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권성운 기자
[개근질닷컴] 해외에서 개발된 먹는 형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가 내년 2월부터 순차적으로 국내에 도입된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정부가 선구매 계약을 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국내 도입 시기와 관련해 “정부는 40만4천명분의 경구용 치료제 확보를 결정했고, 내년 2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경구용 치료제의 국내 도입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년 1∼2월께 도입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중환자 발생을 최소화화기 위해 경구용 치료제 40만4천명분에 대한 선구매를 추진해왔으며, 지난 9월 미국 머크앤컴퍼니(MSD)와 20만명분, 10월 미국 화이자와 7만명분 구매약관을 각각 체결했다.
나머지 13만4천명분에 대한 구매도 MSD·화이자 및 스위스 로슈와 협의중이며 이달 안에 계약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고 대변인은 치료제 추가 구매 계획과 관련해서는 “확진자 발생 현황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용 승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구매 필요성이 있는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편히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코로나19 감염자가 중증 환자로 악화하는 것을 막아주는 경구용 치료제는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입원자 및 중환자 급증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까지 발표된 임상 결과를 보면 MSD의 ‘몰누피라비르’를 증상 발현 닷새 내에 투여할 경우 입원·사망 확률이 약 5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의 경우, 증상 발현 사흘 내 투여시 입원·사망 확률이 89% 감소하고, 닷새 안에 복용시 확률이 85%까지 떨어진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영국은 지난 4일 세계 최초로 몰누피라비르의 사용을 승인했으며, 미국도 이달 말 몰누피라비르의 사용 승인을 검토하기 위한 공개 회의를 열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몰누피라비르의 입원·사망 확률 감소 효과가 50% 정도에 그치고 두 치료제 모두 제한적인 임상 결과만 공개해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만큼, ‘게임체인저’로 보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팍스로비드 투여 환자의 1.7%는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으며, 몰누피라비르도 투여 환자의 12%가 치료제와 관련한 부작용을 경험했다. 또한 몰누피라비르와 같은 계열의 약을 사용한 동물 실험에서는 기형 유발과의 연관성이 지적되기도 했다.
정부는 일상회복 과정에서는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하면서 의료자원은 위중증 환자에게 집중적으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재택 환자에게 이 치료제를 처방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집 또는 병원에서 증상 발현자나 고위험군에게 투약할 경우 중환자 병상 사용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지난달 말 핼러윈데이의 여파가 이번주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돼 최악의 경우 향후 하루 최대 1만명대 확진자까지 염두에 두는 상황이어서 치료제의 조기 도입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편 고 대변인은 환자가 부담하는 경구용 치료제 가격과 관련해 “본인이 자부담하는 비용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치료제 도입과 관련한 평가는 내부적으로 좀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