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징크스 1편에 이어 2편이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서 독일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등 '월드컵 징크스'가 확실히 존재함이 증명됐다. 연일 미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월드컵 징크스가 16강 토너먼트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아보자.
■ 개최국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무적함대 스페인
▲ 개최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스페인. 사진=FIFA 홈페이지
'무적함대'가 침몰했다. 스페인은 16강에서 개최국 러시아를 상대했다. 역대 월드컵에서 스페인은 개최국만 만나면 한없이 작아졌다. 1934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8강에서 만난 이탈리아에 패했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선 브라질에 1-6 대패를 당했으며 2002년 한일월드컵 8강에선 한국에 승부차기로 무릎을 꿇었다. 월드컵 외에도 유럽선수권대회에서도 개최국을 상대로 2무 3패를 기록하며 '개최국 징크스'를 가지고 있었다.
스페인은 러시아를 상대로 개최국 징크스 탈출과 함께 8강 진출까지 노렸다. 스페인은 개인 기량, 상대 전력 등 모든 면에서 러시아를 압도했다. 이를 증명하듯 전반 초반 선제골을 터트리며 8강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그러나 피케의 핸들링으로 페널티킥을 헌납하며 동점을 허용했다. 이후 높은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위협적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고 승부차기에서 러시아 골키퍼 아킨페프에 막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개최국 징크스의 희생양이 된 스페인은 예상보다 빨리 짐을 싸서 러시아를 떠났다. 무적 함대에게 개최국은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존재임이 증명됐다.
■ 멕시코에게 8강은 정말 허락되지 않을까
▲ 멕시코의 16강 저주가 이어지는 순간(feat.네이마르). 사진=FIFA 홈페이지
멕시코에게 8강은 허락되지 않은걸까. 멕시코 축구 대표팀은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서 브라질에 0-2로 패했다. 이로서 7회 연속 16강 탈락이라는 웃지 못할 기록까지 만들었다. 1994년 미국 월드컵부터 시작된 멕시코의 16강 잔혹사는 계속 이어지게 됐다. 미국 월드컵 16강서 불가리아에 승부차기 끝에 패한 것이 징크스의 시작이었다. 이후 독일(1998년), 미국(2002년), 아르헨티나(2006년), 네덜란드(2010년)를 차례로 만나 16강서 무릎을 꿇었다.
멕시코는 16강 징크스 탈출을 위해 이번 대회를 열심히 준비했다. 덕분에 조별 리그서 세계 1위 독일을 1-0으로 꺾으며 좋은 기세로 브라질전에 나섰다. 전반 초반 날카로운 공격으로 여러차례 브라질 골문을 위협했으나, 방점을 찍진 못했다. 후반전 네이마르에게 선제골을 내준 후 급격하게 무너졌다. 후반전 막판 피르미누에게 추가골까지 내주며 또다시 8강 문턱서 좌절했다. 16강 징크스와 더불어 월드컵서 브라질을 상대로 단 한골도 기록하지 못한 징크스도 이어갔다. 브라질과 월드컵 무대에서 다섯 번 만난 멕시코는 1무 4패, 13실점 무득점을 기록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도 징크스를 넘지 못한 멕시코는 4년 뒤인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기약하게 됐다.
■ 징크스 탈출에 성공한 잉글랜드
▲ 잉글랜드가 승부차기 저주에서 탈출하는 순간. 사진=FIFA 홈페이지
징크스에 모든 팀이 울었던 것은 아니다. 잉글랜드는 28년 만에 지긋지긋한 승부차기 징크스에서 탈출했다.
'삼사자군단' 잉글랜드는세계 최고의 리그를 보유하고도 월드컵에서 부진했다. 특히 토너먼트 승부차기에서 승률 '0%'라는 처참한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잉글랜드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준결승 서독전 승부차기 패배를 시작으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아르헨티나전, 2006년 독일 월드컵 포르투갈전서 승부차기로 무릎을 꿇었다. 역대 월드컵 승부차기에서 3전 전패를 기록 중인 잉글랜드였다.
잉글랜드의 승부차기 잔혹사는 월드컵 뿐만 아니라 유로에서도 이어졌다. 유로 1996 4강전서 독일에 승부차기 5-6 패배를 당했다. 이때 실축을 했던 선수가 현재 잉글랜드 지휘봉을 잡고 있는 사우스게이트다. 유로 2004 8강 포르투갈전, 유로 2012 8강 이탈리아전 승부차기에서도 징크스를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지긋지긋한 징크스 탓에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심리 측정 테스트를 거치고, 승부차기 키커를 미리 정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승부차기의 저주를 한켠으로 미뤄둔 채 16강 콜롬비아전서 선제골을 뽑아냈다. 후반 12분 케인은 본인이 획득한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전광판 시계가 멈추었고, 잉글랜드의 8강 진출이 확실시 됐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콜롬비아의 미나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했고,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연장 혈투를 벌였으나 득점은 나오지 않았고 잉글랜드가 정말 피하고 싶었던 승부차기 순간이 다가왔다.
3번 키커로 나선 헨더슨의 슈팅이 콜롬비아 골키퍼에 막히는 순간 '승부차기의 저주'가 떠올랐다. 그러나 잉글랜드가 너무 딱했던 것일까. 승부차기의 신이 이번에는 잉글랜드의 손을 들어줬다. 콜롬비아의 4번째 키커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했고, 5번 키커 바카의 슈팅은 픽포드의 선방에 막혔다. 마지막 키커로 나선 다이어가 콜롬비아의 골망을 흔들며 월드컵 승부차기 징크스를 끊어냈다. 더불어 12년 만에 8강에 진출하며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권순철 기자(sc.kwon@ggj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