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지성종 기자
[개근질닷컴] 지난해 보디빌딩&피트니스계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보낸 선수는 누굴까. 그리고 이들의 2022년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오프시즌]에서는 2021년 시즌 중 개근질닷컴 편집부가 지켜본 인물 가운데 주목할 만한, 올해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를 소개한다.
2022년 [오프시즌] 세번째 주인공은 ‘서울대 석사’ 정은휘이다.
*<‘서울대 석사’ 정은휘 “신(神)이 준 몸을 가장 아름답게!”①>에서 이어집니다.
정은휘는 보디빌더이자, 학문으로서 운동을 탐구하는 학자이기도 하다. 보디빌딩이 너무 좋아서 그 어려운 공부마저도 즐겁다는 그. 운동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정은휘의 얼굴은 시종일관 행복해 보였다. 정은휘가 앞으로 나아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보디빌딩의 학문적 가치를 증명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사진=지성종 기자
현재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이잖아요. 전공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현재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학 인간운동과학을 전공하고 있고, ‘운동 행동’이라는 학문을 세부 전공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운동 행동은 쉽게 말하면 운동 제어, 운동 학습, 운동 발달에 대한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대학원에 진학한 계기는 뭔가요?
선천적으로 오른쪽 가슴 근육에 장애가 있어요. 가슴 근육은 일반적으로 위, 중간, 아래 모두 세개의 섬유가 있죠. 저는 중앙 섬유가 선천적으로 아예 없습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다가 대학원까지 진학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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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한다고 해서 아무나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정말 대단한데요?
누구나 서울대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지 어려울 뿐이죠. 하하. 저는 보디빌딩 정신으로 준비했던 것 같아요. 이전부터 제가 가지고 있는 선천적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보디빌딩과 운동에 대해 계속 공부했거든요. 보디빌딩이 너무 좋아서 이 공부도 즐겁게 했어요. 또 공부한 것들을 바탕으로 회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공부가 크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학사 전공도 체육 관련이었나요?
학사 전공은 ‘지구환경과학’이었어요. 운동과는 전혀 관계가 없죠. (웃음) 학사 때랑 현재 전공이 완전 상이해요. 당연히 연관성은 하나도 없고요. 학사 때는 수능 성적에 맞춰 진학을 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스포츠 과학을 복수 전공했습니다.
그럼 고등학교 때도 스포츠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긴 했나요?
고등학교 때만 하더라도 수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근데 수능을 망하면서 실패를 한 거죠.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 보디빌딩을 시작했고 이쪽 학문에도 뜻을 갖기 시작한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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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움직임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는데, 결국 의학적인 부분과도 연관성이 있을 것 같아요.
현재 피트니스 시장에는 한 분절의 기능에 초점을 맞춘 스포츠의학 관점의 이론이 널리 퍼져있습니다. 저도 해당 분야를 공부했죠. 공부할수록 느낀 건 이러한 이론은 지금 제가 겪은 문제들, 제가 관찰하는 현상들을 설명할 수 없다였어요. 그래서 한 부분의 기능에 초점을 맞춘 이론이 아닌 더 근본적인 인간의 움직임 전략을 공부하기 위해 운동 행동이라는 학문을 선택하게 됐죠.
물론 지금도 스포츠 의학 관점의 이론들에 관심이 많아요. 운동 제어를 함께 공부해서 유의미한 시너지를 내고 싶습니다. 제 생각엔 두 분야가 분리된 전공이 아니에요. 교집합도 있고 다만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 다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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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을까요?
진행 중인 연구들이 아직 발표가 되진 않았어요. 때문에 세세하게 말씀드릴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인간의 근본적인 움직임 제어에 관해 연구 중입니다. 움직임 제어를 어떻게 하면 빠르게 학습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특히 관심이 많고요.
사람은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움직임 전략을 사용해요. 예를 들면, 제자리에서 점프를 할 때 ‘내가 높게 뛰어야지’라고 생각하고 높게 뛰는 것과 ‘다리를 세게 밀어야지’라고 생각하고 다리를 세게 민 후 착지할 때 전략은 완전히 다릅니다. 다리에 집중해 점프를 했을 때, 십자인대가 파열되기 더 쉬운 각도로 착지를 하게 되거든요.
이런 식으로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움직임 제어 전략이 달라지는 거죠. 저는 운동 학습을 빠르게 일으키기 위해서는 어디에 집중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집중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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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만해도 굉장하네요. 앞서 지난해 운동법을 다 바꿨다고 했는데, 그것도 연구와 관련됐나요?
운동법을 바꾸게 된 계기는 현재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대표님 때문이었어요. 대표님은 저보다 이 분야에 대해 좀 더 많이 연구하신 분이세요. 그동안 스스로도 연구와 관찰을 진행하면서 실제 운동에 계속 접목을 시켜왔는데, 대표님께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그때마다 대표님의 논리를 이해하고 납득하면서 운동법을 바꿔 보기로 결정했죠. 결국 바뀐 운동법이 지금 제가 하는 연구와 관련이 있는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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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운동법이랑 지금 운동법은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차이점이 있을까요?
일단 지금 하고 있는 운동법은 *CKC(닫힌 사슬 운동) 방식입니다. 안정성을 높인 상태에서 신장성 수축 구간을 강조하고, 무게를 낮추는 식이죠.
*CKC(닫힌 사슬 운동): 하나의 근육이나 관절에만 집중하는 단관절운동과 달리 하나 이상의 근육군이나 관절을 동시에 운동하는 것을 말한다. 닫힌 사슬 운동은 손이나 발이 고정되어 있는 상태로 운동을 하며, 보다 실용적이고 체력을 요하는 활동에 주로 사용된다. 특히 근육의 압축력을 끌어내는 복합운동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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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C 운동이 안정성이 높다고 말하는 이유가 뭔가요?
CKC 운동은 코어와 관련이 있어요. 여기서 말하는 코어는 흔히 알고 있는 몸통의 코어가 아니라 땅에 붙어 있는 분절까지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발이나, 푸쉬업 자세에서는 손까지도 코어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바벨 프레스를 한다고 가정해보죠. 이때는 코어에서부터 움직임이 많이 일어나는 분절까지의 길이가 굉장히 길어요. 길이가 긴 만큼 훨씬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거죠.
반면, CKC 운동은 코어에서부터 움직임이 많이 일어나는 분절까지의 거리가 짧습니다. 그래서 훨씬 안정성이 높고, 몸통이 움직이는 동작들이 많기 때문에 근육의 활성도가 더 빨리 나타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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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네요.
하하. 너무 복잡한가요?
좀 더 쉽게 예를 들어볼 게요. 지금 제가 서 있는 상황이죠. 이때 안전성은 단순히 몸통에 힘을 준다고 해서 확보되는 게 아니에요. 몸통은 다리 위에 얹어져 있고, 다리와 몸통에서 안전성이 확보가 되었을 때 손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거든요. 바벨 오버헤드 프레스 같은 것을 할 때, 다리와 몸통에서 코어의 안전성이 확보된 후 손을 뻗는 거죠. 즉, 움직임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부분인 손이 코어라 할 수 있는 다리와 몸통에서부터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반면 스쿼트 같은 경우는 움직임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구간이 몸통, 즉 코어 안에 있어요. 움직임이 나타나는 곳이 지면하고 매우 가깝기 때문에 코어와 거리가 짧습니다. 그래서 훨씬 더 안정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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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바뀐 운동법이 효율적인 측면에서도 만족스럽나요?
만약에 100%가 기준이라면 저는 1000%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그만큼 효율적이고 만족합니다.
제 경우에는 선천적으로 오른쪽 가슴 근육에 장애가 있잖아요. 일반적으로 자극에 맞춰 운동을 하는데, 가슴에 근섬유가 없으니까 불안전성이 엄청 컸죠. 가슴 근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부분의 결함은 결국 운동을 할 때 팔이나 다리에도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실제로 운동법을 바꾸기 전에는 허리와 무릎 MRI를 다섯 번 정도 찍었어요. 부상도 있고, 계속 아팠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도 어깨랑 가슴 쪽에 항상 약점을 가지고 있었어요. 좌우 불균형도 많이 심했고요. 그땐 가슴이 약점인 이유가 운동부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플라이나 가슴 운동을 한 세트 더 많이 하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못된 접근이었던 거죠. 운동법을 바꾼 뒤에는 부상이나 통증을 겪은 적이 없습니다. 정말 만족해요. 가슴 근육도 보완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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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는 모습을 봤는데, 처음보는 기구를 사용하던데요
‘엔컴파스(Encompass)’라는 기구에요. 미국의 토탈 짐(TOTAL GYM)에서 개발한 다목적 운동기구입니다. 필라테스에서도 많이 사용하고요. 웨이트트레이닝까지 모두 포괄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제가 이 기구를 사용하는 이유는 CKC 상황에서 운동을 진행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활용성이 굉장히 높아요. 전신운동부터 팔, 다리 운동까지 모두 가능합니다. 저는 다리 운동의 경우 스쿼트를 하고 있습니다. 대신 어깨, 가슴, 등은 엔컴파스를 이용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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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전에 ‘측정’을 하는 것도 굉장히 특이했어요. 장비들을 사용하던데, 이 부분도 설명해주시겠어요?
서울대학교 운동역학실에도 있는 장비에요. 보통 논문을 쓰거나 전문적으로 연구를 하는 곳에서 사용합니다. 현재 인간이 만들어 놓은 근육 및 움직임을 측정하는 장비 가운데 가장 정확하다고 할 수 있죠. 자랑을 하자면 이러한 장비들을 다 갖춰 놓고 있는 데는 전국에 저희가 유일합니다. 하하.
전기 신호를 가지고 부화량, 빈도, 위치 등을 측정하죠. 이 장비는 그냥 데이터 값만 줍니다. 수치적으로 계속 나열을 하는 방식이에요. 단순 수치보다는 이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죠. 장비를 통한 정확한 측정을 통해 데이터를 산출하고, 여기서 의미를 뽑아냅니다. 또 데이터 해석을 바탕으로 보완할 부분을 찾아 운동 프로그램을 처방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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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측정했을 때, 정은휘 선수의 몸에 대한 데이터 값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을까요?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가만히 서 있는데 한쪽 다리의 근육 활성도가 엄청 높았어요. 한쪽만 근육의 활성도가 높다는 건 피로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해당 부위에서 어떤 힘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거든요. 선천적인 문제 때문인지는 몰라도 불안정성을 계속 가지고 있다는 뜻이죠. 그래서 해당 수치를 기반으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트레이닝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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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보디빌딩 포징에서도 해당 장비를 적용할 수 있나요?
당연히 적용할 수 있죠. 보디빌딩이란 게 근육에 힘을 주고, 모양을 나타낸다는 거잖아요.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건 장비로 충분히 측정할 수 있고요. 포징 연습을 하면 자세에 따라 힘을 주는 부위가 달라지는데 사실 선수들도 하나하나 컨트롤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스킬이거든요. 숙련된 보디빌더가 아닌 이상 어렵죠. 장비를 이용하면 데이터를 통해 포징에 있어 개선점을 찾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더 정확하게 근육을 표현해낼 수 있도록 돕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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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하네요. 장비들까지 구축하고, 연구까지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을 것 같은데요. 목표는 무엇일까요?
저희 연구팀의 목표는 피트니스 시장의 새로운 기준이 되는 겁니다. 우리는 그걸 할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고요. 그걸 이루기 위해 지금 현재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수로서의 목표가 있다면요?
많은 사람들이 보디빌딩은 운동, 식단, 휴식 이렇게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지금 공부하고 있는 학문을 더 추가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학자로서, 또 보디빌더 선수로서 인정을 받고 지금 연구하는 분야가 실용적이면서도 학문적 가치를 증명해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