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슈퍼리그가 출범을 선언한 가운데 영국 정부를 비롯한 각계에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그래픽=권성운 기자
[개근질닷컴] 유럽 일부 축구 ‘빅클럽’만 모이는 유러피언 슈퍼리그(ESL)가 출범을 선언하자마자 각계에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BBC와 로이터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올리버 다우든 문화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의회에 보낸 성명에서 “이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다우든 장관은 슈퍼리그 참가 구단들을 제재하는 방안을 조사 중이라면서 “지배구조 개혁부터 경쟁법까지 모든 옵션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축구 전반에 관해 팬 주도의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계획은 코로나19 때문에 지연되다 이번에 본격적으로 힘을 받았다.
다우든 장관은 “축구 구단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며, 구단주는 임시 관리인일 뿐이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슈퍼리그 참가 구단도 정부와 납세자의 도움을 크게 받았으며, 이들은 그 대가로 납세자에게 진 의무에 관해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잉글랜드축구협회 회장인 윌리엄 왕세손은 트위터에서 “팬들과 우려를 함께 나눈다”며 “슈퍼리그가 우리가 사랑하는 축구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 커뮤니티 전체와 경쟁·공정성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선수 사이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ESL에 참가하기로 한 리버풀 구단 소속 제임스 밀너는 이날 관련 언론 질의에 “(ESL 창설이) 마음에 들지 않고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리버풀과 이날 경기를 치른 리즈 유나이티드 소속 패트릭 뱀퍼드는 현재 상황을 두고 선수들이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또 “축구는 결국 팬이 주인공인데 이번 결정을 좋아하는 축구 팬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리즈 선수들은 준비운동을 할 때 “축구는 팬들을 위한 것”, “정당하게 얻어내라”(Earn it)고 적힌 티셔츠를 단체로 입었다. 슈퍼리그 참가구단을 겨냥한 메시지라고 AP통신은 풀이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전날 이미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슈퍼리그 참가 6개 구단은 세계적 브랜드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각 지역에서 시작했고 지역 팬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간 더타임스는 존슨 총리가 신속하게 움직인 배경에는 지난 선거 승리에서 기반이 된 북부와 중부 지역의 민심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강한 지역 정체성에서 지역 축구 클럽은 필수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