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벅 마르티네즈 트위터
[개근질닷컴] “류현진의 투구는 디그롬이나 슈어저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강속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류현진(34, 토론토)이 통산 60승을 거뒀다. 경기를 중계한 토론토 스포츠넷의 벅 마르티네스 해설위원은 당대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들과 류현진을 비교하며 극찬했다.
류현진은 14일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의 TD볼파크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2이닝 4피안타 7탈삼진 1실점(0자책)을 기록하고 시즌 마수걸이승을 거뒀다.
벅 마르티네스는 “류현진의 투구는 제이크 디그롬이나 맥스 슈어저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라며 극찬했다.
제이크 디그롬(뉴욕 메츠)과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는 모두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메이저리그 사이영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당대 최고의 투수로 꼽힌다.
벅 마르티네스는 나아가 “(류현진이) 강속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그들보다 더 낫다고 볼 수 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벅 마르티네스가 과거 토론토에서 뛰었고, 은퇴 후엔 감독을 맡았으며 십수년째 토론토 전담 중계를 맡은 친구단 성향 인물이란 걸 고려해도, 그에겐 충분한 근거가 있는 주장이다.
디그롬의 평균 구속은 99마일(159km/h)이며 최고 구속은 무려 102마일(164km/h)에 달한다. 슈어저 역시 전성기 97~99마일을 오간 평균 구속보단 떨어지지만 현재도 95마일(154km/h)의 포심패스트볼을 던진다.
이와 비교해 류현진의 평균 구속은 90마일(144.6km/h)로 메이저리그에서도 가장 느린 편에 속한다.
투수로서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강속구가 없이도 호투를 펼치는 류현진이 투수로서 디그롬이나 슈어저 보다 더 낫다는 극찬인 셈이다.
벅 마르티네스는 토론토 스포츠넷 외에도 ESPN과 TSN의 브로드캐스터로 오랜 기간 활약했다. 거기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감독을 맡았을 정도로 미국내에서도 전문가로 경력을 인정받고 있다. 결코 허투루 들을 수 없는 견해다.
현역 시절 명포수였던 입장에서도 류현진의 경기 운영 능력과 투수로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는 방식에 대해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벅 마르티네스는 코너워크로 스트라이크존 곳곳을 통과하는 류현진의 투구를 지켜보며 “투수들에게는 교본”이라며 극찬을 쏟아냈다.
류현진 개인에게도 기쁜 날이었다. 앞선 2경기서 호투하고도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던 류현진의 시즌 성적은 1승1패가 됐고, 평균자책점은 2.92에서 1.89까지 떨어졌다.
동시에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개인 통산 60승(36패) 고지를 밟았다. 지난 201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8년 141경기만(선발 140경기)만에 거둔 쾌거다.
벅 마르티네스의 극찬대로 경기 내용은 압도적이고 안정적이었다. 5회까지 단 57구를 던지며 15타자만을 상대했다. 비록 6회 투구수가 불어나고, 7회 야수진 실책으로 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으나 1실점도 비자책 기록이었다.
특히 이날 체인지업, 커터, 슬라이더, 포심패스트볼, 커브 등의 구종을 다양하게 섞은 류현진은 스트라이크 곳곳을 공략하며 양키스 타자들을 무력화시켰다.
워낙 칼날 같은 제구에 양키스 타자들도 흔들렸다. 경기 중 양키스 선수단은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에 야유를 보내거나 화를 내는 모습이 잦았다.
대표적으로 4회 초 DJ 르메이휴는 낮은 포심패스트볼에 루킹 삼진을 당하자 불같이 화를 냈고, 양키스 애런 분 감독도 뛰쳐나와 항의했다. 류현진과 심판진을 동시에 자극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던 제스쳐.
선수들이 야유하는 모습에 대해서 벅 마르티네스는 “양키스 더그아웃이 주심을 흔들기 위한 행동”이라며 신경 쓸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실제 양키스 선수들이 반발한 장면은 중계화면에서도 스트라이크 존 낮은 코스를 통과하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6회 1사 후 삼진을 당한 클린트 프레이저는 수차례 욕설을 뱉으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벅 마르티네스는 “류현진처럼 제구하는 투수를 만나면 누구든 화가 나는게 당연하다”며 웃었다.
절묘한 투구에 무력화 된 양키스 타자들의 모습을 설명하는 동시에 류현진의 제구력을 칭찬하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