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제 MBC 사장이 올림픽 중계 관련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MBC 제공
[개근질닷컴] 박성제 MBC 사장이 2020 도쿄올림픽을 중계하면서 잇따라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했다.
박 사장은 26일 마포구 상암동 MBC 경영센터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들께 MBC 콘텐츠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MBC는 지난 23일 올림픽 개회식을 중계하면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자 그래픽에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삽입하고 아이티를 소개할 때는 대통령 암살을, 엘살바도르 소개 때는 비트코인을 언급하는 등 부적절한 화면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또 전날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한국과 루마니아 간 경기를 중계하면서 자책골을 기록한 상대 팀의 마리우스 마린 선수를 겨냥해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광고 중 화면 상단에 노출해 논란이 격화했다.
이외에도 자잘한 자막 사고 등으로 비판이 가시지 않자 박 사장이 결국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 사진=MBC 제공
박 사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대사관에는 사과 서한을 전달했으며 오늘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한 외신들에도 사과문과 영상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이티의 경우 국내에서 대사관이 철수해 아직 서한을 전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난 주말은 MBC 사장 취임 후 가장 고통스럽고 참담한 시간이었다”고 심경을 밝히며 “급하게 1차 경위를 파악해보니 특정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으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1월 단행된 MBC 스포츠국 조직개편으로 인한 내부 갈등을 인정하면서도 자회사로의 업무 이관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생각을 밝혔다.
박 사장은 “근본 원인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고 참가국을 존중하지 못한 규범적 인식의 미비에 있다고 본다”며 “그리고 이를 시스템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것을 1차적인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회식 이후 루마니아와의 남자축구 예선전에서 사고가 재발한 경위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했다”면서 “(경위를) 완벽히 판단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1차 조사는 돼 있지만 올림픽이 끝나는대로 2차 조사를 진행하고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어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파악하고 대대적인 쇄신 작업을 하겠다. 방송강령과 사규, 내부 심의규정을 강화하고 윤리위원회, 콘텐츠 적정성 심사 시스템도 만들어 사고 재발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콘텐츠 제작 때 인류 보편적 가치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권과 성평등 인식을 중요시하는 전사적 의식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많은 인력과 예산이 들더라도 제가 책임지고 올해부터 착수하겠다.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책임자들이 업무를 지속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책임의) 경중에 따라 일부는 업무에서 배제됐고, 일부는 조사를 받고 있고, 일부는 업무를 하고 있다”며 “지금 올림픽 중계방송이 진행되고 있기에 추후 더 강도 높은 감사기구를 구성해 빠르고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견이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4단계 상황 중에 치러졌고, 발열 확인과 마스크 착용 등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30명 이상의 취재진이 참석해 방역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