.
몸이 많이 발전했으니까 리저널 대회는 1등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조금 자만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자신감도 있었고요. 리저널을 뛰고 나서는 또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죠.
그래서 리저널 시합 마치고 류제형 선수에게 전화했어요. ‘형, 저랑 같이 훈련해줄 수 있냐? 2주 동안 옛날처럼 해야 될 것 같다' 그러니까 형이 알겠다고 해서 같이 운동했어요. 그때 무슨 생각을 했냐면 2주 동안 딱 대보 마인드로 가자 였어요. 음식은 무조건 고구마, 닭가슴살이고, 훈련은 15회~20회 횟수로 컴파운드, 드롭 세트 위주로만 했어요.
Q. 효과가 있었나요?
확실히 도움이 되게 많이 됐어요. 마지막 2주는 이렇게 해야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재팬 프로 2주 전 리저널 시합 당시에 제가 조현재 선수한테 참패했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저는 80kg으로 나갔고, 조현재 선수는 84kg으로 꽉 채워서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2주 동안 사이즈를 채울 순 없잖아요. 장점인 데피니션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리저널 시합 때 심사위원에게 피드백을 들었어요. 쉐입이나 발전 가능성이 너무 좋다고 얘기해주시는 거예요. 제가 솔직히 물어봤어요. 2주 동안 제가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요 라고요.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얘기해 주셨어요. 포기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2주 동안 정말 열심히 했어요.
조현재 선수와는 재팬 프로 시합 끝나도 같이 밥도 먹었어요. 서로 형 동생으로 지내기로 하고 여러 얘기를 했죠. 제가 ‘야, 나 너 때문에 열심히 했다’ 말하니까 조현재 선수도 ‘저도 형님 때문에 진짜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고요. 누군가와 경쟁하고 발전할 수 있어서 정말 재밌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개근질닷컴
Q. 시합이 끝나고 심정은 어떠셨어요?
항상 시합이 끝나면 조금 허무해요. 그리고 다음 시합밖에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지난번에는 90kg까지 불렸다가 다이어트했는데 이번에는 95kg까지 불려서 84kg로 시합을 뛰어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요. 사이즈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하구나 생각도 많이 들고요.
Q. 다음 시합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올해는 불리고 내년에 나갈 예정이에요. 언제 나갈지는 저도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제가 원하는 목표에 몸이 맞춰지면 그때 시합을 준비할 것 같아요.
Q. 정말 보디빌딩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보디빌딩의 매력이 뭘까요?
말로 표현하기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헤어 나올 수 없습니다. 아내도 저에게 가끔 그래요. 건강까지 버려가면서 이 운동을 해야겠냐고요. 그런데 이게 정말 마성의 운동인 것 같아요. 몸을 만들었을 때 육체미를 표현하고 또 약점을 채워가는 부분이 굉장히 재미있어요. 예전에는 그냥 하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약점을 디테일하게 채워가는 부분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사진=이준규 공식 SNS
Q.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요?
아내랑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요. 요새는 밖에 나가서 카페도 가고 맛집도 가려고요. 강아지도 두 마리 키우고 있어서 강아지랑도 시간을 많이 보내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요. 또 제가 스타크래프트 게임하는 걸 좋아해서 그것도 해요.
Q. 유튜브 채널 보니까 옷 리뷰도 많이 하시던데요.
네, 맞아요. 아내랑 쇼핑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특히 다이어트 시기에는 할 게 없잖아요. 저는 술이랑 담배는 안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옷 사는 걸 취미로 하니까 좋더라고요. 워낙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기도 했고요.
▲사진=이준규 공식 SNS
Q. 유튜브 콘텐츠는 어떤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나요?
유튜브는 해왔던 방식 그대로 브이로그, 운동 루틴, 음식 리뷰 등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 일상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죠. 그리고 작년에는 벌크업에 대해서 잘 못 다룬 것 같은데 올해는 좀 다루려고요. 어쨌든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몸이 어떻게 바뀌었고 어떻게 먹고 훈련하고 이런 것들을 많이들 궁금해하시니까요.
Q. 사업도 다양하게 하시잖아요.
지금 파리스짐을 운영한 지 8년이 됐고, 귀하닭이라는 닭가슴살 회사를 작게 운영하고 있는데 그것도 이제 4년 차더라고요. 저는 크게 성공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가늘고 길게 롱런하고 싶어요.
보통 인플루언서나 사업하시는 분 중에서 이름만 내세우고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잖아요. 저는 제 사업자거든요. 투자받아서 하는 게 아니고 다 직접 하는 거라서 더 애착이 가요. 그래서 계속 포기하지 않고 롱런하고 싶습니다.
Q. 사업하면 시간이 부족하진 않나요?
그렇죠.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그런 부분을 제 아내와 가족이 열심히 맡아서 해줬어요. 또 센터 직원 선생님들이 정말 오랫동안 계셨고요. 제가 그런 인복이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진짜 운동만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당연히 사업에 아예 관여 안 하는 건 아닌데 아내가 정말 열심히 해줘서 잘 운영되고 있지 않나 싶어요. 홍보, 마케팅, 디자인 등을 아내가 다 맡아서 하거든요.
▲사진=개근질닷컴
Q. 선수로서 최종 목표는요.
일단 프로카드를 획득하고 프로전에서 올림피아 진출권을 꼭 따내고 싶어요. 최종적으로는 올림피아에서 TOP 10 안에 드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목표를 높게 잡고 있습니다.
Q. 롤모델이나 닮고 싶은 선수가 있나요?
최근에 웨슬리 선수 유튜브를 많이 보고 있어요. 그 선수가 먹는 것도 제가 찾아보고 해석해서 똑같이 만들어서 먹는 거거든요. 너무 잘 맞더라고요. 그 선수가 하는 운동 루틴도 들여다보고요. 그러다 보니 어떻게 보면 롤모델이 아닌 롤모델이 돼버린 거죠.
좋은 선수들도 많지만 웨슬리가 자신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많이 보여주더라고요. 몸도 너무 이쁘시고요. 그런 부분들을 닮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이준규의 인생 목표는요.
그냥 가족들과 행복하게 잘 살고 싶어요. 제가 인생을 길게 산 건 아니지만 가족이 최고인 것 같아요. 아내랑 한평생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요. 뭐 일확천금으로 부자가 되고 이런 거 말고요.
제가 힘들고 지칠 때 막상 제 옆에 있는 사람은 제 아내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 아내랑 행복하게 잘 살고 싶어요. 여행도 많이 다니고요.
▲사진=개근질닷컴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요.
제가 유튜브를 한 지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더라고요. 6년 전에 제 유튜브를 보고 운동 시작했던 분들도 많이 계시고요. 그분들이 제가 시합을 쉬고 있을 때 시합을 뛰라고 응원해 주셨고, 지금 시합을 뛰니까 또 응원해 주셨어요. 본인들 일처럼요. 그게 너무 감사하죠. 어쨌든 이제 내려놓는 거 없이 선수로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 유튜브가 단순히 저랑 아내가 노력해서 된 게 아니라 구독자분들 덕분에 된 거니까요.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 구독자분들 중에 운동해서 트레이너 된 친구도 있고 시합 나가는 친구들도 있어요. 프로필 찍고요. 그걸 보니까 감사하더라고요. 구독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달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