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한 일,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일을 일컫는 징크스. 이는 정말 존재하는 걸까. 이번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을 봤을땐 확실히 존재한다. 특히 무시무시한 징크스에 강팀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16강의 주인공이 가려진 현재, 러시아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월드컵 징크스를 알아보자.
■ '디펜딩 챔피언' 독일도 피해가지 못한 우승팀 징크스
▲ 디펜딩 챔피언의 침몰 순간(feat.갓영권). 사진=FIFA 홈페이지
'우승팀 징크스'는 최근에 시작됐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기점으로 전 대회 우승팀이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는 징크스가 생겨났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팀이었던 이탈리아는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서 2무 1패의 부진한 성적으로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팀 스페인도 2014 브라질 월드컵서 1승 2패로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에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 독일도 징크스의 희생양이 될지 관심이 집중됐다.
디펜딩챔피언 독일은 징크스는 신경쓰지 않을 것 같았다. 유럽 지역예선을 10전 전승으로 통과했고, 한 번도 월드컵 조별리그서 탈락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차전서 멕시코에 일격을 당한 독일은 최종선서 한국에 0-2로 패하며 1승 2패로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독일의 조별 리그 순위는 4위, 꼴찌였다. 독일 축구 역사상 처음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쓴잔을 마셨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도 피해가지 못한 월드컵 징크스. 월드컵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아르헨티나 승점자판기서 벗어나지 못한 나이지리아
▲ 언제쯤 월드컵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승점을 얻을 수 있을까. 사진=FIFA 홈페이지
월드컵 조 추점식에서 나이지리와 아르헨티나가 한 조에 들어가자 장내가 술렁였다. 또 만났기 때문이다. 1994년 미국, 2002년 한일,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 등 이미 4차례 월드컵 조별리그서 맞붙었던 두 팀. 경기 결과는 아르헨티나의 4전 전승. 이후 나이지리아는 월드컵서 아르헨티나의 승점 자판기라 불렸다.
나이지리아는 이번 대회서 아르헨티나 징크스를 탈피할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나이지리아는 조 2위로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최악의 부진 속에 1무 1패로 최종전서 무조건 승리가 필요했다. 나이지리아는 작년 11월 A매치서 4-2 승리를 거두며 아르헨티나 공포서 벗어난 상태였다.
킥오프 휘슬과 함께 아르헨티나의 맹공에 흔들리며 메시에게 선제골을 헌납했다. 다시 중심을 잡은 나이지리아는 차분하게 아르헨티나를 공략해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같은 시각 펼쳐진 다른 경기 상황을 봤을 때 비기기만 해도 나이지리아가 16강에 진출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후반 41분 아르헨티나의 로호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1-2로 패했다. 결국 1승 2패를 기록한 나이지리아는 1승 1무 1패의 아르헨티나에 밀려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조별리그 탈락과 함께 아르헨티나를 월드컵에서 다섯 차례 만나 모두 패하며 두배의 슬픔을 느꼈다. 정말 징크스는 존재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권순철 기자(sc.kwon@ggj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