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살기 참 팍팍하다. 물가는 오르지만 내 연봉은 제자리 걸음인 세상을 멀쩡히 살아가기엔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 오히려 조금은 삐뚤어지게 세상을 바라보는 프로불편러가 마음 편한 세상이다. 이제부터 프로불편러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사를 꺼내보려 한다. <편집자 주>
# 호텔 종업원으로 일하던 톰 리플리는 재벌의 아들이자 친구인 디키 그린리프를 동경한다. 우연한 기회에 디키 그린리프를 살해한 톰 리플리는 그의 신분으로 세상을 살면서 점점 대담한 거짓말을 늘어 놓는다. 완전 범죄로 끝날 것 같았던 톰 리플리의 행동은 결국 디키 그린리프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추악한 진실로 드러난다.
미국의 여류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쓴 '재능있는 리플리 씨'의 내용이다. 1960년대 영화 '태양은 가득히'가 흥행하면서 1970년대부터 리플리증후군은 정신병리학자들의 단골 연구 대상으로 떠올랐다.
리플리 증후군에 대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07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씨의 학력 위조 사건을 필두로 지난해 '청년 버핏'으로 알려지며 400억원대 자산가로 명성을 떨친 박철상 씨의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 OCN 드라마 미스트리스 방송화면 캡쳐
최근 종영한 OCN 드라마 '미스트리스' 마지막 회에서는 송창현(안창환 분)이 리플리 증후군으로 밝혀지면서 사건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등 극적 장치로도 활용됐다.
이처럼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 세계를 진실로 믿고 지속적인 거짓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도 리플리 증후군에 빠진 사람들이 부지기수임을 알 수 있다.
리플리 증후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일까. 급격한 경제 성장을 통해 부를 획득한 대한민국 안에서 경쟁은 필수 요소가 됐다. 그렇다면 리플리 증후군은 엘리트 만능주의로 얼룩진 사회가 만든 경쟁 구도의 부작용일까?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우위에 서려 한다. 학별, 경제력 등을 통해 우월한 지위에 오른 후 그에 대한 금전·명예적 대가를 받는 보상심리를 챙기는 것. 거짓으로나마 위안을 얻고 타인이 바라보는 우상적 지위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거나 이득을 취하는 행태가 리플리 증후군의 일반적 특징이다.
▲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픽사베이
그러나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말이 있듯, 한 번 시작한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부른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벗어나고자 했던 거짓말이라 할 지 라도, 그 횟수가 늘고 죄책감이 사라짐을 느낀다면 당신은 리플리 증후군이 확실하다.
누군가는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된다"는 말로 리플리 증후군에 대한 동정 여론을 보내지만 이는 전제부터 잘못된 이야기다.
거짓으로 일관된 이에게 신뢰를 보낼 이는 한 명도 없다. 리플리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오늘도 다들 깜빡 속는다'며 쾌재를 부르겠지만, 티를 내지 않거나 마음 속으로 생각할 뿐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알게 된다. 결국 리플리 증후군을 통해 금전·명예적 피해를 끼치지 않을 뿐 모든 조직원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안겨준다.
오늘도 리플리 증후군에 빠진 사람은 자신만의 세계를 이어가기 위해 그럴싸한 거짓을 늘어 놓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언젠간 밝혀지며 말이 없다고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자신도 감당하지 못할 거짓의 무게에 짓눌려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져들기 전에.
채성오 기자(so.chae@ggj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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