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원익 기자
[개근질닷컴]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보디빌딩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시차를 두고 세대간에 이룬 성과도 아니다. 2021년 불과 몇주를 간격으로 벌어진 일. 아버지는 올해 환갑. 아들은 스물 여섯의 나이. 두 부자는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를 누비며 항공사-건설사-정부기관 등에서 30년간 일한 아버지 조우순은 아들의 ‘인생 선배’이자 ‘훌륭한 롤모델’이다.
동시에 운동에서만큼은 2021 NPC 리저널 내추럴 대회 스포츠모델 2개 체급 1위에 오른 아들 조현우가 아버지의 ‘운동 스승’이자 ‘코치’였다.
그렇게 두 부자는 수십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올해 나란히 같은 길을 걸었고 함께 웃었다.
인고의 시간, 같이 호흡하며 땀 흘렸던 몇 개월 간 부자 간의 서열은 ‘사제 관계’로 역전되기도 했다. 또 때론 같은 길을 걷는 동료이자 메이트의 ‘우정’으로 섞이기도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사진=김원익 기자
부자간의 ‘케미’가 빚은 ‘화합’의 결과는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아버지’ 조우순은 올해 첫 대회 출전 이란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깜짝 놀랄 만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2021 고양시장배 보디빌딩대회 마스터즈 종합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아들 역시 대학교내대회를 기점으로 시작했던 보디빌딩대회 출전기에서 지난 주말 의미 있는 이정표를 남겼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메이저 대회에서 2체급을 석권하며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흔히 아버지는 자식의 거울이라 한다. 긍정의 기운으로 똘똘 뭉친 선한 아우라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아버지 그랑프리’ 조우순에게서 부자의 성공 비결을 엿볼 수 있었다.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인 환갑을 맞아 올해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성공적으로 지우고, 남은 수십년을 다시 설계하는 ‘절대 긍정’의 아이콘 조우순을 개근질닷컴이 만났다.
사진=김원익 기자
자기 소개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서울 목동에 거주하고 있는 ‘절대긍정’ 찰스 조우순이라고 한다. 올해만으로 60이 되면서 평소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실현하려고 이렇게 대회에 나오게 됐다.
그 버킷리스트가 보디빌딩대회였나
남자로서 갖고 있는 로망 중에 하나가 보디빌딩이었고, 또 그중에서도 미스터코리아 마스터즈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에 고양시장배대회 체급 1위와 최종 그랑프리를 하게 돼서 정말 기쁘다.
굳이 보디빌딩을 꼽은 이유는 뭐였나
사실 내게 아들이 있다. 그 아들이 지금은 연세대학교 대학원에 재학중인데, 대학시절 ‘미스터 연세 선발대회’라는 교내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다.
그래서?
꼬박 3개월을 준비하더니, 결국엔 우승을 했다. 당시 아들의 도전을 지켜보면서 ‘아들이 했으니까, 배워서 아빠도 같이 해보자’는 마음으로 하게 된 것이다. 이번 대회 그랑프리 지분의 90% 이상은 아들의 몫이다. 오랫동안 운동은 해왔지만, 보디빌딩식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체계적인 컨디셔닝 방법등은 아무것도 몰랐다. 이번에 준비해보니까 단순히 ‘운동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더라.
특히 어떤 부분이 새로웠나
몸의 체질을 바꾸는 것은 물론 근육의 질을 바꿔서 선명도, 분리도 등 다양한 대회 평가 기준을 충족시키는 노력들이었다. 그런 전략에 맞게 운동하고 식단도 가져가는 모든 것들을 아들에게 배운 것 같다.
아버지 조우순보다 먼저 보디빌딩을 시작한 아들 조현우는 NPC 내추럴 서울 스포츠모델 2개 체급을 석권했다. 사진=조우순 제공
아들이 트레이닝 코치인건가?
(웃으며) 그렇다. 오늘(대회 당일 5월 30일)이 아들의 스물 여섯번 째 생일이다. 아들의 생일 선물로 그랑프리 트로피와 상장을 안겨주고 싶다.
관계 역전에서 오는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었나
아무래도 그렇다. 아들이 아빠를 가르친다는 게 쉽겠나. 때론 아들이 삐치기도 하고, 투덜대기도 했다. 예를 들어 아들이 ‘이 기간엔 물을 마시지 말라’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물을 먹기도 했고(웃으며).
(웃으며) 그런 일이 많았나
코치로서 트레이닝 과정에서 하지 말라는 것들도 많이 있었는데 잘 따르지 않으면 ‘왜 말을 안 듣나’라고 따끔하게 지적을 당하기도 했다. 평소엔 아들에게 내가 지적하는 입장이었는데 말이다. 아들에게 그런 말을 들으며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결과가 좋아서 참 여러모로 잘된 것 같다.
사진=김원익 기자
운동 경력은 얼마나 되나
전문적인 웨이트트레이닝은 아니었지만, 운동 자체는 대학 재학시절부터 꾸준히 했다. 대학 때 잠깐 남들 앞에서 운동한 몸을 갖고 포즈도 취해본 적도 있지만 당시엔 IFBB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했던 때였으니까(웃음).
다른 운동은?
복싱, 태권도, 유도, 검도, MMA를 최근까지도 계속하고 있었다. 체력적으론 준비가 돼 있는 상태로, ‘컨디셔닝’의 과정을 거치는 체계적인 운동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올해부터 시작했다.
웨이트트레이닝 경력도 궁금하다
예전엔 운동의 세부적인 방법은 잘 모른 상태에서 무산소+유산소 운동을 결합하는 등으로 이것저것 꾸준히 했었다. 이젠 3분할로 운동을 나눠서 진행하고 유산소 운동도 따로 시간을 배분해서 하고 있다.
시니어들을 위한 특별한 운동 방법이 있을까
또 하나의 내 ‘로망’이자 계획이 바로, 나와 같은 이들을 위한 ‘시니어 전문 트레이너’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도 취득을 했다. 유튜브, SNS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앞으로 ‘시니어’들을 위한 운동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사진=김원익 기자
자기소개 때 밝힌 ‘절대긍정’은 어떤 의미인가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려고 한다. 평생 주변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왔고, 내가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기억을 떠올려보면 나 스스로 ‘못 한다’는 이야기를 꺼내본 기억이 거의 없다. 항상 긍정적이었던 것 같다. 어려운 상황도 생기지만, 극복하는 방법을 찾고나서 ‘열정과 끈기를 갖고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갖고 살아온 것 같다. 그런 이유로 ‘절대긍정 발전소’(웃음)로 통한다.
해외에서도 생활한 것 같은데
맞다. 1980년대부터 해외에서 오래 거주했는데 그때 사용한 영문 이름이 ‘찰스’였다. 20년 가까이 미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UAE, 사우디아라비아, 에티오피아, 캄보디아 등에 있었고 국내에서 10여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다.
은퇴 이전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하다
항공사, 종합건설사, 정부기관에서 근무했었다. 지난 4월말까지는 아랍에미리츠(UAE)에 있는 정부기관에서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근무는 지난해 12월까지 했다.
정말 바쁜 삶은 살아온 것 같다. 이번 도전이 부자 관계의 새로운 전기가 됐을 것도 같은데
맞다. 정말 그랬다. 원래 아이들이 성인이 돼서 성장하고 대학을 가고 나면 부모와 시간 보내는 일이 쉽진 않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운동을 같이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함께하니까 아들과 끈끈한 정, 우정 같은 것들도 생겼다. 마치 친구처럼. 때론 스승이기도 했으니까, 여러모로 새로운 점을 많이 느껴서 참 보람 있는 대회 준비 과정이었던 것 같다.
사진=김원익 기자
환갑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경기력이 매우 뛰어났다
(웃음) 감사합니다. 운동 하는 걸 보고 주위에서 많이 물어보기도 했다. 오늘(고양시장배 대회)도 함께 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다가와서 ‘마스터즈 대회에 10년 정도 출전했는데 처음 본 것 같다. 어디서 왔느냐’고 묻더라.
그래서?
‘첫 대회 입니다’라고 했더니 믿질 않으시더라(웃음). 그래서 ‘정말 오늘 데뷔합니다’라고 말했다. 선수로 출전하는 건 정말 처음이니까.
‘100세 시대’다. 시니어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아까 잠깐 말했듯이 ‘시니어 전문 트레이너’이자 ‘인플루언서’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던 이유도 바로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다. 대회에 나온 것도 마찬가지다. 나처럼 몸집이 크거나 키가 크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꿈을 갖고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노력하면 된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기도 했다.
인생에서 도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뭘까?
우리가 100세까지 ‘그냥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사는 삶’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꿈을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라, 끈기와 열정, 그리고 도전하다는 마음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실제로 보여주고 싶다. 미스터코리아 마스터즈나 다양한 도전을 통해 계속 결과를 내기 위해 도전할 생각이다. ‘하니까 된다’는 걸 많은 분께 보여드리고 싶다. 지금도 헬스장에서 주변 시니어분들을 ‘자원봉사’ 개념으로 돕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 가족, 아들, 딸, 그리고 아내. 가족들이 내가 3개월 이상 식단을 하는 걸 옆에서 도와주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다. 아내를 포함해서 우리 가족 모두에게 그간 고맙다는 표현을 제대로 하질 못했는데, 이번 기회로 ‘정말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아들과 아버지는 올해 그들이 목표한 걸음 만큼, 그리고 미래의 길을 바라보며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했다. 부자가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걸을 그 길은 험하고 멀겠지만 꼭 외롭지만은 않을 것 같다.
사진=조우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