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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뫼비우스의 띠’ 보디빌딩 도핑 잔혹史 ➀

등록일 2021.06.17 11:17 youtube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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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미스터코리아. 사진=SNS 게시물 캡처

 

[개근질닷컴] 과거 ‘육체미’라 불렸던 현재의 보디빌딩은 해방 이후 1949년 서울 시공간(1936년 일본인 이시바시가 명동에 세운 극장)에서 *제1회 미스터코리아 대회가 개최되며 세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일본보다 6년 먼저 개최된 국내 최초의 보디빌딩 대회로 당시에는 나이나 체급 구분없이 대회가 치러졌고, 제1대 미스터코리아는 역도 국가대표 출신의 조순동이 차지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90년대 대한민국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국민 생활수준이 높아졌고, 생활체육으로서의 피트니스업계도 성장을 거듭해왔다.

 

스포츠로서의 국내 보디빌딩도 승승장구했다.

 

보디빌딩은 1990년 제71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엘리트(아마) 스포츠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나아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고, 보디빌딩 국가대표팀은 금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보디빌딩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엘리트(아마) 스포츠로서의 보디빌딩은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도핑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과 함께 시나브로 내리막을 걸었다.

 

사라지지 않는 낙인 ‘도핑’

 


▲ KADA에 공지된 2007년~2021년 도핑 위반 제재 총 건수 및 보디빌딩 도핑 위반 제재 건수. 그래픽=권성운 기자

 

보디빌딩 종목은 매번 ‘불법 약물’ 파문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2007년부터 공지한 연도별 도핑 적발 종목 건수를 보면 2007년(총 6건 중 0건)과 2016년(총 28건 중 8건), 2020년(총 16건 중 6건)을 제외하고, 매해 총 적발 건수 중 ‘절반 이상’이 보디빌딩 종목이다.

 

2005년 전국체전에서 8명의 선수가 도핑에 걸리며 한차례 발칵 뒤집혔던 대한보디빌딩협회(대보협)는 전국체전 출전 선수 전원에 대해 도핑검사 시행을 의무화하고, 도핑 추방 궐기대회를 열기도 했다.

 

대보협은 이어 2006년 7월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자로 판정되면 바로 ‘영구제명’하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곧바로 ‘보디빌딩 임원·지도자가 전국체전을 앞둔 고교 선수에게 금지약물을 먹였다’는 내부 폭로가 제기되면서 ‘약물의 온상’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8년에는 전 국가대표를 포함한 보디빌딩 선수 8명이 스테로이드제(근육강화제)를 밀수해 유통시켜오다 세관에 적발됐다.

 

이들은 해외에 개설된 인터넷 사이트로 구입 후 책이나 과자 속에 금지약물을 넣는 속칭 ‘심지박기 수법’으로, 2년동안 약 11만 2천여정(싯가 1억 8천여만원)을 밀반입해 주위 동료 선수나 제자, 일반인들에게 팔아 치웠다.

 

스테로이드가 국내에 ‘광범위하게’ 오용되거나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건 이 때가 처음이다.

 

두 번의 연이은 파문과 자정 노력

 


▲ 계속되는 도핑 오명에도 국내 최고 권위 보디빌딩대회 미스터코리아는 TV로 생중계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MBC ESPN 화면 캡처

 

2009년에도 전체 도핑 적발 인원의 절반이 넘는 11명의 보디빌더가 도핑에 걸려 중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0년 업계를 뒤흔든 메가톤급 사건이 터졌다.

 

인천에서 열린 국내 최고 권위의 ‘미스터&미즈코리아 선발대회’ 일반부 보디빌딩 체급별 우승자 8명 가운데 무려 5명이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체급 3위를 기록한 선수 2명까지 더하면 총 7명의 상위권 선수가 적발된 것이었다.

 

당시 해당 선수들은 체급별 국내 1인자일 뿐 아니라, 그해 바레인에서 치러질 아시아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할 예정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각종 공중파 방송을 포함한 주요 미디어에 대부분 보도되면서 국내 보디빌딩계에 만연한 도핑 현실이 대중들에게 까발려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보협은 10월에 치러진 제91회 전국체전 참가 선수 전원 도핑검사를 실시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적발된 총 8명의 체전 선수 중 금메달리스트 3명을 포함한 6명이 보디빌딩 선수로 밝혀졌다.

 

두 번의 연이은 파문에 대보협은 자정 노력에 최선을 다했다. 다행히 업계는 자성의 기미를 보였다. 2011년 전국체전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실제 2011~2013년까지 보디빌딩 종목은 점차 한 자리 수(13 -> 10 -> 9)까지 내려오는 감소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총 적발 사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을 넘어섰다.

 

계속해서 이어진 ‘도핑 폭주’

 


▲ WADA가 공개한 2014년 반도핑 연간 보고서에서 도핑 적발 건수 전 세계 10위에 오른 대한민국. 그래픽=권성운 기자

 

한 동안 줄어들었던 도핑 적발 사례는 금지약물 요요현상이 온 듯 2014년을 기점으로 늘었다. ‘폭주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2014년 KADA에서 ‘역대 최다’인 45명이 도핑규정 위반 제재를 받은 한국은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공개한 2014년 반도핑 연간 보고서에서 도핑 적발 건수 10위(43건)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는 국내 금지약물의 유통이 폭발적으로 확산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무엇보다 도핑 적발 사례의 ‘단골 손님’ 보디빌딩계(45명 중 38명)가 그 중심에 있었다.

 

2015년에는 총 인원이 35명(보디빌딩 28명)으로 줄어들긴 했으나, 당시 세계적으로 도핑 규제가 강화되면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다. 실제 한국은 2015년 반도핑 연간 보고서에서 전 세계 도핑 적발 건수 8위를 기록, 전년도 보다 오히려 순위가 두 계단 상승했다.

 

같은 해 전국체전에서 다시 도핑 적발 인원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결국 ‘전국체전 종목 배제’에 대한 본격적 논의를 불러오는 파국이 시작됐다.

 

도핑, 역사는 반복됐다

 


▲ 제100회 전국체전에서 시범종목으로 치러진 보디빌딩. 사진=개근질닷컴 DB

 

‘전국체전 종목 배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2016년에는 보디빌딩 종목 도핑규정 위반자(8명)가 2008년과 동일한 한 자릿 수로 뚝 떨어진다.

 

하지만 중국 역대 왕조의 흥망성쇠를 살펴보면 비슷한 과정을 되풀이하며 피 비린내 나는 역사가 반복 됐듯, 국내 보디빌딩 역사도 도핑 적발 수가 줄어든 이듬해에는 항상 일이 터졌다.

 

아니나 다를까. 2017년에는 총 도핑 위반 건수 25명이 모두 보디빌딩 종목으로 밝혀졌다. 여기에는 전국체전 도핑 적발자도 포함됐다.

 

결국 대보협은 대한체육회로부터 전국체전 시범종목 전환 경고를 받는다. 그러나 2018년에도 도핑 적발자가 연이어 발생, 2019년 100회를 맞이한 경사스러운 전국체전 무대에서 시범종목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는다.

 

이 사건은 각 시·도에서 운영해 온 실업팀 해체 및 축소를 불러왔다. 시범종목의 결과는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메달 집계에서도 빠지게 돼 더 이상 실업팀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시범종목 강등이라는 충격 요법이 통했던걸까. 2019년 전국체전에서는 도핑 적발자가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총 도핑 위반 12건 중 7건이 보디빌딩으로 ‘절반 이상’을 기록하긴 했지만 다시 한 자릿 수로 떨어진 것은 고무적인 부분이다. 이러한 시류는 지난해(총 16건 중 6건)까지 이어졌다.

 

실효성 있는 도핑 방지법이 절실하다

 


▲ 지난해 힘든 시국에서도 성황리에 마무리된 2020 미스터코리아. 사진=개근질닷컴 DB

 

대보협에 등록된 남자선수 현황은 2015년 1,300여명에서 2020년 800여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보디빌딩계 도핑 문제의 후폭풍으로 대보협 보디빌딩 대회의 입지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KADA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한국도핑방지 규정 위반 및 결과관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문 체육(아마) 도핑방지 규정을 위반한 선수 중 66%가 대보협 소속 선수였다.

도핑방지 규정 위반 사유는 ‘경기력 향상을 위한 고의적 사용’이 가장 많았다.

현재 불법 약물 복용 적발 시 대한체육회는 선수에게 자격정지 기간을 부여하는 것 외에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고, 도핑집중관리는 국가대표 대상자 위주로 관리 감독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체육회로부터 자격정지를 받은 일부 대보협 소속 보디빌딩 선수는 제재기간 동안 사설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해 경력을 쌓고 다시 복귀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선수 커리어를 유지하고 있다.

각 시·도 지역대회는 주최 측이 도핑방지위원회로부터 도핑 검사를 의뢰해야 하는 시스템이지만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도핑 검사를 해도 전체 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무작위식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결국, 불법 약물을 사용하는 보디빌더 때문에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현실이다.

 

더 늦기 전에 끊어내야만 한다. 도핑 적발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규제 등 실효성 있는 조치를 통해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히 반복되는 보디빌딩계 도핑 잔혹사의 고리를 잘라내야 할 시기다.

 

권성운 (kwon.sw@foodnamoo.com) 기자 
<저작권자(c) 개근질닷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등록 2021-06-17 11: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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