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3종’ 경기에 완주하고 나니 많은 것들이 변했다. 90kg 아저씨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열정 가득한 청년의 모습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 큰 변화는 나의 내면에서 시작되었다. 무언가 큰 도전을 하고 싶었고, 뭐든 이루어 낼 수 있을 거라는 지나칠 정도로 대단한 자신감과 나에 대한 믿음이 생겨났다.
평소 ‘좋은 몸’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 당시 내 마음속에 들어온 목표는 보디빌딩 무대에 서는 것이었다. 남들과 같이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던 나에게 보디빌딩의 문턱은 쉽게 넘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경험이 풍부한 스승이 필요했다. 수소문 끝에 세계대회 챔피언 출신의 스승님을 만날 수 있었고, 6개월간 주말반 선수레슨을 통해 보디빌딩 무대를 준비하기로 계획했다.
회식 자리에서 술 한 잔, 안주 한 점 먹지 않는 나에게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나는 일부 직장 동료들은 월급보다 많은 돈을 운동에 투자하기에 사서 고생하지 말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때론 직장 상사가 일부러 따라주는 소주 한 병을 원샷하고 다음부터는 먹지 않겠다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꼭 해내고 싶었고, 해내야만 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내 안의 간절함이 그 모든 것들을 견디게 해 준 원동력이 되었다.
▲ 김성태 선수의 훈련 일지. 사진 제공 = 김성태 선수
그 당시 작성한 훈련일지 중 한 부분을 공개한다. 평일에는 업무 때문에 레슨을 받을 수 없기에 홀로 훈련을 진행했다. 출근 전에는 가벼운 웨이트나 유산소 운동을 했다. 처음에는 아침 운동이 적응도 안 되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침 운동이 주는 개운함에 빠져들었다. 남들이 밥 먹고 쉬는 점심시간에는 부위별로 웨이트를 했다. 샤워하는 시간을 빼면 45분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쉬는 시간 없이 집중해서 훈련을 했다. 그리고 퇴근 후에는 걷기나 수영 등의 유산소 운동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주말이 되면 고강도의 훈련이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내가 받은 훈련은 진짜 보디빌더들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하루도 쉬지 않고 일과 운동을 병행하는 나에게 절대 쉽지 않은 운동량이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온통 보디빌더가 되기 위한 ‘운동, 일, 휴식’ 이 3가지뿐이었기에 한 순간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과정을 남기기 위해 주말 휴식은 집에서 실내 사이클을 탔다. 이 밖에 책을 읽거나 TV를 보는 것으로 대체할 정도로 나의 모든 생활을 통제해 나갔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일반인에서 보디빌더의 삶으로 전환하고 있었 내가 스스로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희생과 노력이 필요한지 경험을 통해 배우고 있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결코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