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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빌더] 전직 씨름 선수 김도환, 샅바 놓고 덤벨을 들다

등록일 2019.11.20 11:54 youtube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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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병정 기자

 

[개근질닷컴] 장사(壯士). 힘이 세고 골격이 굳센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고교 보디빌더 김도환(신송고)은 어린시절 부터 힘이 남달랐다. 초등학생 땐 학교 대표 투포환 선수였다. 재능이 알려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곧바로 씨름부에 스카우트 된 김도환은 모래 위에서 샅바를 잡고 학창 시절을 보냈다.  

 

김도환은 소년체전선발대회에서 1위를 하는 등 씨름 선수로서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갔다. 하지만 부상으로 천하를 제패하는 장사가 되겠다는 꿈은 접어야 했다. 선수의 몸을 생각하지 않은 무리한 훈련, 주먹구구식 운동방법이 그 원인이었다.

 

김도환의 지친 몸은 휴식과 재활이 필요했고, 웨이트트레이닝은 회복 이상의 활력과 건강을 그에게 줬다. 그리고 김도환은 어느덧 보디빌더란 새로운 꿈 앞에, 다시 당당히 섰다. 타고난 힘 덕분에 시작부터 남보다 훨씬 무거운 중량을 들 수 있었다. 태생부터 우위에 있었던 것. 타고난 보디빌더란 표현도 과언은 아니다.

 

이를 증명하듯 김도환은 19년 ‘Mr. KOREA 고등부 1위, 클래식 2위’, ‘Mr. 크리스챤 고등부 1위’, ‘19년 전국체전 고등부 2위’, ‘Mr.YMCA 고등부 1위’ 등 1년이란 경력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기록을 연이어 세웠다. 그는 전국체전 고등부 헤비급 은메달을 거머쥐었던 당시의 기분을 이렇게 말했다.

 

“이제 1년 차인 내가 같은 체급 선수들을 압박했고, 그 자리까지 올라갔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국체전 직후 목격한 그의 얼굴엔 만족보단 아쉬움과 새로운 목표를 향한 열망이 훨씬 더 많이 엿보였다. 재능도 열정도 최고! 10년 후 미래가 훨신 더 기대되는 고교빌더 김도환을 <개근질닷컴>이 만났다.

 


▲ 사진=김병정 기자

 

씨름을 했다고 들었다. 씨름을 시작했던 계기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육상대회에서 투포환 종목 학교 대표로 출전했다. 경기하는 모습을 본 씨름 감독님이 나를 스카우트해갔다.

 

어릴 때부터 힘이 남달랐나

 

또래보다 체격이 컸고 힘이 셌다. 씨름부에 입단해서 잘 먹고 훈련했지만, 막상 중학교부터 대회를 나가보니 생각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다. 1학년 때 3학년 선수들이랑 붙었으니까.

 


▲ 씨름 선수 시절 김도환. 사진=김도환 제공

 

차이가 상당할텐데? 중1 때 중3 과 승부에서 있긴 적도 있을까

 

이긴 적은 있지만, 입상은 못 했다. 마지막에 올라가면 체격이나 힘 차이 때문에 쉽지 않았다. 나중에 실력을 쌓은 이후엔 전국소년체전 선발대회 인천대표전에서 1등을 하기도 했고, 여러 대회에 출전하며 꼬박 4년간 씨름 선수생활을 했다.

 

씨름을 그만둔 이유는 뭐였나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훈련 강도가 높아졌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무게도 올려야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방법으로 운동을 하지 않아 허리에 무리가 갔다. 당시엔 정확한 방법의 운동법을 알려줄 코치도 없었다.

 

어떤 훈련이었길래…

 

그저 선배들이 해오던 방식을 무조건 따라 하는 운동이었다. 정확한 운동 방법을 알고 하는 게 아니라 억지로 힘만 쓰는 종류의 것들. 선배들은 ‘다치든 말든 무조건 한다’라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에 나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벤치 프레스 같은 운동을 할 때면 내가 들 수 있는 무게의 두 배를 억지로 들곤 했다. 결국엔 탈이 나더라.

 

씨름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부모님 반응은 어땠나

 

씨름을 고2 때 그만뒀다. 졸업까지 1년 남았던 시기였다. 부모님은 아무래도 그동안 해온 것이 있으니까 한 해만 더했으면 하셨다. 대학 입시도 있으니까. 하지만 자식이 아프다고 하는데 운동을 강요할 부모님이 어디 있겠나. 결국 나를 믿고 내 결정을 지지해 주셨다. 보디빌딩을 시작하고 나서도 누구보다 내게 큰 힘이 되는 존재가 우리 가족이다.

 

씨름을 그만둔다는 건 어떤 의미였는지 궁금하다

 

4년 동안 엄청난 공을 들였기 때문에 탑이 한순간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아침에 내가 해오던 운동을 못 하게 되어서 미래에 대한 고민 때문에 눈 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쉽게 좌절하지 않고 재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원래 집안이 장사 집안인가

 

그렇지 않다(웃음). 부모님은 왜소하다. 누나들도 선수 출신이 아닌 그냥 일반인이다. 가족 중에 나만 좀 남달랐다.

 


▲ 김도환을 응원해주는 가족. 사진=김도환 제공

 

보디빌딩을 시작한 계기는

 

내가 사는 아파트 헬스장에서 혼자 재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거기 있던 트레이너분이 제대로 된 운동을 가르쳐 줄 선생님을 소개해줬다. 보디빌딩은 새로운 시작이었지만 나에게 큰 행복으로 다가오더라. 조금씩 관심이 생겨서, 결국엔 또 열심히 하게 됐다.

 

웨이트 시작 당시와 지금 몸 상태를 비교하자면

 

큰 변화가 있다. 아무래도 씨름 선수 시절엔 체격이 더 크고 몸에 지방도 많았다. 요즘은 흔히 말하는 ‘몸짱’으로 변했다(웃음). 정말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많이 건강 해졌다’고 느낀다.

 

보디빌딩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

 

기절한 적도 있다. 대회 출전을 위해 탄수화물과 수분 섭취를 멈췄더니 기절했던 것 같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를 끊었더니 일어난 사건이다. 처음 겪는 일이라 처음엔 너무 놀랐다. 겁도 나고. 하지만 보디빌딩은 절제가 필요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이내 적응하고 훈련에 임했다.

 

씨름하면서 다친 허리는 지금 어떻게 되었나

 

거의 완치됐다. 가끔 무리하게 훈련하면 아플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통증을 느낄 땐 무조건 중량을 무겁게 드는 것이 아니라 무게를 내린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엔 스트레칭도 더 많이 하는 등 좋은 습관이 많이 생겼다.

 

운동 선수로서나 사람으로서 본인의 장점은 뭘까

 

이 운동을 시작하면서 알게 됐다. 보디빌딩은 자기관리가 제일 중요한 스포츠다. 몸 관리부터 식단 관리까지 혼자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이 운동을 시작하고 ‘나는 꾸준할 수 있구나’라고 느꼈다. 그런 성실함이 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 탈고등부 하체를 선보인 2019 미스터 코리아 당시 김도환. 사진=김병정 기자

 

성실함은 분명 큰 장점이다. 그럼 약점은?

 

아무래도 씨름을 하면서 하체가 많이 발달했다. 무대에 서면 ‘하체가 좋다’고 말해주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상체가 좋다’는 소리는 잘 못 들어 봤다. 상체와 하체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시즌에 상체 운동에 비중을 많이 둘 생각이다.

 

고등부 헤비급 은메달을 획득한 2019 전국체전 이야기를 안 들어 볼 수 없다. 사실은 경기 직후 아쉬워하는 모습을 봤다

 

올해 마지막 대회라고 생각하고 전국체전에 출전했다. 아쉬움이 많은 남은 경기였다. 경기 직후엔 눈물도 나고...화도 나고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였다. 이제 학생부 선수로서 생활은 끝났지만 앞으로 일반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더 마음을 잡고 운동에 전념해야겠다’ 고 다짐하게 만든 대회였다.

 


▲ 김도환과 최진석. 사진=김병정 기자

 

전국체전에서 같은 체급에 참가한 *최진석과의 대결은 고등부 최고의 명승부였다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보니까 라이벌인 친구(최진석, 광의숭의과학기술고등학교)도 피, 땀 흘려서 훈련하지 않았겠나. 그 친구는 중학교 때부터 보디빌딩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그 친구가 중3 때부터 했다면 거의 4년을 보디빌딩에 전념했다는 뜻이다. 비록 그 친구를 이기지 못했다고 해도, 이제 1년 차인 내가 같은 체급 선수들을 압박했고, 그 자리(은메달)까지 올라갔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 최진석-2019 미스터 코리아 고등부 보디빌딩, 클래식보디빌딩 2관왕, 2019 전국체전 고등부 헤비급 1위

 

전국체전으로 시즌을 끝내지 않고 Mr.YMCA와 성남시협회장배까지 출전했더라. 이유는?

 

전국체전을 이번 시즌 마지막 대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서 Mr.YMCA도 출전을 결심했다. 이어 성남시대회도 올 시즌 몇 개 남지 않은 대회였기 때문에 무대에 섰다. 학생부의 ‘마지막 해’이기 때문에 더 많은 1등으로 피날레를 장식하고 싶었다. 끝 매듭을 더 잘 맺고 싶어서 시즌을 길게 가져갔던 것 같다.

 

그러면 이젠 정말 시즌오프인가

 

그렇다(웃음). 식단 관리는 계속할 생각이다. 인스턴트 음식은 먹지 않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영양식사 정도는 할 계획이다.

 


▲ 제100회 전국체전 보디빌딩 종목 남자 고등부 헤비급 입상자들. 왼쪽부터 동메달 김소망, 은메달 김도환, 금메달 최진석. 사진=김병정 기자

 

이제 성인이 되기까지 얼마 안 남았다. 무엇을 하고 싶나

 

대회를 준비하면서 학교생활을 소홀히 했다.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으니 친구들과 우정을 더 쌓고 싶다.

 

학교 친구들은 보디빌딩을 하는 김도환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나

 

관심 있는 친구들이 보디빌딩에 대해서 물어보긴 하지만, 거리감을 두는 친구들도 더러 있다. 공부하는 친구들에겐 이 스포츠는 전혀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헬스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은 먼저 다가와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한다.

 

운동을 하면서 고마운 분은

 

제일 먼저 생각나는 분은 역시 부모님이다. 그 누구보다 나를 아껴주시고, 지원해주고 있다. 가끔 혼자 부모님 생각을 하면서 '멍' 때릴 때가 있다. 그러곤 감사함에 눈물을 흘리곤 한다. ‘나도 커서 자식에게 이렇게 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를 많이 사랑해 주신다.   

 

또 우리 누나들. 나를 막내라고 귀여워해 주고 챙겨준다. 그들이 있어서 내가 편하게 운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왼쪽부터 이진희, 김도환, 박인정. 사진=김도환 제공

 

가족이 있어서 편하게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또 있나?

 

그리고 *박인정 관장님과 운동 파트너 *이진희 선수. 우선 박인정 관장님은 제일 감사한 분이다. 운동 훈련법부터 부족한 부분에 대한 조언까지 나를 지금까지 성장시켜준 은인이다. 스승님의 도움이 있어서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진희 선수는 중학교 때 만났다. 헬스장에서 만나 인연이 됐는데 당시에 나에게 보디빌딩을 해보라고 추천해줬다. 하지만 나는 씨름 선수를 계속했다. 씨름을 관두고 작년 YMCA 도핑 교육에 갔다가 다시 만났다. 이후 대회도 같이 뛰고 서로 서포트하는 내 감사한 파트너가 됐다.

* 박인정 - 2009 미스터 코리아 등  

  이진희 – 2019 미스터 코리아 여자 보디 피트니스 -163cm 체급 2위 등

 


▲ 인천시설공단 소속 보디빌더 임정섭. 사진=김병정 기자

 

김도환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인가

 

*임정섭 선수. 작년 대회장에서 무대에 서 있는 모습을 봤다. 그 순간 ‘저런 몸이 나올 수 있구나’라고 감탄했다. 얼굴도 잘생기지 않았나(웃음). 나도 나중에 저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느꼈다. ‘한눈에 반했다’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올해까지 인천시설공단 소속 선수인지 몰랐다. 내가 올해 전국체전에 인천 소속으로 경기를 뛰게 되어서 함께 만난 자리가 있었다. 그때 따로 말씀드리진 않았지만 굉장히 영광스럽고 기분이 좋았다.

 

일반부, 학생부를 떠나서 같은 색의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기 때문에 같은 마음일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존경하고 배우고 싶은 점이 많은 선배님이다.  

*임정섭-제100회 전국체전 밴텀급 은메달, 제49회 Mr. YMCA 보디빌딩 일반부 체급(-70kg) 우승 등

 

앞으로의 꿈을 말해달라

 

보디빌딩은 이제 내게 시작과 끝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기 때문에 ‘보디빌딩’이란 단어만 들어도 가슴 한쪽이 뭉클해진다. 그래서 언젠간 보디빌딩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세계무대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내 꿈이 됐다.

 

 

허준호 (hur.jh@foodnamoo.com) 기자 
<저작권자(c) 개근질닷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등록 2019-11-20 11: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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