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지성종 기자
[개근질닷컴] 안락함은 마약과도 같다. 보장된 삶과 꾸준한 결과에서 오는 안정감은 웬만한 용기가 없고 서야 쉽게 끊을 수 없는 법이다. 도전이라는 단어가 더 눈부시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시작은 매우 달콤한 말이지만 그 속을 살펴보면 불안과 초조, 고난과 역경이 모두 담겨있다.
레슬링 국가대표, 전국체전 금메달리스트. 화려한 이력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가 있다. 이정근, 그는 레슬링 지도자의 길이 아닌 보디빌더라는 신세계로의 문을 두드렸다. 결과를 알 수 없는 선수의 삶, 그 고난의 굴레를 스스로 다시 짊어진 셈이다.
▲ 사진=지성종 기자
그나마 다행인 건 너무나 낯선 세계에서 갈팡질팡하던 그가 길잡이와도 같은 스승 김명섭을 만났다는 것. 덕분에 이정근은 보디빌딩을 시작한지 약 7개월만인 지난 10월 ‘2021 미스터세종 대상’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무려 첫 대회 출전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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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세종 대회 이후 한달 만에 이정근을 찾았다. 다시 만난 그는 12월에 열릴 미스터코리아, 미스터YMCA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를 악물고 고된 훈련 중인 그에게 물었다.
도대체 당신은 왜 보디빌더가 되었냐고.
▲ 사진=지성종 기자
지난 10월 미스터세종 대회 이후 거의 한달 만입니다. 간단한 자기 소개와 함께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올해 미스터세종 대상을 탔던 이정근이라고 합니다. 미스터세종 대회를 마치고 요즘에는 다음 대회를 준비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12월에 열릴 Mr. YMCA와 Mr. 코리아 대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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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늦었지만 초대 미스터세종 대상 수상 축하드립니다. 다시 한번 소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보디빌딩 대회는 미스터세종이 처음이었어요. 준비는 대략 7개월 정도 했습니다. 제가 보디빌딩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 사이즈적인 부분을 비롯해 여러모로 많이 부족해요. 그런데 대상이라니. 너무 운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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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빌딩을 시작한지 7개월만에 그랑프리라니! 주변에서 다들 놀라워했을 것 같아요.
다들 정말 많이 축하해줬어요. 하하
사실 제가 이전에 레슬링을 했거든요. 레슬링을 그만두고 보디빌딩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우려와 반대가 정말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레슬링에서 경력이 오래됐으니까요. 반면 보디빌딩은 처음부터 시작해야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왜 굳이 힘든 길을 가려고 하냐고 주변 반대가 정말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결과를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스터세종이 그 결과였고요. 정말 뿌듯합니다.
▲ 사진=이정근 SNS
역시 대단합니다. 레슬링은 언제부터 했나요?
레슬링 제의를 받은 건 중학교 1학년 초였어요. 처음에는 힘들게 운동을 하고싶지 않아서 거절을 했습니다. 이후에 11월쯤 다시 레슬링 제의가 왔어요. 그땐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중학교 1학년 겨울에 레슬링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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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에서 기록이 대단해요. 무려 국가대표 출신에 전국체전 금메달리스트였습니다. 세계군인대회에서도 은메달을 땄고요. 레슬링을 그만두고 보디빌딩으로 전향한 계기가 있나요?
레슬링 선수생활을 할 때도 웨이트나 보디빌딩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보디빌딩이라는 종목은 레슬링과 다르게 선수 생명이 길잖아요. 지금 나이에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도록 선수생활을 하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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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빌딩을 전향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우려가 컸다고 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가족 이야기가 나오니까 갑자기 소름이 돋네요. 하하
당연히 다들 반대했습니다. 가족들이야 말로 제가 중학교 때부터 얼마나 힘들게 훈련했는지 가장 잘 아니까 더 그랬죠. 또 다시 힘든 길을 가려고 하냐고 말렸어요. 부모님은 제가 레슬링에서 은퇴하고, 안정적으로 레슬링 지도자 같은 길을 가길 바라셨습니다.
그래도 저는 새로운 도전이 하고싶었어요.
▲ 사진=지성종 기자
실제로 경험해본 보디빌딩은 어떻습니까?
보디빌딩은 정말이지 그 매력이 무서울 정도예요. 처음에 느낀 보디빌딩은 레슬링과는 다른 의미에서 힘이 들더라고요. 분명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그걸 또 참고 훈련을 하게 됩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레슬링과는 또 다른 매력인 것 같아요.
레슬링은 제가 연습했던 기술을 성공했을 때 희열을 느꼈어요. 반면 보디빌딩은 대중분들의 관심이 정말 많잖아요? 그 관심 덕분에 선수가 견딜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점이 참 매력적이죠.
▲ 사진=지성종 기자
정말 보디빌딩에 푹 빠진 것 같은데요?
저는 정말이지 보디빌딩으로 전향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훈련하다 보면 대중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고, 팬도 생기고요. 대회에서 만난 분들이 저를 알아봐 주시기도 하는데 그 영광스러운 순간을 계속 기억하게 돼요. 훈련을 할 때마다 버티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래도 한 번쯤은 보디빌딩 괜히 했다고 생각하는 순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힘든 순간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후회한 적은 없던 것 같아요.
▲ 사진=지성종 기자
그 힘든 순간은 언제일까요?
다이어트 할 때 라면 못 먹는 거요. 정말 힘들어요. (단호) 요즘 이정재 배우가 광고하는 미식라면도 먹어보고 싶고. 라면을 못 먹을 때가 가장 힘이 듭니다. 하하
에이, 정말요?
저는 진짜 라면을 정말 좋아해요. 어렸을 때부터 라면을 좋아해서 하루에 한 끼는 꼭 먹었고, 대회에 출전하기 전에도 먹고 나갈 정도였어요.
가장 좋아하는 라면 브랜드는 뭔가요?
지금 가장 먹고 싶은 라면은 ‘진라면’ 하겠습니다. 아! 아니요. 신라면 하겠습니다. (진지)
두 제품 모두 손흥민, 류현진 같은 운동선수가 모델을 해서인지 뭔가 운동선수가 먹어도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좋아합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보디빌더로서 유명해지셔서 이정근 선수가 두 라면의 모델이 되기를 응원하겠습니다! 보디빌딩에도 종목이 다양합니다. 주력 종목이 뭔가요?
정말 솔직히 말하면 보디빌딩 종목이나 체급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지금도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종목을 선택할 때는 김명섭 선생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선생님은 클래식보디빌딩과보디빌딩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하셨고, 말씀에 따라 그 두 종목을 선택했습니다.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