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헬기사격 부인. 사진=MBN 방송화면 캡처
[개근질닷컴] 전두환(88)씨가 헬기사격을 부인했다. 진실을 묻는 취재진엔 화를 내는 모습도 보였다.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 씨가 3월 11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 전씨는 이 재판에서
핵심 쟁점인 헬기사격을 부인했다. 또 최초 발포 명령 지시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 역정을 내기도 했다.
39년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 법정에 선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 32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출발해 낮 12시 34분 광주지법 법정동에 도착했다. 중간 휴게소에 들를 예정이었으나 취재진이 따라붙자
곧바로 광주까지 이동했다.
구름같이 몰린 취재진을 향해 모습을 드러낸 전씨는 알츠하이머 투병(치매) 주장이 무색할 정도로
정정한 모습이었다. 승용차에서 내린 그는 경호원의 부축을 받지 않고 스스로 걸어서 법정동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전씨는
차에서 내려 현장에 있는 취재진과 시민들을 한차례 둘러봤다. 이 과정에서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할 생각 없어요?”란 취재진의 질문이
나왔지만 전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호원의 제지를 받던 다른 취재진이 손을 뻗어 “(시민 사격)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고 질문하자 이 과정에서 “이거 왜 이래”라고 역정을 낸 이후 법정에 들어갔다.
이동 하던 전씨는 짜증을 내며
한 차례 취재진을 더 돌아봤으나 제지하는 경호원에 의해 그대로 법정동 건물로 들어갔다.
전씨는 법원 안에서 식사를 해결한 뒤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형사8단독(부장판사 장동혁)이 진행하는 재판에 출석했다.
1시간 15분 정도 진행된 재판에서도
전씨는 ‘헬기 사격 여부’를 부인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전씨는 “과거 국가기관 기록과 검찰
조사를 토대로 회고록을 썼으며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국가기록원 자료,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등을 통해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다’는 취지로 전씨의 공소 사실을
설명했다.
5.18 직후 광주시민들은 집단발포가 있었던 첫째날과 마지막날인 27일에 헬기에 의한 사격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1988년 광주 청문회에서도 목격자들 증언이 잇따랐고, 故 조비오 신부도 청문회 증인 가운데 하나였다. 故 조비오 신부가
1989년 한 다큐멘터리에서 헬기 사격을 봤다고 밝히면서 해당 내용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한국에서 목회 활동을 하던 아널드
피터슨 목사도 같은 내용을 증언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청문회 이후 증언 내용을 확인하거나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다.
1995년에도 광주시민들이 전두환, 노태우 처벌을 요구하며 제출한 고소장에서도 헬기 사격 진상규명을 요구했지만 검찰은
공중사격 기록을 찾을 수 없다며 사실상 헬기사격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대로 묻힐 뻔 했던 진실은 2017년 전남도청 인근
전인빌딩 건물의 탄흔이 발견 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거기다 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탄피까지 발견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이 탄흔을 헬기 사격에 의한 것이라고 감정했고, 이듬해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도 헬기사격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전씨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발표가 나고 3개월이 지나서 책을 발간했음에도 ‘이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재판은
전씨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이 두 번째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재판은 한 시간 15분 만에 끝났고, 다음 재판은 다음달 8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김원익 기자(one.2@foodnam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