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권성운 기자
[개근질닷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과 대형 사이클론 강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도에서 치사율이 50%에 달하는 곰팡이균까지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현지에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인도 최고 의료기관으로 꼽히는 전인도의학연구소(AIIMS)의 신경학과 팀장인 M.V. 파드마 스리바스타바 교수는 19일 인도 ANI통신에 “(우리 병원에서) 매일 20명 이상의 검은 곰팡이균 감염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들 환자 치료를 위한 별도 병동까지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환자 수가 세자릿수를 넘어섰다”며 “검은 곰팡이균 감염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리바스타바 교수가 언급한 감염증은 털곰팡이증(또는 모균증, mucormycosis)을 말한다. 털곰팡이는 검은 곰팡이로도 불린다.
털곰팡이는 흙이나 썩은 과일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이에 감염되는 털곰팡이증은 희귀한 감염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일단 감염되면 코피를 흘리고 눈 부위가 붓거나 피부가 검게 변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눈, 코 외에 뇌와 폐 등으로도 전이될 수 있으며 치사율은 5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이를 막기 위해 의료진이 안구나 턱뼈 등을 절제해야 하는 경우도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다. 눈이 붓는 증세를 치료하겠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안구를 제거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털곰팡이증은 면역력이 떨어진 당뇨병 환자에서 가끔 발견된다. 인도 전국 29개 도시에 병원이 있는 AIIMS에서 1년간 발견되는 털곰팡이균 감염 환자는 12∼15건에 불과할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자나 음성 판정 후 회복하고 있는 이들이 잇따라 털곰팡이균에 감염되고 있다. 현지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털곰팡이균 감염자도 덩달아 많이 늘어나는 것이다.
뉴델리의 서 강가람(Sir Gangaram) 병원에서도 이달 7일 이후 거의 100명의 관련 감염자가 나왔다고 힌두스탄타임스는 전했다.
뉴델리 외 북부 우타라칸드주, 남부 카르나타카주,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 등 전국 곳곳에서 감염자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던 마하라슈트라주에서만 약 1천500명의 감염자가 보고되기도 했다.
특히 약 100명의 관련 환자가 나온 서부 라자스탄주는 19일 털곰팡이균 감염이 유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털곰팡이증을 앓더라도 8주가량 항곰팡이 정맥 주사를 맞으면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인도에서는 최근 암포테리신-B 같은 항곰팡이 약품 공급이 달리면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의학계는 코로나19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염증 방지를 위해 복용한 스테로이드가 털곰팡이균 감염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테로이드가 면역력을 떨어뜨리면서 곰팡이균 감염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스리바스타바 교수는 “코로나19로 면역력이 약해진 이들이 털곰팡균 감염에 노출될 수 있다”며 “만약 당뇨병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혈당 조절과 스테로이드 정량 복용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도의 이날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27만6천110명(보건·가족복지부 기준)으로 집계됐다. 신규 확진자 수는 이달 초 41만명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다소 줄어드는 분위기다.
하지만 신규 사망자 수는 이날도 3천874명을 기록하는 등 최근 4천명 안팎에서 좀처럼 감소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사이클론 타우크태가 서부 해안을 할퀴면서 91명 이상이 숨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