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지성종 기자
[개근질닷컴] 안락함은 마약과도 같다. 보장된 삶과 꾸준한 결과에서 오는 안정감은 웬만한 용기가 없고 서야 쉽게 끊을 수 없는 법이다. 도전이라는 단어가 더 눈부시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시작은 매우 달콤한 말이지만 그 속을 살펴보면 불안과 초조, 고난과 역경이 모두 담겨있다.
레슬링 국가대표, 전국체전 금메달리스트. 화려한 이력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가 있다. 이정근, 그는 레슬링 지도자의 길이 아닌 보디빌더로써 인생 2막을 열었다. 결과를 알 수 없는 선수의 삶, 그 악명 높은 굴레를 스스로 다시 짊어진 셈이다.
▲ 사진=지성종 기자
그나마 다행인 건 길잡이가 되어줄 스승 김명섭을 만났다는 것. 덕분에 이정근은 보디빌딩을 시작한지 약 7개월만인 지난 10월 '2021 미스터세종 대상'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무려 첫 대회 출전에서 말이다.
인터뷰②편 <‘보디빌더’ 이정근, 최고 ‘길잡이’를 만나다>에 이어 이번 편에서는 보디빌더로 새롭게 시작하는 이정근의 목표에 대한 이야기다. 이정근이 그리는 미래에 대해 들어본다.
▲ 사진=이정근 sns
레슬링 선수 시절 허리부상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해야만 했던 일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괜찮나요?
맞습니다. 레슬링 선수 시절 허리 부상이 있었어요. 허리 아픈 걸 참고 훈련한 게 문제였죠. 2015년도 세계선수권 출전 때 허리 부상이 심각했습니다. 당시 치료를 위해 병원을 갔더니 척추 뼈가 골절된 상태 그대로 자리를 잡았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에 염증이 생기고 허리 디스크가 터졌던 거죠. 그때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습니다.
요즘에는 훈련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허리에 부담이 오거나 통증이 있으면 선생님께 말씀을 드립니다. 선생님께서 다른 훈련방법을 고안해주시고요. 아직까지는 허리 부상 때문에 크게 어려움은 없습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들어보니 국가대표 시절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보디빌딩에서도 목표가 국가대표라고요?
보디빌딩은 사설대회 규모도 엄청 크고, 멋있죠. 프로카드를 비롯한 다른 목표들을 세울 수도 있지만 저는 국가대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레슬링 국가대표 당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출전할 때 느꼈던 그 영광스러운 감정을 보디빌딩에서도 느껴보고 싶어요. 그 벅찬 심정을 느껴봤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아요.
또 다른 이유는 제가 레슬링 선수시절 국제대회에서 2등을 했습니다. 당시 부상이 너무 심해서 2초를 남기고 역전을 당했죠. 정말 너무 아쉬웠습니다. 보디빌딩에서는 국제 대회에 나가 애국가를 한번 울려보고 싶어요.
정말 멋집니다.
국가대표라는 큰 목표도 있지만, 우선 지금 준비중인 대회를 잘 치르고 싶어요.
▲ 사진=지성종 기자
Mr. YMCA와 Mr. 코리아 말이죠?
네. 맞습니다. Mr. YMCA와 Mr. 코리아에서도 아마 클래식보디빌딩이나 보드빌딩이나 두 종목 중 출전할 것 같아요.
이번 대회 목표는 역시 순위권인가요?
제 목표는 항상 1등입니다. 목표를 1등으로 잡고 대회를 준비해야 2등이나 3등도 할 수 있지만, 목표를 낮게 잡고 대회를 준비하면 목표보다 낮은 성적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늘 목표는 1등으로 잡습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대회 준비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요?
크게 힘든 건 없습니다. 아무래도 오랜 기간 레슬링을 하면서 다이어트도 꾸준하게 했고, 훈련도 많이 해왔었기 때문에 아직은 딱히 힘들다고 못 느끼고 있어요.
라면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식단도 잘 하고 있나요?
라면을 못 먹어서 힘들지만 다행히 잘 하고 있습니다. 하하.
▲ 사진=지성종 기자
레슬링도 식단관리를 하잖아요. 경험이 있으니 남들보다 더 수월할 것 같은데.
두 종목이 방식이 너무 다릅니다. 먹는 음식도 완전히 다른 종류고요.
레슬링은 체중을 조절할 때 지방 감량보다 수분을 조절하고, 경기 전에 빠르게 경기력을 올려야 하는 종목이에요. 반면에 보디빌딩은 체지방을 감량해서 몸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선과 볼륨감을 중점으로 두죠. 둘 중 어느 것이 더 쉽다고 말하기는 애매한데. 개인적으로 레슬링 경기 전에는 라면을 먹을 수 있었지만 보디빌딩은 못 먹으니까. 보디빌딩 식단이 더 힘든 것 같아요. (장난)
▲ 사진=이정근 sns
운동을 안 할 때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주말이나 훈련이 없을 때는 주로 여자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맛집이나 카페를 자주 가죠. 어렸을 때부터 옷도 좋아해서 운동복 말고 제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외출하는 걸 즐깁니다. 쇼핑도 하고요.
작은 규모지만 다이어트 보충제와 닭가슴살 제품 관련 마케팅 사업도 운영하고 있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더 좋은 제품 개발을 하기 위해 미팅도 하고, 공장도 찾아다니기도 합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마무리 질문입니다. 선수가 아닌 이정근이라는 사람의 인생 목표와 앞으로 삶의 방향성은 뭘까요?
음, 어려운 질문이네요.
살면서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혹은 조금 요령을 피운다면 편히 살 수도 있겠죠. 저는 힘들다는 이유로 도전도, 시작도 해보지 않고 후회하고 싶지는 않아요. 차라리 새로운 걸 계속 도전하면서 경험하고, 그 안에서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점점 더 나은 결과를 찾으며 살아가고 싶어요.
보디빌딩을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도전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일단 해보자고 말이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고 있으면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