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박준익 제공
[개근질닷컴] 팔방미인(八房美人): 여러 방면의 일에 능통한 사람
2012년 신장 186cm였던 박준익의 몸무게는 고작 58kg이었다. 소위 ‘마른 멸치’였던 셈이다. 그랬던 그가 2018년부터 수많은 국내 협회별 대회에 참가하면서 화려한 족적을 남겼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박준익은 단순히 커리어를 쌓기도 버거웠을 것 같은 기간에 트레이너란 새로운 직업의 성공적인 안착과 심사위원, 모델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경영자가 되기 위해 밝은 미래를 설계 중이기도 하다.
인터뷰①편 박준익, 2년간 피트니스 대회를 ‘싹쓸이’하다(링크클릭)에 이어 선수 외적인 그의 이야기를 엿들어 본다.
박준익 “운동할 때 어딘가 아프다면 잘못된 것이다”
▲ 사진=박준익 제공
트레이너가 된 계기
앞서 얘기했듯이 운동해 온 기간은 8년 정도됐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대기업 직장에 다녔다. 쉽게 말해 직장인 헬린이였다. 당시엔 대기업이라서 안정적인 삶을 꿈꾼 것도 사실이고, 헬스는 취미로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기업들이 점점 무인화 되더라. 하물며 대기업인데 그런 부분에서 더 빨리 변화가 찾아오지 않았겠나. 직업에 대한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느낄 때쯤 회사에서 희망 퇴직을 권고 받았다. 그게 2019년 1월이다.
다행히 회사와 운동을 병행하면서 트레이너 공부를 조금씩 해왔던 시기였다. 직업 전향을 준비했던 나로선 완벽한 준비 후 퇴사를 꿈꿨지만 좀 더 앞당겨진 셈이다.
이 무렵 PT샵을 오픈한 이성훈 대표님을 알게 됐고, 함께 일하게 됐다. 사실 그때는 트레이너 경험이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퇴사 전부터 회사 동료들에게 재능 기부 형식으로 운동을 가르쳐 주고, 다이어트를 도와주면서 예행 연습을 한 게 다였다. 다시 말해 전문적인 트레이너 경험이 전무했다. 그럼에도 내 손을 잡아준 대표님께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자신만의 운동 철학
경력이 오래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확실히 지켜 나 갈 부분은 ‘이 운동은 아프려고 하는 게 아니다’란 신념을 가지고 있다. 내가 추구하는 헬스란 건강해지고, 아프지 않으려고 하는 운동이다. 아프다면 잘못된 방법으로 하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올림피아 같은 대회에 나가는 전문 선수가 아닌 이상 아픔을 참으면서 하는 건 절대 권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회원님들께 항상 ‘어딘가 통증이 있고, 어떤 부위에 이상이 있으면 주저 말고 얘기해달라’고 말한다. 우리 신체는 아프지 않게 운동해도 몸을 예쁘게 만들 수 있다. 어딘가 아프다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면 될 일이다.
기억에 남는 회원
지금도 나와 1년 넘게 PT를 하고 있는 의사 회원이 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내가 말한 식단과 시간을 정말 철저하게 다 지키더라. 지금까지 운동을 주 5~6일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일 헬스장을 찾고 있는 노력파다. 10월에 있을 머슬매니아 대회에 참가할 예정인데 거짓말 좀 보태서 남자인 나보다 몸이 더 좋다.(웃음) 나를 믿고 이렇게까지 노력해주고 따라준 것에 너무 뿌듯하고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직업의 방향성
처음 날 찾는 사람들에게 과장된 말로 영업을 할 생각은 없다. 현재 이 사람의 실제 몸상태를 알려주고 어떤 수준인지를 정확히 인지시켜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몸의 실현 가능성을 정확히 얘기해줘야 한다. 무조건 된다는 건 거짓말이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내가 최상의 플랜을 짜서 최선을 다해 도울 뿐이다. 다시 말해 조금 더 진실되게 다가가야만 이 레드오션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좀 더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서 내게 배운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평생 혼자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트레이너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사진=박준익 제공
피트니스 대회 심사위원
올해 PCA 아시아 프로카드 획득 후 협회에서 심사위원으로 초빙돼 활동 중이다. 처음 심사했던 대회가 PCA 리저널 광주였는데 엄청 부담이 됐다. 평소 공부도 하고 대회 참관도 많이 했기에 어떤 사람의 몸이 더 좋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직접 점수를 매기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기 때문이다.
‘내가 뭐라고 이런 자리에 앉아서 심지어 나보다 몸이 좋은 사람들을 평가할 수 있을까’란 생각까지 들더라. 그때 함께 심사를 진행하는 분이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이들의 노력을 똑바로만 바라보면 된다”고 조언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심사를 할 때는 정말 눈이 빠져라 보는 것 같다.(웃음)
피트니스 종목 심사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
균형미와 자연미를 제일 중요하게 본다. 만약 균형미와 자연미가 정말 비슷한 두 명의 선수가 있다면 자연미에 좀 더 초점을 맞춰서 노력이 더 엿보이는 몸에 손을 들어주는 편이다.
이 부분은 내가 심사를 보고 있는 PCA 대회에서 더 중점을 두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 번은 앞서 얘기한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컨디셔닝이나 몸의 완성도는 비슷하지만 체형적으로 더 뛰어난 건 A선수였다. 그런데 최종 집계 결과는 B선수였다.
이유는 선천적으로 다리가 더 길고 밸런스가 더 좋은 건 A선수지만 B선수는 자신의 신체적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는 거다. 다시 말해 타고난 걸로만 평가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B선수는 평생 1등을 하지 못할 거라고. 이 부분에서 나 역시 동의하게 되면서 이후부턴 선수들의 노력도 감안해 심사하게 됐다.
▲ 사진=박준익 제공
심사하면서 안타까운 순간
선수로 무대에 수차례 올랐기에 심사위원석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눈을 맞추고, 개개인의 무대가 끝나면 더 힘껏 박수 쳐 준다. 얼마나 많은 땀과 시간을 들여 대회에 참가한 건지 잘 알고 있으니깐.
가끔 포징을 잘못해서 자신이 가진 근질을 100% 못 보여주는 선수들이 있다. 그럴 땐 무대에 올라가서 알려주고 싶을 때도 있다. 포징만 제대로 잡으면 1등 할 수 있는데 기껏 잘 만들어 온 몸을 완벽하게 보여주지 못할 때 아쉬움이 가장 많이 남는다.
무대 위 선수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
첫 대회 혹은 평소 입상을 잘 하지 못하는 선수분들은 자신의 몸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스스로에게 맞는 종목을 찾아서 출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가장 인기 있는 종목에서 큰 상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대회의 규모나 종목에 있어서도 단계별로 올라갈 필요가 있다. 모던스포츠나 어슬레틱모델, 뷰티바디 같은 좀 더 대중적인 종목부터 시작해 한 단계씩 올라가다 보면 경험이나 노하우가 생겨서 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 사진=박준익 제공
모델 그리고 런웨이(Run way)
피트니스 선수인 동시에 전문적인 모델의 아우라를 보여줘야 하는 대회가 월드스포츠탑모델(이하 WSTMS)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탈의 후 만들어온 몸을 보여주는 게 일반 피트니스 대회라면 WSTMS는 몸보다는 옷을 잘 소화하는 핏이 더 중요시된다. 그러니깐 진짜 모델스러운 사람을 더 선호한다는 말이다. 무대 위에서도 외피와 내피를 동시에 잘 표현했을 때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부터 탑모델 4기로 활동 중인데 무대 자체도 런웨이 구간이 있어서 얼핏 보면 패션쇼의 느낌이 강하다. 처음엔 무대(런웨이)가 그렇게 긴 줄 몰랐다.(웃음)
워킹의 경우 아는 지인 중에 모델이 있어서 기본적인 것에 대해 물어보고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협회 내에서 따로 워킹 교육을 진행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실제 대회장에서 포징하는 구간까지 워킹 후 무대에서 내려오면 심사위원들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다.
일반 피트니스 무대만 올랐기에 처음엔 굉장히 낯설었고 떨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살면서 언제 또 런웨이에 서 보겠나.(웃음) 좀 더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은 선수들에게 한 번쯤 참가해 보길 추천한다.
▲ 사진=박준익 제공
선수, 트레이너, 심사위원, 모델 그리고…
다음 도전하고 싶은 부분은 CEO다. 나만의 헬스장을 차려서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들을 다른 트레이너분들께 전수하고 싶다. 물론 경력이 오래되지 않아서 아직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트레이너 시작 3개월만에 회사에 다닐 때 보다 두 배 이상을 벌만큼 발전한 건 단순히 요행은 아니었다. 대표님도 본인이 트레이너 생활을 10년 했지만 이렇게 짧은 기간에 고수익을 올리면서 발전한 케이스는 드물다고 하더라.
기본적으로 현재 나와 함께 하는 회원분들께 최선을 다한다. 실제 대부분의 회원분들이 1년 넘게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소개도 계속해주시고. 이런 영업적인 부분들과 회원분들을 대할 때 마인드 등 노하우를 함께 공유하고 싶다.
가까운 미래에 나의 직원분들이 생기면 트레이너가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좋은 직업이란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하루 빨리 종식돼서 이 업계가 예전처럼 활성화되길 바란다. 힘든 시기 모두 잘 극복해 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