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박경철 제공
[개근질닷컴] 부캐릭터의 줄임말인 ‘부캐’는 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를 뜻하는 말로, 온라인 게임에서 유래했다. 최근 개그맨 등이 자신의 본 캐릭터가 아닌 다른 캐릭터를 내세워 활동하는 사례가 늘면서 방송계에서도 자주 쓰이는 말이 됐다.
<부캐빌더>에서는 본업은 따로 있지만 보디빌딩&피트니스 선수라는 ‘부캐’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조명한다.
”운동을 하면서 이런 제 장점에 대해 더 확고해졌어요”
최근 화제와 논란의 중심이 됐던 TV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나는 SOLO(나는 솔로)’이다. 결혼이 하고싶은 일반인 남녀가 모여 짝을 찾아가는 데이팅 프로그램으로, 매회 방영 후 각종 기사가 쏟아질 만큼 인기를 몰고 있다.
박경철은 나는 솔로 4기에서 ‘영식’으로 출연했다. 그는 훤칠한 키와 외모로 방송 초반부터 눈길을 끌었다. 운동을 좋아해 바디프로필을 찍고, 피지크 종목으로 대회까지 출연했다는 그는 알고 보면 교육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가진 초등학교 교사다.
교사라는 본업은 물론, ‘피트니스 선수’라는 부캐도 잘 키워 나가고 싶다는 박경철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 사진=박경철 제공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나는 솔로 4기’에서 영식으로 출연했던 박경철입니다. 현재 초등학교 교사이고, 취미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솔로’ 촬영 후 어떻게 지내왔는지 근황 알 수 있을까요?
촬영 후에도 일상에는 큰 변화가 없었어요. 제 일상이 약간 루틴화 돼 있거든요. ‘집, 학교, 대학원, 운동’ 이런 식으로 거의 매일 비슷하게 지내와서 방송 후에 제가 이슈가 됐는지도, 반응이 어떤 지도 저는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주 평범하게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정말 즐겁게 놀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에요. 지극히 평범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하)
▲ 사진=SBS '나는 솔로'
방송에서는 수려한 외모랑 피지컬로 처음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방송 후에 주변인 반응은 어땠나요?
방송 후에는 사실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딱 한 분이 저를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제가 다니는 헬스장 트레이너 분이요. 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최근 헬스장을 옮겼어요. 분명 저를 아는 사람이 없을 텐데 알아보시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와이프 분이 방송을 즐겨 보신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방송에서 직업이 공개되기 전까지 당연히 퍼스널 트레이너나 피트니스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본업이 ‘초등학교 교사’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교사 생활을 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이제 7년 딱 넘었습니다.
생각보다 오래됐네요. 혹시 학생들이 선생님의 방송 출연 사실을 알고 있나요?
원래는 전혀 몰랐는데, 방송이 유튜브에도 업로드가 되더라고요. 방송 자체는 15세 관람가여서 제 학생 중에 실제 방송을 본 친구는 아마 없을 텐데. 유튜브로 짤막한 영상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다 알게 된 거예요. 지금은 ‘영식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친구들도 있어요. (웃음)
방송 보고 연락 온 학생이나 지인은 없었어요?
7년 전에 가르쳤던 친구한테 연락이 왔어요. 7년 전에 제가 6학년 담임을 했거든요. 그 친구가 이제 20살이 됐어요. 한동안 연락을 안 하다가 방송을 보고 연락이 온 거예요. 이 친구를 보면서 ‘참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느끼기도 하고, 제 기억엔 어린 아이였는데 성인이 돼서 방송 잘 봤다고 하니까 좀 민망하기도 하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잊지 않고 연락을 준 게 고마웠습니다. 신기하기도 했고요.
▲ 사진=박경철 제공
제자가 잊지 않고 연락이 오면 엄청 뿌듯할 것 같아요. 선생님으로서 가장 자부심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요?
자부심이라기보다는 아이들 가르칠 때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내가 알고 있는 걸 누군가에게 알려줄 때요. 학생들이 제게 뭔가를 배워갈 때 제일 뿌듯해요. 꼭 공부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생활 지도도 참 중요하거든요. 학생들이 나로 인해 뭔가 변화가 있다는 게 참 기뻐요. 저도 아이들한테 배우는 게 많기도 하고요.
스스로 생각할 때 본인은 ‘엄격한 선생님’과 ‘재미있는 선생님’ 둘 중 어떤 쪽이에요?
저는 둘 다 이기는 한데, 재미있는 편에 속한 것 같아요. 수업시간에 농담도 많이 하려고 하고, 아이스 브레이킹이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다만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되 절대 친구처럼 다가가지 않으려고 해요.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대하더라도 다소 엄격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화를 내거나 이런 건 아니고요.
방송 이미지만 봐서는 엄격한 게 상상이 안가요. 엄청 자상하기만 할 것 같은데요?
하하. 그런 가요? 자상할 땐 자상합니다. (웃음)
만약 선생님이 되지 않았다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이제 어렸을 때부터 교사라는 꿈이 정말 확고했거든요. (하하) 만약 교사가 되지 않았더라도 교육 쪽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학원 강사를 한다 거나, 꼭 공부만 가르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운동을 가르칠 수도 있을 것이고, 제 취미를 남들에게 가르치는 강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요. 아무래도 뭔가를 가르치는 직업을 갖지 않았을까요?
▲ 사진=박경철 제공
운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웨이트를 처음 시작한 건 대학교 때이지만, 본격적인 건 임용을 받고 난 후입니다. 4시 반에 퇴근하고 뭔가 취미를 가질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예전에 운동을 했던 기억이 나서 다시 시작했어요.
웨이트를 한다고 모두 몸이 좋은 건 아니잖아요. 몸 만들기가 어려운데 특별한 계기 같은 게 있을까요?
운동을 다시 하려고 보니까, 대학교때 같이 운동하던 친구들은 계속 운동을 이어왔더라고요. 그 친구들은 몸이 너무 좋은 거예요. 처음에는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같은 동경과 욕심이었는데,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분이 됐습니다. 나중에는 저를 보면 박경철, 교사 외에도 운동이라는 수식어가 떠오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동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데요?
나이가 들면서 보통 자기를 알아간다고 하잖아요. 제가 남들보다 눈치도 좀 없는 편이고 약간 느린 편이에요. 반면 꾸준히 하는 걸 잘하는 것 같아요. 결과를 떠나서 매일 매일 해내는 거요. 운동을 하면서 이런 제 장점에 대해 더 확고해졌어요. 제가 운동한 지 6년 정도밖에 안 됐지만 그동안 빠진 날이 없거든요. 헬스장 닫는 날 빼고는 매일 나가 운동을 했어요. 물론 매일 운동을 한 거 치고는 몸이 좋은 건 아니지만요. (하하) 그동안 꾸준히 해왔다는 부분에서는 남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 사진=박경철 제공
대회에도 출전 했잖아요. 계기가 있나요?
네. ICN부산 대회요. 피지크로 출전했습니다. 때마침 바디프로필을 촬영하던 시기에 대회가 있었어요. 처음엔 기록용으로 매년 바디프로필을 찍을 계획이었는데, 이왕이면 대회도 같이 준비해 보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꼭 좋은 결과가 아니더라도 작년이랑 비교하면서 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기록으로 남기도 하고요.
결과를 떠나서 첫 대회다 보니까 노력을 많이 했거든요.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대회 준비 과정은 어땠나요? 힘들진 않았나요?
제가 대학원을 계속 다니고 있어요. 대회 준비를 하면서 일과 학업까지 병행하는 게 조금 힘들었습니다. 대학원 수업이 저녁 6시에 시작해서 9시 반에 끝나다 보니까 운동을 가야 하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대회를 준비할 때는 새벽에 운동을 짧게 가고, 대학원 마치고 운동을 가는 방식으로 했어요. 덕분에 시간은 정말 빨리 가더라고요. (하하)
대회에 출전해보니 어땠나요?
운동하시는 분들은 참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저도 다이어트를 몇 번 해봤지만 이렇게 까지는 한적이 없었거든요. 제대로 선수를 하려면 이런 약한 마음 가짐으로는 안 된다고 확실히 느꼈습니다.
▲ 사진=박경철 제공
평소 운동 루틴은 어떻게 하나요?
제가 PT를 조금 오래 받았어요. 그래서 선생님과 거의 루틴을 똑같이 가져갔습니다. 처음엔 3분할로 했고. 가슴, 등, 어깨 팔 하체 이렇게 꾸준히 했어요. 이후에 대회를 경험해보니 부족한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대회 후에는 부족한 부분을 위주로 4분할로 운동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대회 참가 계획이 있나요?
네. 있어요. 같은 피지크 종목으로 출전할 계획입니다.
스포츠 모델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제가 키가 있다 보니까, 주변에서 스포츠 모델을 추천해주더라고요. 스포츠 모델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뭐, 중복 출전도 가능하니까요.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고 있어요. (웃음)
▲ 사진=박경철 제공
피지크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피지크 선수들이 입는 보드숏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보드숏을 보면서 보드숏에 어울리는 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가 만약 전문 선수라면 나에게 딱 맞는 종목에 맞춰 상을 목표로 진지하게 생각을 했겠지만, 지금은 보드숏을 입는 피지크를 주력으로 도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내년 대회 출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두개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지난번에는 시기가 늦어서 접수를 몇 군데 해야 될지 그런 고민할 겨를도 없었거든요. 다음 대회는 일정도 살펴보면서 한 두 개 정도 기회가 되면 나가보고 싶어요.
▲ 사진=SBS '나는 솔로'
내년에 대회장에서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자면 ‘나는 솔로’ 방송에서 결혼이 하고 싶어서 출연했다고 헸어요. 지금 현재 만나시는 분 있는지 궁금해요
아쉽게도 없습니다. (웃음)
그럼 이상형에 대해 물어봐도 될까요?
방송에도 밝혔었는데요. 저는 내적인 부분에서 지혜로움 같은 걸 굉장히 많이 봐요. 본인의 직업을 사랑하는지도 중요하고요. 외적인 걸로 이야기하자면 여성스러운 외모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운동하는 여자는 어때요?
좋죠. 저도 운동을 좋아하니까요. 이번에 헬스장을 옮겼는데 마침 친한 친구가 다니고 있던 거예요. 밤에 헬스장에 가면 그 친구가 부부끼리 항상 같이 운동을 하더라고요.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지막으로 방송 이야기를 해볼게요. 인기가 있던 만큼 논란도 이슈도 정말 많았어요
네. 그렇죠. 이게 굉장히 긴 시간을 통해서 촬영을 했는데 막상 방송에는 편집이 되니까. 안 나오거나, 굉장히 짧게 나왔던 부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더 논란이 생기기 쉬운 것 같아요.
▲ 사진=SBS '나는 솔로'
특히 고깃집 에피소드가 굉장히 화제였잖아요?
고깃집 에피소드도 마찬가지에요. 방송에는 한 5분 정도 나갔는데 저희는 거기 2시간 넘게 있었거든요.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일련의 사건이 일어나는 과정도 보이는 것과 다르게 꽤 복잡했습니다. 편집된 찰나의 순간을 가지고 이 사람들을 평면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으니 다들 상처를 받을 것 같았어요.
아쉬운 부분이 많았나봐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아쉽다기 보다 조금 안타깝다고 할까요? (진지) 저 같은 경우에도 고깃집에서 많이 중재를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아쉽게도 방송에서는 편집이 돼서 그냥 가만히 있는 걸로 나오더라고요. 부모님도 방송을 보시고 ‘너는 저기서 말 안 하고 된장찌개만 먹었니?’라고 물으시더라고요. 하하. 조금 당황스러웠죠.
촬영 중 혹은 방송 후에 상처받으셨을 부분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아니요. 사실 저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큰 상처를 받지는 않았어요. 아무래도 당사자들이 좀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촬영하신 제작진분들도 어려움이 많으실 것 같고요. 방송을 봐주시는 분들이 이런 부분을 좀 더 생각해 주신다면 훨씬 더 재밌게 방송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건 그냥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종영은 했지만 아직 방송을 보지 못한 많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음…(고민) 그 안에서 사람들끼리 굉장히 많은 대화와 시그널들이 오고 갔습니다. 방송 분량은 한정되고 편집에 따라서 ‘저 사람은 왜 한 시간 동안 말 한마디 안 하고 있지?’, ‘왜 저렇게 표정이 안 좋지 왜 침묵을 지키고 있지?’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방송을 보는 입장에서는 출연자에 대해 안 좋게 생각을 할 수도 있고, 흥미도 떨어질 수도 있죠. 그저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입체적으로 봐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웃음)
▲ 사진=박경철 SNS
요즘에도 참가자분들이랑 꾸준히 연락하시나요
네. 그럼요. 제가 부산에 있잖아요. 다들 서울에 계시는데 그중 몇 분이 부산에 오셨어요. 같이 시간도 보내고 만나서 너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도 서울에 몇 번 올라갔고요.
다들 친하시겠지만 특별히 친한 분은 누굴까요?
룸메이트였던 ‘영호’님이요. 영호님이 룸메이트이기도 했고, 처음 봤을 때 외모가 저랑 너무 닮은 거예요. 저랑 닮았다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졌어요. 출연자분들은 다들 좋으셔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즐거운 추억이 되신 것 같아서 저도 참 기쁩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덧붙이고 싶은 말 있을까요?
개근질닷컴과 이렇게 인터뷰를 할 줄도 몰랐고, 늘 지켜만 보던 사이트였는데 인연이 닿아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팬으로서 응원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