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광희 제공
[개근질닷컴] 지난해 보디빌딩계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보낸 선수는 누굴까. 그리고 이들의 2020년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오프시즌>에서는 2019년 시즌 중 개근질닷컴 편집부가 지켜본 인물 가운데 주목할 만한, 올해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를 소개한다.
<오프시즌> 영광의 첫 번째 주인공은 보디빌딩 종목의 슈퍼루키, 光나는 근질이 일품인 ‘이광희’다.
이광희는 지난 2017년 9월. 안성시장배를 통해 보디빌딩 첫 데뷔무대를 가졌다. 결과는 입상 순위권 밖. 분명 좌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이광희는 2018년 완벽히 새롭게 태어난 모습으로 금의환향했다.
“단점인 하체를 최고의 강점으로 만들었다”
1년간의 와신상담(臥薪嘗膽) 끝에 다시 도전한 무대. 이광희는 2018년에 수원시장배(-70kg)와 평택시장배(-70kg)에서 압도적 근질로 체급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포텐이 제대로 터진 셈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해엔 PCA 뉴빅터시리즈와 ICN 코리아 대회에서 연거푸 그랑프리를 거머쥔 이광희. 그의 최대 강점은 2년 전만해도 약점에 불과했던 압도적 하체 근질이었다. 매일 집에 기어갈 정도(?)로 하체 운동에 올인했던 게 신의 한 수였다.
이렇듯 이광희는 실패를 거울삼아 자신의 단점을 보완, 매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얼마나 더 완벽해진 근질을 선보일지 벌써부터 주변의 기대가 크다.
#예선 탈락부터 그랑프리까지: 지난 3년 간의 기록을 돌아보다
▲ 사진=김병정 기자
아직 이름이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한다
95년생 26살 이광희라고 한다. 직업은 프리랜서로 트레이너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조만간 스포츠 의류 브랜드를 런칭하려고 준비 중이다.
나이가 젊다. 경력은 얼마나 됐나
고등학교 때부터 취미로 운동을 하다가 20살 때부터 본격적인 웨이트의 길로 들어섰다. 첫 대회 참가는 군대 전역 후(23살) 2017년 9월에 열린 안양시장배 대회였다. 상병일 때 휴가 나가서 짐(gym)에서 운동하고 있는데 관장님이 대회 출전을 권유했다. 그래서 17년 3월에 전역 후 6개월 간 준비 후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결과는?
처참하게 깨졌다(웃음). 특히 하체의 완성도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정말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동안 하체 운동을 소홀히 했었는데, 첫 대회 참가 후에는 속된 말로 매일 하체가 털리도록 했다.
▲ 오프시즌 +15kg의 이광희. 사진=스튜디오U
당시 첫 대회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다이어트. 살면서 그렇게까지 배고픔을 참았던 적이 없었다. 원래 식욕이 많지 않았는데 그때 다이어트를 한 번 경험하고 나선 체질이 완전 정반대가 됐다. 요즘은 대회가 끝나면 기본 15kg 이상은 늘어난다(웃음). 지금처럼.
앞서 고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시작했다고 했는데
구기 종목을 따로 하진 않았고, 나를 포함한 친한 친구들이 모두 운동을 워낙 좋아했다. 쉬는 시간마다 운동장으로 달려가서 턱걸이 같은 걸 경쟁적으로 했었다. 서로에게 모티베이션이 된 셈이다.
대학교는 체대에 갔나
학교는 운동과 상관없는 경영학과에 들어갔다.
20살 때 본격적인 웨이트를 시작했는데 부모님 반대는 없었는지
다행히 부모님은 내가 운동하는 걸 좋아해 주신다. 매번 대회에 나갈 때마다 응원도 오시고, 그 누구보다 가장 든든한 지원자이자 서포터다.
처음 대회 준비를 할 때 종목을 보디빌딩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 2017년이면 스포츠모델이나 피트니스 쪽 종목도 인기가 많았을 텐데
내 체형을 볼 때 피지크나 스포츠모델 보다는 보디빌딩에 더 맞는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보디빌딩이 더 매력적이라 느껴서다.
어떤 매력?
몇 개월 간 다이어트를 하고 펌핑 후, 무대에 서서 힘을 줄 때 그 온몸의 전율과 짜릿함이 아닐까 싶다. 그 느낌을 도저히 잊지못해서 힘들지만 인내하며 몸을 만들고 무대에 다시 오르는 것 같다.
▲ 2018년도 이광희 VS 2019년도 이광희. 사진=개근질닷컴 DB
2017년 대회는 안양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였나
혹독한 신고식 이후 다시 처음부터 준비했다. 이듬해 수원시장배와 평택시장배에서 모두 체급 1위(일반부 -70kg)를 거머쥐었다. 부족한 하체를 집중적으로 보강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
2018년엔 말할 것도 없고 2019년엔 근질이 한층 더 일취월장(日就月將)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적이 그걸 증명한다
지난해 첫 대회였던 광명시장배(-70kg 2위) 한 차례를 제외하곤 ‘PCA KOREA 뉴빅터시리즈’ -75kg, ‘ICN KOREA GRAND PRIX’ 오픈 클래스2, ‘피트니스스타 NFC’ -70kg 모두 보디빌딩 종목 체급 우승을 거뒀다. 그리고 PCA랑 ICN에선 생애 첫 그랑프리와 두번째 그랑프리를 연속으로 차지했다. 스스로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성적도 나오고 주변에서 ‘몸이 더 좋아졌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씩 실감이 나더라.
▲ PCA 뉴빅터시리즈 그랑프리 수상 모습. 사진=김병정 기자
작년 PCA 대회에서 데뷔 3년 만에 생애 첫 그랑프리를 거머쥐었다. 당시 소감은
사실 체급 1위는커녕 입상도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체급 우승을 하고 마지막 최종 2인에서 그랑프리로 호명된 순간, 많이 얼떨떨하더라. 정신차리고 보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나도 할 수 있구나’란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고, 스스로가 견뎌내고 노력해 온 시간들을 보상 받는 기분이었다.
그 자신감이 *ICN까지 쭉 이어졌다
*보디빌딩 그랑프리(클래스2)
자신감이 있긴 했지만 ICN 때도 체급 우승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펌핑할 때 주변 참가자분들이 몸이 다 좋아서 마음을 비우고 무대에만 집중했다. 평생 할 그랑프리를 다한 건 아닌지 운이 좋았던 것 같다(웃음).
▲ 당시 66kg의 몸무게로 더 높은 체급 선수들을 이겨낸 이광희(가운데). 사진=김병정 기자
원래 주 체급이 -70kg인데 PCA 때는 -75kg으로 출전했던데
PCA 대회는 처음 나갔는데 -70kg이 있을 줄 알고 신청했었다. 그런데 그 체급이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75kg에 참가한 거다.
당시 무대에 올랐던 내 체중이 66kg이었다. 보통 대회에 나갈 때 주체급인 -70kg에 맞게 66~68kg까지 바짝 말린 다음에 무대에 올라간다. 매스에선 아무래도 체급 차이가 있으니 데피니션으로 승부를 본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신체 데피니션 중에서도 어떤 부위가 가장 자신있나
아무래도 하체 데피니션이 가장 자신있다.
첫 대회에서의 실패 후 하체에 투자한 노력이 신의 한수가 됐다. 하체 운동은 어떻게 했는지
기본적으로 하체 운동을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무조건 했다. 스쿼트랑 런지는 기본적으로 한 것 같다. 익스텐션 같은 경우 저중량으로 할 때는 50개씩 5세트를 하고, 고중량으로 할 때는 12개 정도 할 수 있는 무게로 4~5세트를 풀가동 범위로 했다.
그리고 만약 허벅지 앞쪽에 자극 타겟을 더 주고 싶을 땐 세트를 정하지 않고, 말 그대로 털릴 때까지 달렸다. 그렇게 하고 나면 무릎 굽히기가 좀 힘든데 여기서 스쿼트를 저중량으로 마무리했었다.
그 정도로 하체 털고 나면 집에는 기어서(?) 갔겠다
바닥에 누워서 멍 때리다 보면 ‘이제 괜찮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때 일어나서 집에 간다. 두 발로(웃음).
▲ 사진=스튜디오U
17년부터 19년까지 대회는 전부 하반기에만 참가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마음 같아선 상반기에도 나가고 싶지만 평소 다이어트 기간을 길게 잡는 편이다. 애초 17년도 첫 스타트를 하반기에 참가했기 때문에 그 루틴으로 계속 가는 것 같다.
다이어트 과정은?
보통 5~6개월 정도 다이어트 기간을 두는데 앞에 3개월은 체중 변화를 보면서 일반식을 조금씩 줄여 나간다. 나머지 3개월은 식단 메뉴에서 하나씩 바꿔주고 막바지에 정말 타이트하게 간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해주면
다이어트 식단을 아주 조금씩 줄여 나가는데 예를 들면 밥 양을 300g 먹던 걸 280g, 250g, 220g…이렇게 가다가 웬만하면 200g 밑으로는 줄이지 않는다. 만약 살이 좀 안 빠진다 싶으면 다섯 끼 중 한 끼를 고구마로 바꿔서 먹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탄수화물을 무조건 줄여 나가는 스타일이다.
이 방법의 장점은 정말 조금씩 줄이다 보니 다이어트를 하는 6개월 동안 배고픔의 정도에 있어선 차이가 거의 없다.
덧붙여 수분 조절은 어떻게 했는지
수분 뺄 때는 사우나를 대회 전날에 20분 들어갔다가 10분 휴식하는 걸 6번 정도 반복한다. 그렇게 침이 거의 안 나올 정도로 수분을 몸에서 없앤다. 그리고 다음날 일어나서 대회 출발 전까지 사우나에 들어가서 몇 번 더 수분을 뺀 후 최대한 몸이 드라이해 보이도록 만든다. 개인적으론 이렇게 하면 데피니션이 가장 선명하게 나오는 것 같더라.
<[오프시즌] 이광희, 세계 최강 ‘포스트 설기관’을 꿈꾸다②>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