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언스플래쉬
[개근질닷컴] 팬데믹 초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남성에게 더 위험한 감염병으로 보였다. 중국 우한시,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 등지에선 한때 남성 사망률이 여성의 두 배에 달했다.
그래서 남성 환자에게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을 주입하거나, 남성 호르몬(안드로겐)을 차단하는 치료법을 제안하는 과학자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하버드대 등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사망 위험을 두고 남녀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연구진은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미국의 사망자 통계를 살폈다. 오히려 직업, 행동 패턴, 건강 상태 등이 성별보다 사망률의 차이를 더 잘 설명하는 변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남성은 운송, 육류 가공 공장, 건설 등 코로나19 노출 위험이 큰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감자나 노숙인 등 취약한 환경에 처한 경우도 남성이 많았다. 손 씻기나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생활 속 방역 지침은 여성이 더 잘 지켰다. 백신 접종도 여성이 더 많았다.
주별로 보면 텍사스는 남성 사망률이 완연히 높았지만 뉴욕은 그 차이가 덜했고, 로드아일랜드와 매사추세츠는 여성 사망률이 약간 높았다. 대체로 방역 규제가 강한 지역은 사망 위험의 성별 차이가 적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전에도 남성의 기대 수명이 짧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남성이 만성 질환에 걸려있거나 위험한 직업에 종사할 가능성이 더 컸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하버드대 새라 리처드슨 박사는 “코로나19로 사망한 남성이 더 많은 것은 바이러스에 취약해서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사망률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Sex disparities in COVID-19 outcomes in the United States: Quantifying and contextualizing variation)는 학술지 《사회 과학 & 의학(Social Science & Medicine)》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