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리오넬 메시 SNS
[개근질닷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故 디에고 마라도나(60)를 추모한 리오넬 메시(33·바르셀로나)가 경고와 벌금을 낸다. 그러나 많은 축구팬들은 이 특별한 순간을 함께 기억했다
메시는 지난달 2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노우에서 열린 오사수나와의 프리메라리가 11라운드 경기에서 3-0으로 앞선 후반 28분 팀의 4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동료들과 쐐기골을 기뻐한 메시는 이후 홀로 유니폼 상의를 벗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입을 맞춘 이후 두손을 쭉 뻗으며 하늘을 바라봤다. 바로 최근 아르헨티나 자택에서 별세한 마라도나를 추모한 세리머니였다.
메시가 유니폼을 벗고 세리머니를 하자 심판은 옐로카드로 경고를 줬다. 스페인 매체들은 “메시가 이 골 세리머니로 약 400만 원 정도의 벌금을 내게 됐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축구협회와 국제축구연맹(FIFA) 등의 축구계는 세리머니를 할 때 유니폼을 벗을 경우 징계를 한다. 탈의 세리머니를 통해 정치적인 발언, 자신의 신념, 특정 문구 등을 드러내거나 상대팀과 상대 팬들을 자극하는 경우 추가 징계가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 세리머니는 온라인 상에서 각종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진한 감동을 줬다.
아르헨티나의 위대한 축구영웅인 마라도나와 메시의 관계, 고인에게 보낸 현역 ‘축구의 신’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메시 역시 당연히 해당 세리머니가 징계 사안이란 것을 알았지만 이를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특히 메시가 탈의 후 입고 있었던 등번호 10번 유니폼이 큰 화제가 됐다. 바로 마라도나가 1993-94시즌 활약했던 아르헨티나의 리그 클럽으로 뉴웰스 올드보이스의 당시 유니폼으로 메시 역시 인연이 있다.
마라도나가 선수 생활 황혼기를 마무리하며 고국으로 돌아왔을 당시인 1994년 메시는 뉴웰스 유소년 팀에 입단해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세대가 달라 두 사람이 함께 뛰지 못했다. 하지만 뉴웰스라는 팀을 매개로 마라도나는 마무리를, 메시는 시작을 했던 역사가 담긴 유니폼이었던 셈이다.
메시는 경기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뉴웰스 유니폼을 입은 자신과 과거의 마라도나의 모습을 나란히 올리며 ‘안녕 디에고(Hasta siempre, Diego.)라는 짧은 인사를 전했다.
사진=리오넬 메시 SNS
메시는 해당 게시물 이전에도 마라도나 별세 당일 사진을 올리며 그를 추모했다. 나란히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과거 사진을 게시한 그는 “아르헨티나인들과 축구에게 정말 슬픈 날이다. 그는 우리를 떠나려 하지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디에고는 영원하다”라며 마라도나의 영면을 기원하기도 했다.
시대를 초월한 축구천재들은 실제 매우 각별했다. 마라도나는 왼발잡이에 축구재능이 걸출했던 메시를 자신의 후계자로 꼽으며 공식석상에서 항상 칭찬하기 바빴다. 메시 역시 마라도나에 대한 존경심을 전했고, 두 사람은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에서 감독과 선수로 조우하기도 했다.
FC 바르셀로나는 징계에 반발해 항소한 상태. 지난 2007년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안토니오 푸에르타를 추모하기 위해 세리머니를 한 이후 징계가 철회된 사례를 스페인축구협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