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현. 사진=김동현 인스타그램
[개근질닷컴] ”불법 약물 유통은 약 20년간 이어진 악행이다.”
김동현은 1월 13일 유튜브 채널 ‘박승현tv’를 통해 현역 선수 가운데 ‘사실상 최초’로 약물 복용사실을 고백했다(이전에도 직간접적으로 밝힌 이는 있었으나 실제 대중들에게 이처럼 널리 알려진 적은 없었다).
‘약투’ 이후 한달. 쟁점은 ‘진실게임’으로 번지며 온라인 상에서 각종 갑론을박으로 비화 됐다. 그 사이 약투의 핵심 인물이었던 이들도 여러 우여 곡절을 겪고 있다.
그외에도 이 주장들에 다양한 반응과 움직임을 보인 인물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실제 사법기관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동현은 < [김원익의 플렉스] ‘약물 폭로’ 김동현 “믿는 건 자유, 하지만 산타는 없어” ①>에서 한국 약물 복용 실태에 대해 여러 폭로를 했다.
2편에서는 주제에 대해 더 확장한 내용을 다룬다.
다음은 한국 약물 유통에 구조적인 문제와 일부 선수 및 트레이너에 대한 김동현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김동현 “일부 스타 선수 및 트레이너 약물 브로커로 활동”
한국의 주요 불법약물 유통 경로가 어떻게 되나
우선 가장 초기 단계에 일명 브로커 총책(외국에서 약을 들여오는 이)이 있다. 그러면 그가 팀을 꾸려서 태국 등에서 약물 밀수를 해온다. 그 이후 브로커가 판매하면 잘 팔리지 않기에 중간 유통 구조를 더 거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브로커가 몸이 좋고 유명한 트레이너나 스타선수에게 접근하게 된다.
트레이너와 선수가 일종의 ‘약물 홍보모델’인 동시에 ‘판매책’이 되는 셈인가
그렇다. 브로커 쪽에서 선수에게 먼저 ‘약물 스폰서쉽’ 제의를 해오는 경우가 실제 많다. 일정 수준의 약물을 지원해주면서 점차 판매를 권유하고, 그 수익금을 주는 형태가 초기 모델이다. 그러다 나아가서 아예 대량의 약물을 선수에게 넘기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면 1,000만 원 분량의 약물을 구입한 스타선수가 이를 재판매해서 7,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식이 된다. 선수나 트레이너가 중간 브로커가 돼 본격적으로 약물을 판매 및 유통시키는 거다.
일종의 약물 유통 피라미드 구조가 있는 건가
브로커는 스타선수나 유명 트레이너에게 약물을 넘기고, 그 사람들은 다시 소위 말해 자신들의 제자인 선수나 트레이너, 혹은 회원에게 약물을 재판매한다. 여기서 몇 단계를 더 거칠 수도 있다.
?
약물을 구입한 이가 다시 자신들의 PT 회원이나 다른 선수에게 약물을 판매하는 경우가 생긴다. 경제원리상 유통단계가 추가되면?
각 판매자마다 마진이 붙겠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 과정을 통해 원가가 몇 천원에서 몇 만원인 약물이 최종 구입 단계에선 수십배에서 수백배까지 가격이 뛴다.
만약 말처럼 진행된다면 일반인에게도 약물이 유통될 수 있는 위험성도 있어 보인다
실제 약물 유통이 브로커 총책에서부터 소비자의 어느 선까지 내려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라. 만약 위에서부터 몇 단계를 거쳐 약물을 구입한 일반적인 동네 센터의 트레이너가 누구에게 다시 약물을 판매하겠나?
가격을 알고 있는 전문가에겐 판매할 수 없다. 원가를 아니까. 그러니 결국 운동 경력이 길지 않은 일반 회원에게 무분별하게 약물을 권하게 된다. 그 대상이 미성년자거나 가정 주부일수도 있는거다.
또 약물 판매자들은 판매 과정에서도 폭리를 취하거나 효능을 부풀리고 위험성을 감추는 등의 사기를 친다.
한국 피트니스계에 유통되는 불법 약물 가운데 스타 선수 혹은 트레이너의 유통량은 얼마나 되나
한국에 아주 유명한 판매원이 있다. 그 사람의 경우엔 브로커가 되레 쩔쩔 맨다. ‘대한민국의 모든 약은 다 그 사람이 돌린다’는 말이 이 업계에 있을 정도로 구매량이 엄청난 것으로 들었다.
그 사람의 실명을 언급할 수 있나
(곤란해하며) 실명을 이야기하긴 어렵다. 하지만 법적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이렇게 표현해보겠다. 공개적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영상 등에서 ‘어느 지역의 어떤 지도자’라고 얘기하면 구입 사례나 피해자 댓글이 쭉 달릴 정도로 이 업계에선 많이 아는 유명한 이다.
한국 피트니스계의 불법 약물 유통 실태는 이제 범위와 규모를 짐작하기 어려운 수준이란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오랜 기간 한국에서 불법 약물을 유통해온 것으로 지목받는 한 이는 최근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근질닷컴에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한 특정인의 경우 도제 시스템을 통한 유통망을 가지고 있다”며 “그 인사는 앞서 불법약물판매로 처벌을 받았지만 아직 버젓이 약물을 팔고 있고, 유통 또한 배후에서 조종한다”고 귀띔했다.
구체적으로 약물을 판매하는 방식은 어떻게 되나. 피해사례를 막기 위해 서라도 상세하게 알려 달라.
약물을 판매하는 스타선수나 트레이너의 경우 우선 PT를 통해 개인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신뢰감이 형성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 하면 상대방 입장에선 곧바로 신고를 하거나 구매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트레이너와 회원이란 입장에서 직접 대면하면서 지극히 은밀하게 권유가 이뤄진다.
제보 받은 많은 사례 가운데선 선수지망생이 아닌 일반 회원 가운데서도 스타 트레이너에게 약물을 ‘권유’ 받은 경우가 있던데
나도 특정인에 대한 제보를 많이 받았다. 그런 이들은 선수 생활 목적이 오로지 돈벌이 뿐이다. PT 역시 약물을 팔기 위한 수단으로 한다. 가령 그 트레이너 정도 레벨에서 일반적으로 1회 PT 금액을 15~30만원 정도를 받는다면 그 비용을 절반 혹은 그 이하로 줄인다.
이유가 뭔가?
잠재적인 약물 판매 고객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1회 개인별 PT 금액을 줄이고, 일주일 개인 당 횟수는 최대한으로 적게 가져간다. 그러면 최대한 많은 회원과 관계가 생기는 거다.
이후 개인별 경제력이나 성격 등을 확인해서 약물을 판매를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PT 과정에서 신뢰를 쌓고 나중에 약물을 권유한다.
어떤 권유인가?
‘내가 지켜보니 타고난 체형이나 근질도 훌륭하고, 조금만 더 하면 몸이 훨씬 좋아질 것 같다. 선수로 대회에 출전해도 넌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다. 그러니 나를 믿고 이 약을 한 번 써 볼래?’ 내 오랜 노하우인데 너만 알려주겠다. 하지만 이건 비밀이기 때문에 약물 이름이 뭔지 알려줄 순 없다’는 식으로 약물을 권한다.
그런 ‘묻지마 투약’이 실제 가능한가
100% 실화다. 투약을 제의하는 사람, 판매하는 사람이 이미 브랜드니까. 이미 롤모델이거나 닮고 싶은 대상, 내겐 일종의 연예인 같은 사람이 ‘제대로 쓰면 위험도 없는데, 이것(약물)만 먹거나 맞으면 나처럼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거절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약물 판매자들이 그처럼 약물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판매 하는 이유는 뭔가
구입 하는 사람이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지 못 하게 하는 게 첫 번째 목적인 것이다. 두번째론 결국 그 사람이 이 업계에 있으면 빠르면 1년 안, 늦어도 3년 안에는 자신이 복용한 약물의 정체나 가격을 알게 된다. 그때 받을 원망이나 보복을 피하기 위해서 그렇게들 한다.
또 약물의 정체를 알려주지 않으면 파는 사람 입장에선 완전히 자신의 마음대로 판매 가격과 양을 조절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 같은 사람에겐 제대로 알기 전까지 몇 년간 계속 사기를 치는거다.
일반 회원에게까지 약물이 무분별하게 퍼진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다
(고개를 끄덕이며) 더 나쁜 건 자신의 선수 경력이나 이력, 트레이너로의 유명세와 신뢰도를 약물 판매에 이용하는 거다. 과거 내가 대회에 출전했을 때도 내게 PT를 받는 이들은 이미 선수 경력에 대한 신뢰감을 갖고 온 분들이 많았다.
내가 ‘탑클래스’도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전에 ‘나를 알고 온 사람’이 그만큼 있었는데, 유명인이라면 훨씬 그 이상으로 믿음이 크지 않겠나?
이런 주장에 업계 관계자나 선수들은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글쎄? 하지만 대부분은 이미 아는 얘기다. 약물을 직접 판매하지 않았더라도 업계인들이 판매하는 걸 묵인하거나 알고 방조한 이는 많다고 생각한다. 이 악행들이 선배에서 후배로 세습되면서 20년 가까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20년?
심지어 약물 판매 수법도 과거와 같다. 예전에 선배들이나 다른 이에게 당했던 방식을 후배나 새롭게 운동을 시작한 이에게 다시 쓰는 식이다.
지역에선 이런 사례도 있다. 특정 선배에게 약물을 구입하지 않으면 ‘해당 라인’이나 ‘지역’에서 배제되는 일이다. 그 사람은 그 지역에서 왕따를 당하고 업계에서 완전히 축출 된다.
약물 판매가 ‘지역 단위까지 조직화 됐다’는 주장인데
특정 지역마다 ‘총판’ 느낌이 있다. 서울 지역은 누구, 경기 지역은 누구, 경상도 지역은 누구 같은 그런 거다. 대표하는 판매책들이 있다.
그런 식으로 일부는 특별한 경제 행위를 하지 않고도 생계를 꾸리고 호화롭게 생활하며 제왕처럼 군림한다. 그들은 ‘약물 유통’이나 ‘약물스택(사용법)’을 수단으로 후배들에게 권위를 지닌다.
이런 일이 수년간 반복됐다면 누군가 ‘잘못’을 인정하거나 피해를 ‘폭로’하는 이도 나왔어야 하는게 상식적이다
약물을 한 이도 하지 않은 이도 이 문제에 대해 다들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어서 나올 수 없다. 누군가는 피해자이거나 가해자인데, 혹은 두 가지 모두인 경우도 많다.
약물 없이 운동하는 이 역시 약물 사용자 때문에 피해를 받았지만 그들도 이 업계 문제를 공개적으로 폭로하기 어렵다. 이곳은 결국엔 모두 인맥으로 얽혀 있고 문제가 커지면 전체가 피해를 받는다는 생각이 많다.
또 피해자는 앞서 말했듯이 개인이고 행위 자체가 떳떳하지 않기에 폭로하거나 피해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약물 피해 사례는 당신이 모두 직접 경험한 일인가
그렇다. 나는 보디빌딩 평론가가 되고 싶어서 ‘한국에서 유명하다’는 선수나 트레이너를 많이 찾아갔다. 그들의 삶을 배우고 싶었고, 어떻게 운동하고, 어떤 방식으로 지도하는지 알고 싶어서 굳이 듣지 않아도 될 수업을 들었다. 그 과정에서 앞에서 언급한 많은 일을 직접 겪었고, 봤고, 들었다.
이런 주장이 명백한 사실로 확인되려면 증언뿐만 아니라 증거도 필요하다
증거는 없다. 모두 음성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피해 사례이고, 이 업계의 많은 이가 그걸 증거할 수 있다.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내 얘길 믿는 건 자유다.
음
다만, 약물을 사용하기 전에 더 확실하게 알아보고 신중하게 고민하길 권한다. 그 끝에 결정했으면 사기 당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약물 사용을 한번쯤은 더 신중하게 고민해 보라.
보디빌딩, 피트니스계의 많은 이는 지도하는 이를 ‘스승’이라고 부른다.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이란 뜻의 진정한 스승도 많지만, 불법약물을 권하는 이도 많다는 게 업계 다수의 주장이다.
‘약투’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선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이 공은 사법기관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개근질닷컴은 추가 취재로 확인한 내용을 사법기관의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 보도할 계획이다.
김원익 기자(one.2@foodnam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