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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인 더 올림피아4] ‘첫 게이 올림피아’ 딕커슨, 차별을 뛰어넘은 용기
등록일
2019.07.09 11:53
▲ 놀라운 밸런스의 크리스 딕커슨.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개근질닷컴]
미스터 올림피아 크리스 딕커슨은 보디빌딩 도전 전에 두 가지 고민이 있었다. 첫 번째, 그가 게이라는 것. 두 번째, 아직도 인종차별이 만연하다는 것.
미스터 올림피아 크리스 딕커슨이 보디빌더가 될지 고민하던 1960년대는 흑인 인종차별이 난무하던 시기였다. 각종 공공시설에서도 흑백분리가 만연했기에, ‘마틴 루터 킹’이 흑인 민권운동을 벌이던 시대이다. 또한 이 당시 동성애자 문화 또한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 경찰들은 뉴욕 시 ‘게이 바’로 급습해 동성애자들을 번번히 체포했고, 분노가 극에 달한 동성애자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등 차별과 투쟁하던 카오스(chaos) 그 자체였다.
이런 시기에 크리스 딕커슨은 흑인으로서, 그리고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로서, 보디빌더를 꿈꾼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딕커슨은 이 모든 것을 넘어보겠단 결심 후 24살에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타고난 재능이 있던 것일까? 그는 2년 뒤 나간 첫 대회 ‘1965 Mr. Long Beach’ 3등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딕커스는 이 대회에서 최고가 되진 못했지만, 자신이 한 커리어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라고 말했다.
“내가 가장 아끼는 트로피는 미스터 롱비치에서 받은 이 트로피다. 이 트로피만큼 간절했던 적은 그 이후로 한 번도 없었다”
미스터 올림피아 트로피를 거머 쥐었던 딕커슨이 이 작은 지역대회 트로피가 가장 특별한 이유는 바로 ‘차별’의 두려움을 깼던 순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딕커슨의 동기부여, 첫 흑인 여성 법정 변호인이었던 ‘어머니’
▲ 세퍼레이션이 타고난 크리스 딕커슨.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크리스 딕커슨이 모든 차별을 넘을 수 있었던 원천은 바로 그의 어머니 마할라 에슐리 딕커슨(Mahala Ashley Dickerson)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당시 흑인 여성들에게 큰 귀감을 준 미국 첫 흑인 여성 법정 변호사였다. 또한 1983년엔 미국여자변호사 협회장을 재임한 전통과 차별을 깬 강인한 여성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학교 여자 교수들이 남 교수들보다 적은 급여를 받자 여자 교수들의 편에 서서 적극적인 변호 후 승소한 이력도 있다.
그녀는 흑인 여성 변호사들을 위한 길을 닦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제 인생에선 두가지 기로가 있었어요. 흑인으로 사느냐, 죽느냐. 살기로 마음먹은 순간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언제든 학대당한 사람이 있었다면 그들을 도왔습니다”
라고 딕커슨의 어머니는 말했다.
그런 어머니 덕에 딕커슨은 인종과 성(性)은 큰 걸림돌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어머니에게 그 걸림돌은 스스로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어머니에게 배운 것은 너무나도 많았다. 아주 많은 걸 배우신 분이고 나와 형제들을 사랑으로 길러 주셨다. 그녀는 꿈이 있다면 이룰 수 있다는 걸 알려 주신 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어릴 적 배우의 꿈을 갖고 학교에 입학했다. 그때 당시만 해도 흑인이 배우가 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보디빌더가 되고 싶어 배우의 꿈은 버렸지만, 어머니는 계속해서 응원해주셨다”
딕커슨의 어머니는 자식들이 꿈이 있을 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딕커슨은 자신이 운동선수로서 소질이 있는 걸 알았지만, 그보다 연기와 노래에 꿈이 있었다. 언젠가 오페라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했고 뉴욕연기대학교에 입학한다. 보디빌딩은 그의 운명이었을까? 대학교에서 음악 선생님은 딕커슨이 더 강한 목소리 톤을 가지려면 가슴 운동을 해보라는 다소 황당한 제안을 한다.
시작된 운명-빌 피어와의 만남
▲ 빌 피어와 아놀드 슈워제네거 이 둘은 당대 최고의 스타 보디빌더였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더 높은 옥타브의 톤을 갖고 싶은 열망이 있었던 딕커슨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타고난 근질을 갖고 있던 딕커슨은 운동하는 대로 근육이 커졌고, 어느 날 우연히 당대 보디빌딩 스타 빌 피어(Bill Pearl) 가 나온 잡지를 보게 된다. 빌 피어의 몸을 보고 자신도 보디빌더가 될 수 있게 다고 느낀 딕커슨은 곧 바로 빌 피어가 운영하는 체육관으로 찾아간다.
이 운명적인 만남은 딕커슨의 인생을 바꿔 버린다. 딕커슨을 본 빌 피어는 그의 재능을 눈치채고 제자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보디빌더의 꿈을 키운 딕커슨은 낮에는 병원에서 일하고 밤에는 몸을 키우며 언젠가 세계적인 보디빌더가 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린다. 그의 나이 24살에그린 꿈이었다.
딕커슨의 재능은 실로 대단했다. 2년 뒤 나간 1965 롱비치 대회에서 출중한 몸으로 보디빌딩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이후 1년 동안 12개 동부지역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쥔다. 이후 각종 잡지 표지를 장식하며 보디빌더로서 최고 전성기를 누린다. 2년 정도의 운동경력으로 이런 커리어를 쌓은 선수는 미국 보디빌딩계에서 딕커슨 말고는 아직 없다.
▲ 인생 최고 인기를 누리던 시절.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미국 한 매체는 전성기 딕커슨의 몸을 보고 “지금까지 이렇게 완벽한 밸런스의 선수는 없었다”며 “종아리, 이두근, 승모근까지 완전한 정비례의 사이즈를 가진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렇게 동부지역을 제패한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1976년에 Mr. America에 참가한다. 하지만 결과는 6위.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3년을 더 준비해 1970년 Mr. America와 Mr.Universe를 동시 제패했다. 그렇게 미스터 유니버스에서 왕으로 군림하던 딕커슨은 1979년 대망의 첫 미스터 올림피아 도전을 시작한다. 그의 나이 40, 요즘은 이 시기가 전성기인 보디빌더가 많지만, 당시 대부분의 선수는 은퇴했거나 기량이 떨어질 나이다.
40세, 미스터 올림피아 도전이 시작되다
▲ 미스터 올림피아 무대에 선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크리스 딕커슨.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1979년 미스터 올림피아 라이트 헤비급으로 참가한 딕커슨은 6위의 성적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그러나 곧바로 정상급에 근접했다. 첫 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단점을 없앤 그는 1980년 올림피아에서 다시 돌아온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박빙의 승부를 펼친다.
“당시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승리는 인정한다. 그 전해의 올림피아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에 2위란 성적은 기분이 좋았다. 6위에서 2위는 꽤 높은 도약 아니겠나? 성적이 못마땅했던 건 내가 아닌 더 뒷순위에 랭크됐던 선수들이다. 이름을 안 밝히겠지만 한 4, 5위쯤 되는 선수였다”
시니컬한 대답에 덧붙여 “확실한 건 아놀드가 없었다면 당시의 1위는 내가 분명했다”며 그 당시가 자신의 최고 기량이었다고 강조했다.
딕커슨은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승리는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듬해 열린 미스터 올림피아에선 프랑코 콜럼부의 선전에 밀려 미스터 올림피아 트로피를 놓치고, 대회 2위에 그쳤다.
슈워제네거가 없는 자리에서 우승을 놓친 딕커슨은 더 이상 도전을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어느 한 캐나다 공무원이 “다음 올림피아는 너무 쉽게 생각하고 오지 마세요, 당신이 제대로 한다면 여기 당신을 이길 사람이 없어요”라는 말에 ‘지금을 너무 안주해서 발전이 없었을 수도 있겠다’고 깨닫는다. 그리고 다시 훈련에 매진한 딕커슨은 1982년 대망의 미스터 올림피아 최정상 자리에 앉게 된다.
“경쟁이란 굉장히 거친 일이다. 특히 몸을 평가하는 보디빌딩 심사는 굉장히 까다롭고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 이기는 것을 배우긴 쉽지만,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빛나는 재능만큼이나 승부욕이 강했던 딕커슨은 선수시절 내내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최고가 될 수 있던 원동력 ‘용기
’
▲ 결국 미스터 올림피아 자리에 오른 크리스 딕커슨.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그가 보디빌딩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을 때 나이는 43살이다. 이 최고령 기록은 2019년 현재 깨지지 않고 있다. 비록 숀 로든이 지난해 43세로 미스터 올림피아가 되면서 딕커슨과 어깨를 나란히 하긴 했지만, 37년간 깨지지 않는 역사적인 기록이다.
이에 보디빌딩 팬들은 이번 2019 미스터 올림피아는 숀로든이 과연 최고령 기록 경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대도 하고 있다.
그가 보디빌딩 최고를 꿈꾼 나이 24살. 뭔가를 새로 도전하기에 분명 무섭고 두려운 나이다. 특히 스포츠는 더더욱 그렇다. 최고의 경지에 오른 선수들 대부분은 아주 어릴 적부터 훈련했기에 그런 이들과 맞붙는 생각을 가진다는 것은 큰 용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백인중심의 사회는 그가 운동하기에 많은 불편함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 딕커슨은 그 꿈을 위해 가시밭길을 묵묵히 걸어왔고, 노력했기에 43살의 나이에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차별을 뛰어 넘어 새로운 것에 도전한 그의 ‘용기’는 이후 많은 보디빌더들에게 큰 도전 정신을 불러 일으켰다.
보디빌딩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축구나 야구처럼 팀원이 하나가 되어 성적을 내는 스포츠가 아닌 체육관에서 묵묵히 자기 몸을 갈고 닦아야 최고가 될 수 있는 고독한 스포츠이다. 하지만 여기 룩인더올림피아4의 주인공 크리스 딕커슨(Chris Dickerson)은 자신과의 싸움을 넘어 ‘차별’과도 싸운 모두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보디빌더다.
아직도 그에게 감명받은 수많은 보디빌더들이 그의 발자취를 따라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허준호 기자(hur.jh@foodnamoo.com)
허준호
(hur.jh@foodnamoo.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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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9-07-09 11: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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