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미스터코리아 클래식보디빌딩 +180cm에 출전한 정은휘. 사진=지성종 기자
[개근질닷컴] 지난해 보디빌딩&피트니스계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보낸 선수는 누굴까. 그리고 이들의 2022년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오프시즌]에서는 2021년 시즌 중 개근질닷컴 편집부가 지켜본 인물 가운데 주목할 만한, 올해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를 소개한다.
2022년 [오프시즌] 세번째 주인공은 ‘서울대 석사’ 정은휘이다.
▲사진=지성종 기자
정은휘는 지난 2021 미스터코리아 클래식보디빌딩 +180cm급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첫 미스터코리아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상하체 밸런스와 모자람 없는 근질로 보는 이로 하여금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지난해 미스터코리아에서 한층 더 높아진 수준의 근질을 뽐낼 수 있었던 데에는 바뀐 운동법이 한몫 했다. 보디빌딩에 대한 열정으로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학문을 닦으면서 기존에 고중량을 통해 근 비대를 이끌어내는 일반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부상 위험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인 *CKC(닫힌 사슬 운동) 방식을 택했다.
*CKC(닫힌 사슬 운동): 하나의 근육이나 관절에만 집중하는 단관절운동과 달리 하나 이상의 근육군이나 관절을 동시에 운동하는 것을 말한다. 닫힌 사슬 운동은 손이나 발이 고정되어 있는 상태로 운동을 하며, 보다 실용적이고 체력을 요하는 활동에 주로 사용된다. 특히 근육의 압축력을 끌어내는 복합운동이 대부분이다.
이전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1000%이상 만족하며 운동을 하고 있다는 정은휘를 만나봤다.
“만약에 신이 있다면 신이 제게 준 이 신체를 가장 아름다운 상태로 만들고 싶어요”
▲ 사진=지성종 기자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21년 미스터코리아 클래식보디빌딩 +180cm 체급에서 우승한 정은휘라고 합니다. 지금은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학 인간운동과학을 전공하고 있고요. 석사 과정 중에 있습니다. 더불어 현재 시너제틱스 운동재학습연구소에서 연구원 및 트레이너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회 출전 및 수상 이력에 대해 알 수 있을까요?
우선 작년에는 미스터코리아를 제외하고 ‘2021년 전국 크리스챤 보디빌딩 & 피트니스 선발대회’에 나갔습니다. 당시 일반부 -85kg 체급에서 2위를 했어요. 그 외에는 전북에서 열리는 여러 대회에 출전해서 1위에서 3위 등 다양하게 입상했습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운동은 언제부터 한 건가요?
운동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시작했어요. 그때는 수능준비를 위한 체력단련이 목적이었죠.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다 보니 몸이 좋아지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성인이 되서도 계속 운동을 했죠. 이후에 헬스장 트레이너 형이 시 대회를 한번 준비해보자고 해서 처음 무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보디빌딩에서 재미를 느꼈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 2021 미스터코리아 클래식보디빌딩 +180cm에 출전한 정은휘. 사진=지성종 기자
대회 경험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뭔가요?
작년 미스터 코리아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무대에서 눈물을 흘렸던 대회였어요. 다이어트를 재작년 10월부터 했는데 미스터코리아가 코로나19 여파로 작년 12월에 열렸거든요.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다이어트를 해서 그런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네요.
지난해 대회 준비하면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무엇이었을까요?
원래 전북에 있다가 1년 반 전쯤 대학원 진학을 위해 상경을 했어요. 작년 시즌은 상경을 하고나서 서울에서 대회를 준비했는데, 아무래도 생활 패턴도 바뀌고 할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덕분에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새벽에 해야만 했어요. 특히 5시 반에 일어나서 하는 공복 운동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원래는 보디빌딩으로 출전해왔는데, 지난해 미스터코리아에서 갑자기 클래식보디빌딩으로 나왔네요?
저는 특정 종목에 뜻이 있는 게 아닙니다. 만약에 신이 있다면 그 신이 저한테 준 이 신체를 가장 아름다운 상태로 만들고 싶거든요. 작년에는 그저 제 몸이 클래식보디빌딩에 좀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전을 했던 거에요. 아름다운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내 몸이 보디빌딩에 좀 더 적합하다면 보디빌딩 종목에 출전할 계획입니다.
지난 시즌 자신에 대해서 평가를 한다면?
‘정말 후회 없이, 모든 순간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았다’라고 평가할 것 같습니다. (웃음)
앞서 미스터코리아 무대 위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그게 사실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 한 해를 너무 힘들게 준비해서였어요. 그 순간 드는 생각이 ‘나는 이 무대 위에서 이렇게 울 자격이 있을까?’였고요. 최선이라는 단어에 스스로 떳떳한가에 대해서 질문을 계속 하다가 무대에 섰습니다. 막상 무대에서 1등이 확정되는 순간 저도 모르게 막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다시 돌이켜봐도 작년은 모든 순간 정말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살았습니다.
▲ 사진=지성종 기자
지난 시즌에서 아쉬웠던 점이나 특히 만족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음, 아쉬웠던 부분은 제가 지난해 트레이닝 방법을 싹 바꿨거든요. ‘현재 하고 있는 트레이닝을 좀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좀 더 몸이 좋은 상태로 올라가지 않았을까?’라는 그런 아쉬움이 있긴 합니다.
잘했다 싶은 부분은 그냥 정말 열심히 했다? 제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게 가장 잘한 것 같습니다. (하하)
▲ 사진=김영빈 SNS
혹시 지금껏 대회에 출전하면서 라이벌이라고 느꼈던 선수가 있을까요?
아하하. 저는 라이벌이나 신경 쓰이는 선수보다 꼭 붙어보고 싶은 선수가 있는데요. *김영빈 선수라고 있어요. 처음 김영빈 선수의 몸을 봤는데, 그 선수의 운동강도와 정신력이 그 몸에서 다 나타나더라고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저 역시 최고의 몸을 만들어서 그 선수와 한번 붙어보고 싶어요. 그러면 저 스스로 최고의 몸을 만든 게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게다가 94년생 동갑이거든요. *2021년 NPCA 클래식피지크&보디빌딩 그랑프리를 차지했던 내추럴 보디빌더
그럼 롤모델로 여기는 선수도 있을까요?
사실 롤모델은 딱히 없습니다. 선수를 떠나서 그냥 저는 저희 어머니처럼 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싶고, 저희 아버지처럼 좀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올해 시즌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올해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첫 번째로 준비할 계획이에요. 국가대표 선발전에는 클래식 보디빌딩으로 나갈 거고요. 그리고 미스터YMCA랑 미스터코리아를 목표로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두 대회에서는 보디빌딩으로 출전할 예정이에요.
▲ 사진=지성종 기자
평소 운동 루틴은 어떻게 되나요?
‘수어사이드 루틴’이라고 제가 장난스럽게 ‘죽을 때까지 한다’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붙였어요. 앞서 트레이닝 방법을 싹 바꿨다고 했잖아요. 현재 저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운동전략을 사용합니다.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단단하고 평평한 지면일수록 안정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더 크고, 정교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반면에 바닥이 물렁물렁하면 당연히 큰 힘을 못 내겠죠. 그것처럼 인간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안정성이 확보가 돼야 돼요. 저는 안정성이 확보된 상황에서 정교하고, 큰 힘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운동하고 있어요. 운동 집중도가 높은 만큼 정말 힘이 들죠. 그래서 ‘죽을 때까지 한다’라는 의미의 수어사이드 루틴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웃음)
▲ 사진=지성종 기자
재밌네요. (웃음) 분할법은 어떻게 가져가고 있나요?
분할법으로 말씀드리면 지금은 2분할을 진행하고 있고요. 원래는 3분할을 진행했는데. 존경하는 선수 중 한 분이신 *마선호 선배님이 2분할을 하고 몸이 엄청 좋아지셨더라고요. 그래서 따라해봤는데 저한테 잘 맞는 것 같아서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 4개월에서 5개월 정도 된 것 같아요. *유명 내추럴 보디빌더
시즌과 비시즌 운동법에 차이가 있나요?
시즌과 비시즌 모두 식단이나 운동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몸무게 차이도 5~6kg 내외고요. 다만 비시즌 때는 식단의 양을 늘리는 정도입니다. 운동하기에 부족함 없을 정도의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어요.
▲ 사진=지성종 기자
요즘 제일 신경 쓰고 있는 부위는 어디에요?
가슴입니다. 사실 오른쪽 가슴에 장애가 있어요. 가운데 근섬유가 선천적으로 없죠. 이 부분을 계속 극복하고 보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다른 부위들과 마찬가지로 CKC운동을 진행하면서 관성 저항을 늘리는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반면에 가장 자신 있는 부위는 어디예요?
가장 자신 있는 부위는 상완이두근과 하체, 등이요. 지난번 미스터코리아에서 *한동기 선생님께서 많이 칭찬해 주셨서요. 특히 하체 밸런스가 좋다고 말이죠.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레전드 보디빌더
▲ 사진=지성종 기자
아까 죽을 때까지 운동한다고 했잖아요. 정은휘 선수의 3대가 궁금합니다.
22살 때 스쿼트를 195kg를 했습니다. 근데 지금은 스쿼트를 115kg로 하고, 데드리프트는 훈련 중량이 100kg입니다. 벤치 프레스는 가슴에 선천적으로 장애가 있어서 하지 못하고요.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2019년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보디빌딩 선수들의 부상 빈도가 전체적인 생활 체육인들보다 10%나 높답니다. 보디빌딩이 엄청 정적인 운동인데 말이죠. 사실 농구나 축구, 미식축구 같은 종목이 훨씬 더 부상 위험이 높을 것 같은데 오히려 보디빌딩이 더 높은 거예요.
▲ 사진=지성종 기자
아 정말요? 이유가 뭘까요?
개인적으로 그 원인이 무게에 있다고 생각해요. 반드시 무게가 답은 아니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보통은 점진적 과부화를 하기 위해서 운동 강도를 높입니다. 중량을 올리거나 아니면 볼륨을 늘리는 방식이죠. 이는 모두 신체가 받는 스트레스를 높이려고 하는 전략에 해당합니다.
보디빌딩을 좀 더 보디빌딩스럽게 바라본다면 전신에 부과되는 스트레스 양을 높이는 게 목표가 아니라, 특정 근육에 부과되는 스트레스 양을 높여야 돼요. 근육의 스트레스를 높이기 위해서 무거운 중량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거죠. 문제는 많은 분들이 본인이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없는 무게에서 운동을 해요. 컨트롤 할 수 없다는 건 불안전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에요.
▲ 사진=지성종 기자
불안전성이 높아지면 안 되는 이유가 있을까요?
불안전성이 커질수록 특정 근육에 부과되는 스트레스 양은 더 줄어들 겁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많이 흔들리잖아요. 운동 강도를 늘리는 방법은 중량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신장성 수축 구간을 강조를 한다거나, 가벼운 무게지만 반복 횟수를 늘리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무거운 무게를 들면서 부상 위험을 높이는 건 부담이 커지는 거죠. 저는 무게만 쫓지 마시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동 방식을 권하고 싶어요.
무게를 낮추고 올바른 자세를 취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말씀이신거죠?
음, 정확히는 무게보다 근육 스트레스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게 좋다는 뜻입니다. 자세로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정확한 자세는 그 누구도 정의할 수가 없어요. 사람은 수많은 가변성을 가지고 모든 움직임 동작을 일으킬 수 있거든요. 따라서 어떤 한 자세가 맞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이야기입니다. 사람마다 생체 역학적인 부분들이 다 달라요. 누군가는 몸통이 좁고, 누군가는 팔이 더 길 수도 있고, 전완근이 더 길 수도 있죠. 최적화된 움직임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일단 편한 자세를 찾고, 그 다음에 자극점을 찾는 게 옳은 접근 방식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 사진=지성종 기자
동작이 틀려도 자극점을 자극할 수만 있다면 사람마다 자세가 달라도 상관이 없다는 건가요?
그렇죠. 부상 위험이 적고, 안정성을 확보한 상태. 즉, 신체 컨디션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자극점을 찾고 자신에 맞게 운동을 이것 저것 변형을 해도 상관이 없는 거죠.
[오프시즌] 정은휘 선수의 인터뷰는②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