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지성종 기자
[개근질닷컴] 지난해 보디빌딩&피트니스계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보낸 선수는 누굴까. 그리고 이들의 2022년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오프시즌>에서는 2021년 시즌 중 개근질닷컴 편집부가 지켜본 인물 가운데 주목할 만한, 올해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를 소개한다.
2022년 <오프시즌> 두번째 주인공은 클래식피지크 ‘괴물’ 문성훈이다.
*<문성훈, 왕따 극복하고 ‘괴물’이 되다①>에서 이어집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최대한 무대를 즐기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개근질닷컴이 만난 문성훈은 분명 이 운동을 즐기는 자에 속했다. ‘성적에 연연하기 보다 무대에서 즐거웠으면 됐다’는 그의 대답이 믿기지 않았으나, 점점 대화가 깊어질수록 수긍할 수 있었다. 문성훈은 그저 이 일련의 과정이 즐거울 뿐이다.
즐기는 자, 문성훈이 생각하는 미래의 청사진은 어떤 모습일까?
▲ 2013년 무릎 수술 당시 모습. 사진=문성훈 제공
웨이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가 교통사고라고요?
2011년 군생활 중에 교통사고가 났어요. 당시 차에 치여서 날아갔거든요. 그 사고로 척추 골절을 당했죠. 말 그대로 허리 밑에 부분이 골절됐어요. 당시 의사 말로는 하반신 마비가 안 온 게 다행이라더군요. 병원에서 더 길게 입원하라고 했지만 부대에서 복귀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죠. 그때는 입대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 뭘 몰랐어요. 다 회복도 안 된 상태에서 명령에 따라 복대를 차고 부대에 복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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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큰 사고였네요. 지금은 괜찮은 건가요?
당시에는 몰랐는데 3년 뒤에 사고 후유증이 나타났어요. 현재는 정기적으로 MRI를 통해 척추 물혹 크기를 확인해요. 또 척추 2, 3, 4, 5번에 디스크 문제가 있고, 흉추 및 경추 디스크도 겪고 있습니다. 또 군 생활하면서 어깨를 다쳤는데 여기는 아직도 정기적으로 치료받고 있어요.
아픈 곳이 정말 많네요. 문성훈 선수하면 ‘1일 200세트’ 엄청난 운동량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부상 부위에 무리는 없어요?
아픈 부분에 무리가 안 가도록 제 나름대로 운동을 하고 있어요. 세트 수가 많아진 것도 무리하게 운동을 하기보다 제 상태에 맞게 하다 보니 늘어난 거죠.
▲ 사진=지성종 기자
운동 루틴은 어떻게 되나요?
저는 운동 루틴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세트 수가 많아서 운동시간도 긴 편이거든요. 사람들을 피해서 운동을 하다 보니까 그때그때 빈 머신을 찾아 들어가는 편입니다.
하루 운동 시간은 보통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해요. 세트 수는 200에서 250세트 진행하다가 최근에는 백신 맞은 이후에 조금 줄이고, 병원에서 ‘이상 없다’라는 진단을 받고 다시 늘려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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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많은 세트 수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음, 그냥 운동하는 게 좋아서요. (웃음)
저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재활이니까 처음엔 몸이 제 마음대로 안 움직이고,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은 제가 원하는 대로 운동을 할 수 있거든요. 그냥 그 자체가 너무 좋아요. (하하)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운동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제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는 이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중량보다는 횟수에 집중하는 편인 것 같은데. 혹시 3대(*벤치 프레스, 스쿼트, 데드리프트)는 몇인지 알 수 있을까요?
현재 기준으로는 벤치 120kg, 스쿼트 170kg, 데드리프트는 안재봤는데 최근에 180으로 5개 정도 하고 있습니다. 도합 470kg이네요. (웃음) 많이 줄었죠.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었어요. (머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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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가장 신경 쓰는 부위는 어디에요?
현재 하체에 가장 신경 쓰고 있어요. 원래 제가 무릎이 안 좋아서 스쿼트를 안 했어요. 근데 하체가 약한 게 자꾸 눈에 보이더라고요. (웃음) 무릎이 아파도 눈물을 머금고 스쿼트를 하고 있습니다.
▲ 문성훈 몸 변천사. 사진=개근질닷컴DB, 문성훈 제공
대회 출전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첫 대회 출전은 언제였어요?
2019년도에 처음 대회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첫 무대는 WNC였어요. 그때는 피지크와 클래식피지크 종목에 출전했죠. 각각 3위와 2위를 했습니다. 그 다음해인 2020년에는 WNC 피지크에서 2등을 했고요.
그리고 같은 해 미스터서울 대회에 출전해 클래식피지크 체급 2위를 했습니다. 연달아 2020 미스터YMCA랑 미스터코리아까지 참가했는데, 운이 좋게도 두 대회에서 모두 클래식피지크 체급 우승을 했죠.(웃음)
▲ 사진=권성운 기자
2021 시즌은 어땠어요?
작년에도 미스터서울, 미스터YMCA, 미스터코리아 이렇게 출전했어요. 각각 1, 2, 3위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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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도에 비해 2021년도 성적이 아쉬울 거 같아요.
아쉽죠. 아쉽기는 한데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러워요. 20년도 우승보다 21년도 3등이 더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더 출중한 선수들이 나왔고, 덕분에 저 역시 더 재미있게 무대를 즐겼던 것 같아요. 후회없이 준비했기에 우승보다 오히려 2등, 3등을 한 지난 시즌이 더 뿌듯하고 재밌었어요.
2021 시즌을 통틀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하체 보강이 생각보다 좀 덜 됐어요. 21년 대회를 준비하면서 제가 스쿼트를 거의 놨었거든요. 실은 무릎이 너무 안 좋았어요. 그래서 하체를 지나치게 머신으로만 준비하지 않았나 해요. 올해는 스쿼트를 넣어서 하체를 다시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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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뭘까요?
아무래도 미스터코리아죠.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어요?
어려웠던 점은 없지만 계속 대회가 연기되면 시즌이 길어졌던 점이 힘들긴 했죠. 대회가 열릴지 안 열릴지 모르는 상황 자체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미스터코리아에서 같은 체급에 심승호, 배철형 선수가 출전했어요. 이 두 선수와 많이 비교 언급이 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해요?
그날 무대 뒤에서 제 등수를 3등이 될거라 예상했어요. 실제로 두 선수들 몸이 엄청 좋았거든요. (하하) 다음에 더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겠단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혹시 두 선수를 포함해서 본인이 생각하는 클래식 피지크 종목 라이벌이 있을까요?
다행히 제가 아는 사람들은 다들 저와 체급이 달라요.(하하) 다들 -175cm 체급이에요. 음, 그래도 굳이 뽑자면 최근에는 임성재(그린핏) 선수가 멋지더라고요. 정말 다행히 임성재 선수도 저랑 체급이 다릅니다. (웃음)
▲ 사진=지성종 기자
올해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미스터서울 대회를 시작해서 아마도 지난해처럼 미스터YMCA, 미스터코리아 이렇게 3개 대회에 출전할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서울 지역 대회가 있으면 참가할 계획입니다.
종목은 그대로 클래식 피지크인가요?
저는 클래식 피지크 외 다른 종목은 딱히 생각이 없습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클래식 피지크만 출전하는 이유는요?
제가 원래 보디빌딩 종목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냥 운동하는 게 좋았던 거죠. 처음엔 운동 방법도 모르고, 진짜 막무가내로 운동을 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클래식 피지크 종목을 봤습니다. 올림피아 무대 영상이었는데, 정말이지 그게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보자마자 ‘나는 무조건 이 종목을 뛰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대회를 준비하기 시작했죠. 그게 2019년도 초예요.
미스터코리아나 미스터YMCA 같은 대회에서 대상을 타려면 일반부 보디빌딩에 나가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아쉽지는 않아요?
저는 대보협에서 클래식 피지크라는 종목을 열어주는 것만으로 감사해요. 대상에 대한 아쉬움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올해 세계선수권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 계획은 없어요?
국가대표 선발전도 준비하고 있어요. 국가대표 경험이 있는 배철형 선수한테서 틈틈이 조언을 받고 있습니다. 국가대표 선발전만 ‘게임즈 클래식 보디빌딩’으로 대비하고 있어요. 제 키 대비 체급을 따졌을 때 게임즈 클래식 보디빌딩이 맞을 것 같다고 추천을 받았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대보협 대회에만 출전할 계획인가요?
저는 계속 대보협 선수로 뛰지 않을까 싶어요. 사설대회가 도핑 검사를 한다고 해도 대보협을 못 따라온다고 봅니다. 저는 대보협 대회만큼 내추럴 선수로서 커리어를 쌓고,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대회는 없다고 생각해요.
▲ 사진=김성환 SNS
문성훈 선수도 롤모델이 있나요?
국내 선수는 김성환 선수요. 김성환 선수가 가진 운동에 대한 마인드가 너무 멋있어요. 해외선수는 테렌스 러핀(Terrence Ruffin)과 크리스 범스테드(Christopher Adam Bumstead)요. 그냥 딱 봐도 너무 멋지잖아요. (하하)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저는 좋은 성적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종목을 뛰고, 최대한 무대를 즐기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가끔 물어봐요. ‘제 체형은 어떤 종목을 뛰어야 될까요?’라고요. 그런 것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제일 좋지 않나 싶습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다시 한번 강조드리고 싶어요. 저 생각보다 요리 진짜 잘하고요.(하하) 그리고 저 운동하다 다친 적은 없습니다.(강조) 제 부상은 군대에서 다친 것 뿐이에요.
앞으로도 최대한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